북한 당국이 지난 12일 해군사령부에 최고사령관(김정은 위원장) 명의로 전투동원태세를 갖출 것을 지시했다고 북한전문매체인 ‘데일리NK’가 현지소식통을 인영해 보도했다. 이는 ‘서해 해상분계선 목숨 바쳐 사수’(3일)에 이은 지시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북한 내부 소식통은 28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지난 12일 해군 사령부에 서해 해상에서 만단(온갖)의 전투동원태세를 갖출 데 대한 지시가 내려왔다”며 “지시는 조선인민군 최고사령부로부터 하달됐다”고 말했다.
북한에서 선포되는 작전 명령은 전시상태, 준전시 상태, 전투동원태세, 전투동원준비태세, 전투경계태세, 경계태세 등으로 구분되고 있다.
특히, 전투동원태세부터는 당·군·정 모든 기관의 업무가 최고사령관 중심의 비상 지원체제로 전환하는 가운데 모든 무력부서의 외출, 휴가 등이 전면 금지된다. 또한 전연(전방)군단, 후방부대 및 경비대도 내무반을 지상에서 갱도로 이동해 즉각 완전한 전투 준비태세에 돌입한다.
이번에 내려온 지시사항에도 역할별로 전투 동원 준비를 철저히 하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고 한다.
소식통에 따르면, 일단 작전 일군(일꾼)에게는 해군사령부로부터 하부 기본전투단위 함정들까지의 통신 장비, 작전 훈련 및 전시작전 지휘체계를 철저히 검열하라는 지시가 하달됐다. 또한 기술 일군들에게는 해군사령부와 면밀한 협동하에 싸움 준비 완성을 위한 구체적 방안을 수립하라는 명령이 내려졌다.
행정 및 정치 간부 일군에는 풍부한 전투 경험을 갖춘 지휘관 중에서 당성이 강한 지휘관들을 대상으로 정치 간부 사업을 진행하라는 과업이 내려졌다고 한다. 아울러 함대 편대 현지 료해(파악) 사업을 구체적으로 진행, 2019년 제1기 전투 전지훈련 전으로 간부 사업을 완료하라는 구체적 지시도 하달됐다.
마지막 후방 부분 일군들에게는 전시 작전물자(연유(燃油), 양식 등)에 전면적 료해 사업을 바탕으로 부족한 전투물자 보충하는 사업을 중심에 두라는 과업이 부여됐다. 후방에서도 만단의 전투 동원 준비를 갖추라는 지시가 하달된 셈이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같은 날(12일) 한미해병대 연합훈련(KMEP) 재개를 두고 시대착오적인 군사적 움직임, 북남 사이의 군사 분야 합의서에 배치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는 점으로 볼 때 해군 사령부에 내려진 지시는 KMEP에 따른 대응조치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KMEP는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정착을 위한 남북 및 북미 대화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연기됐다가 6개월 만에 재개됐으며 지난 5일부터 2주간 진행됐다. 그동안 북한은 미 항공모함, 스텔스 전투기가 동원되는 대규모 한미연합 훈련 때 경계태세를 강화하기 위해 군에 이 같은 조치를 내린 적이 있었다.
다만, 9.19 군사 합의를 통해 남북이 70년 군사 대치를 풀고 신뢰를 구축하기 위한 구체적인 조치들에 합의했고, 현재 남북이 무력 충돌을 예방하고자 완충 수역을 설정한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서 전투 동원태세를 지시했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일각에서는 북한이 남북 간 합의를 잘 신뢰하지 않은 양태가 확인됐다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 북한은 남북이 무력충돌을 예방하고자 완충 수역을 설정(지난 1일 시행)한 지 이틀 만에 서해 해상분계선을 목숨 바쳐 사수하고 북한 측이 정한 경계선(서해경비계선)을 침범하면 강력하게 반격하라고 해군사령부에 지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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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지난 3일에는 북한군이 동해 우리 수역에서 조업하던 어선을 돌연 나포했다 풀어주는 사건도 발생했었다. 이에 남북 평화 분위기 구축이라는 말이 무색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