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레펠트 음모론(Bielefeld Conspiracy)’이라는 용어가 있다. “우리는 빌레펠트에서 온 사람을 본 적도 없고, 빌레펠트에 다녀온 경험도 없으니, 그런 도시는 세상에 없다”는 주장을 하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말이다.
그런데 빌레펠트는 독일 서부의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에 실존하는 인구 34만 명의 도시다. “내가 모르면 없는 거다”라는, 인간이 자주 저지르는 실수를 빗댄 용어가 ‘빌레펠트 음모론’이다.
역사 서술의 어려움에 대해 루소는 <에밀>에서 다음과 같이설파한다.“역사 서술은 결코 우리에게 현실의 여러 가지 사실들을 충실히 모사해주지 않는다. 현실의 사실들은 역사를 서술하는 사람의 머리 속에서 그 형태를 바꾸고, 그의 관심에 맞도록 변화하며, 그의 선입견에 의해서 특수한 색채를 띠게 된다.발생 무렵 사건의 모습을 관찰하기 위해, 그 무대가 되는 장소에 정확히 가 볼 수 있게 하는 기술에 도대체 누가 정통할 수 있겠는가?”5·18을 바라보는 시각은 루소의 <에밀>과 ‘빌레펠트의 음모론’과 비슷하다. 자기들이 보고 싶은 것만을 바라보고, 그것을 진리라고 우기고, 자신들이 본 것만을 믿으라고 강요한다.“그건 황당한 역사 왜곡”이라고 목소리를 내려는 사람들을 윽박지르고 벌떼처럼 공격한다. 이런 모습을 보면 어느새 우리 현대사에도 전체주의적 망령이 횡행하고 있음을 절감하게 된다.1980년 광주의 봄을 피로 물들인 ‘5·18 민주화운동’을 두고 우리 사회에는 두 개의 거대한 ‘우상’이 만들어졌다. 하나는 “민주주의의 싹을 짓밟으려는 신군부의 학살 만행에 저항하여 수백 명이 목숨을 바쳐가며 항쟁한 처절한 민주화운동”이라는 우상, 다른 하나는 “김대중의 내란음모 과정에서 촉발된 반정부 폭동이며, 이 과정에서 북한군이 개입하여 무장폭동이 격화된 사건”이라는 우상이다.
출처 : 미래한국(http://www.futurekore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