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脫원전하며 원전 세일즈
전형적인 유체이탈 태도”
現정부의 민생·경제정책
청년들 분노 그대로 담아
“전대협 이름으로 게시한건
전대협 출신 정치인들 풍자”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지지기반인 청년층의 지지율 하락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현 정부의 정책에 반대하는 대자보(사진)가 최근 전국 대학교에 동시다발적으로 붙었다. 현 정부의 민생·경제 정책에 대한 청년들의 분노를 담은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9일부터 서울대와 카이스트, 부산대 등 전국 100여 개 대학교 캠퍼스에 일제히 게시된 대자보는 문재인 정부의 국정운영을 둘러싼 정책 실패를 ‘풍자’하는 내용이다. 대자보를 작성한 주체는 자신들을 ‘전대협’이라고 밝히며 여러 궁금증을 자아냈다. ‘대자보 붙이기’ 활동을 처음으로 시작한 대학생 김모(26) 씨는 17일 “평소 마음이 맞는 친구들과 시작한 일인데 예상보다 호응도가 높아 놀랐다”며 “일부 대학에서는 자발적으로 대자보를 만들어 붙이기까지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김 씨는 “평소 현 정부의 경제정책과 대북정책 등이 청년들이 당초 기대했던 것과는 많이 엇나가고 있다고 생각했다”며 “‘대학가에는 이런 목소리도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1980년 학생운동을 이끌었던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의 이름을 가져다 쓴 이유에 대해서는 “전대협 출신 정치인들이 최근 뉴스에서 논란이 되는 것을 보며 이들의 모순을 풍자하기 위해 같은 이름을 지었다”고 설명했다.대자보에는 청년 세대가 현 정부에 대해 가지는 불만이 풍자 형식으로 고스란히 담겼다. ‘경제왕 문재인’이라는 제목으로 “실업자 113만 명은 외환위기 이후 최고”라고 꼬집는가 하면 ‘태양왕 문재인’이라는 대목에서는 “우리는 탈원전 하면서 체코에서는 원전 세일즈를 한다. 유체이탈”이라며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비판했다. 문재인 정부에 기대했던 ‘공정사회’가 무너지면서 ‘누구보다 촛불을 높이 들었던’ 대학생들이 느끼는 허탈함도 대자보에 나열됐다. 공교육 정상화를 내세우며 정작 대학수학능력시험 반영은 절대 확대하지 않으려는 현 정부의 교육 정책에 대해 비판하는가 하면 외국어고와 자율형 사립고를 폐지하면 결국에는 강남 8학군 땅값만 오를 것이라는 지적도 담겼다.
기말고사 기간에 붙은 이 같은 ‘정권 비판 대자보’를 두고 학생들 사이에서 여러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서강대 경영학과 4학년 이모(26) 씨는 “전국 대학에 (이 같은) 대자보가 붙은 줄은 몰랐다”며 “역대 모든 정권이 그랬듯 현 정부 역시 잘못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면 이런 뼈아픈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희권 기자 leeheke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