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은 열린 사회의 가장 위험한 적"

2019. 1. 26. 23:16C.E.O 경영 자료

"시진핑은 열린 사회의 가장 위험한 적"

다보스(스위스)=최우석 기자                    

입력 2019.01.26 03:00

[오늘의 세상] 세계적 투자자 소로스, 다보스서 작심비판

"중국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영구 집권을 꿈꾸는 독재자이며 '열린 사회(open society)'의 가장 위험한 적이다."

세계적 투자자 조지 소로스(Soros·89) 소로스펀드 회장은 24일(현지 시각)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 중국 시진핑 주석을 작심하고 비판했다. 소로스 회장이 말하는 '열린 사회'는 1인 독재가 아닌 법에 따른 지배가 이뤄지며, 정부가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는 사회를 뜻한다.

세계적 투자자 조지 소로스가 24일(현지 시각)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향해 “‘열린 사회’에 가장 위험한 적”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해마다 다보스포럼에 참석하는 기자 100여 명을 초청해 만찬 기자회견을 갖는 소로스 회장은 이날 시진핑 주석에 대해 '인공지능(AI) 등 새로운 정보통신 기술을 이용해 주민을 억압하는 독재자'라고 평가했다. 시 주석이 추진하는 일대일로(一帶一路·육해상 실크로드) 정책은 중국의 이익을 위해 개발도상국들을 파탄에 빠뜨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세계 5G 시장에서 화웨이와 ZTE 등 중국 기업이 다른 나라들에 심각한 안보 위협을 초래한다며 이들을 규제해야 한다고도 했다. 미수(米壽)를 넘긴 소로스 회장은 기자회견 도중 연거푸 물을 마셔가며, 중국의 민주화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쏟아냈다.

◇"中, 열린 사회를 위협하는 독재 정권"

소로스 회장은 "(중국 등) 독재 정권들이 IT 기술을 이용해 국가 주도의 국민 감시 시스템을 만들고 있어 민주 사회를 위협하는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시진핑 주석이 추진하는 '사회 신용 시스템'은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 나오는 빅브러더 체제를 연상시킨다고 말했다. 중국의 '사회 신용 시스템'은 온·오프라인상 개인의 신용·금융 및 사회·시민 활동 정보를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한 뒤, AI·빅데이터로 분석해 개인에 대한 포상이나 징벌을 가하는 제도다.

◇"일대일로는 개발도상국 수탈 도구"

소로스 회장은 "시진핑 주석의 일대일로 정책은 중국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 고안됐지, 수혜국들을 위한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중국은 경제성 없는 대규모 인프라 프로젝트들을 무상원조가 아닌 차관으로 추진했고, 이 과정에서 해당국 관리들에게 금품을 제공하며 밀어붙였다는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 스리랑카를 꼽았다. 스리랑카에 항만을 건설해줬는데 차관을 갚지 못하자 아예 항만을 차지했다는 것이다. 그는 또 "중국이 일대일로를 통해 파키스탄 군부에까지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지적했다.

◇"중국 IT 기업들도 제재해야"소로스 회장은 "서방국가들과 중국이 인터넷 거버넌스를 놓고 충돌하고 있다"면서 "중국은 자신들의 규칙과 프로토콜을 앞세운 새로운 기술과 플랫폼을 통해 개발도상국의 디지털 경제 체제를 장악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는 자유로운 인터넷 이용에 위협이 될 뿐 아니라 열린 사회를 간접적으로 위협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때문에 그는 "중국 기업들이 세계 5G 시장을 장악할 경우 전 세계에 안보 위협이 될 것"이라면서 "중국의 통신 기업인 화웨이와 ZTE를 제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中 정치엘리트·기업인에 희망 걸어"

소로스 회장은 "지난해 시진핑 주석이 영구 집권에다 우상화 작업까지 하는 것을 보고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시진핑과 중국 국민을 분리해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 중국을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구성원으로 거듭나게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중국 공안, 얼굴인식 스마트안경 쓰고 감시 - 조지 소로스 회장은 “중국이 정보통신기술로 국민 감시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사진은 중국 공안이 얼굴 인식 기술이 있는 ‘스마트 선글라스’를 쓰고 범죄 용의자를 찾아내는 모습. /SCMP

그는 "중국 유교 사상에 따르면 황제의 충성스러운 신하들은 황제가 잘못된 행동을 하거나 잘못된 칙령을 내릴 경우 죽음이나 유배를 무릅쓰고 직언을 한다"고 소개했다. 이런 유교사상을 믿는 젊은 정치 엘리트들 때문에 시진핑은 국내에서 반발에 직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중국의 경기 침체도 시진핑 주석의 전횡을 둔화시킬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중국이 경기 하강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확실한 징표들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중국 정부가 국민의 생활수준을 향상시킨다는 사회적 계약을 이행하지 못하게 되면 국민과 기업인들이 반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5일 정례 브리핑에서 "흑백과 시비가 뒤바뀐 말을 하는 것은 반박할 가치도 없다"고 했다. 그는 "현재 세계에서 누가 문을 열고 길을 트며, 누가 문을 닫고 담을 쌓는지 분명히 알 수 있다"며 미국을 겨냥했다.

☞조지 소로스

조지 소로스(89)는 세계 3대 금융 투자자이며 헤지펀드 업계의 대부 소리를 듣는다. 1969년 소로스 펀드 매니지먼트를 창업해 40여 년에 걸쳐 연평균 20% 수익률을 올렸다. 소로스의 순자산은 80억달러(약 9조원·작년 2월 기준)로 평가된다. 그는 1930년 헝가리에서 태어난 유태인으로,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의 침공과 소련의 점령을 피해 영국으로 이주했다. 런던정경대 재학 중, 저서 '열린 사회와 그 적들'로 세계적 명성을 얻은 철학자 칼 포퍼 교수 아래에서 공부했다. 그 영향으로 소로스는 '열린 사회 재단'을 설립해 세계 각국에서 민주주의와 인권, 교육, 보건 등을 지원하는 인도주의적 활동을 펼쳐왔다.

조선일보 A2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