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시행사 먹잇감으로 떠오른 `대토보상`…원주민 등 피해 우려

2019. 2. 22. 13:34건축 정보 자료실

[단독] 시행사 먹잇감으로 떠오른 `대토보상`…원주민 등 피해 우려

일부 시행사들이 대토보상권을 선지급 형태의 현금으로 사들여
장항·수서지구에 이어 판교 금토2·수원 당수지구서 횡행

  • 조성신, 이미연 기자
  • 입력 : 2019.02.22 11:20:11   수정 : 2019.02.22 11: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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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수서역세권에서 대토지주들에게 뿌려진 W사의 설명자료. 선지급을 통해 원주민의 권리가 시행사(업무대행사)로 넘어가는 구조다.
사진설명지난해 8월 수서역세권에서 대토지주들에게 뿌려진 W사의 설명자료. 선지급을 통해 원주민의 권리가 시행사(업무대행사)로 넘어가는 구조다.
대토보상제도가 일부 시행사들의 토지확보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 전매가 금지된 토지보상권을 일부 시행사들이 현금보상금액보다 높은 조건(110~120%)으로 사들이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몇몇 시행사들이 관련 법규 및 제도 미비를 악용해 판교 금토2지구와 수원 당수지구의 토지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 업계에선 조만간 보상이 진행될 과천, 하남 교산 등 3기신도시 예정지구에서도 이 같은 문제가 확산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22일 국토부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대토보상제도’란 토지를 수용당하는 원주민에게 현금 대신 신도시 내 새로 조성하는 토지로 보상하는 방식이다. 현금보상의 부작용을 덜고 인근 지가 상승을 차단하는 동시에 대토보상자인 원주민의 해당 지역 재정착을 유도하기 위한 마련됐다.

그러나 최근 전매가 금지된 원주민들의 대토보상권을 편법으로 거래되고 있다. 관련 업계는 이런 대토보상금 대여금 형식의 지주공동개발사업 불법 전매가 과천지식정보타운을 시작으로, 수서역세권개발사업지구, 고양 장항지구, 평택 브레인시티, 수원 당수지구 등지에서도 횡행하고 있을 것으로 보고있다.

문제는 이같은 대토보상권 매입을 통한 토지 확보가 시행사들의 신규 먹거리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장항지구 등지에선 G사와 W사 등의 대형시행사는 물론 1세대 디벨로퍼로 알려진 M사까지 대토보상권 매입에 뛰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G사와 W사의 경우 위례신도시, 강남보금자리지구, 과천지식정보타운지구에서 대토보상개발 업무대행사로 시작한 업체들인데 최근 기존 업무대행경험을 바탕으로 이제는 아예 토지 확보에 나선 것이다. 최근에는 대형 디벨로퍼이자 건설사인 S사도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토보상 관련 컨설팅 사업을 영위하는 한 소규모 업체 관계자는 "명의변경을 하는 매매가 아닌 신탁 등으로 위장한 상태라 수사권이 없는 관계기관은 적발이 어렵다며 손을 놓고 있다"며 "보상토지의 주인이 대토보상자가 아닌 매입한 시행사가 되어버려서 대토보상 취지에 맞지않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대토개발관련 업체는 "시행사들이 기존 방식 외에 대토보상리츠를 내세운 매입방식으로 대토보상지주에게 접근을 하고 있다. 해당 지역의 지주들이 모인 대책위 등에서는 `왜 G사나 W사처럼 대토매입을 하지 않느냐`는 문의까지 들어오고 있는 상태"라며 "보상이 진행된 판교 금토2지구와 수원 당수지구에서는 대토개발리츠를 통해 LH토지 공급가 대비 130~150% 이상의 매입(주식매입 등)으로 시행사측에서 보상지주들에게 제시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런 편법 매입에 따른 부작용도 우려된다. 대토보상을 신청한 원주민은 시행사가 제시한 현금을 선지급 형태로 받는 대신 토지사용권을 시행사에 넘겨 재정착할 수 없게 된다. 대신 시행사는 일반 토지 경쟁입찰매입가보다 한참 저렴하게 원주민들의 보상토지를 확보할 수 있어 시행사만이 이익을 취하는 구조다. 현금보상대신 대토보상을 신청한 원주민은 감정가 수준으로 토지를 받기 때문이다.

선지급으로 풀린 돈이 다시 인근 토지 등의 투자로 들어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국토지주택공사(이하 LH) 입장에서 보면 현금보상의 문제는 그대로 안고가면서 현금보상보다 더 큰 규모의 토지를 시행사에 갖다바치는 모양새가 되버린다.

지난해 말 장항지구 토지주들에게 뿌려진 안내문. 현금보상보다 대토신청을 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사진설명지난해 말 장항지구 토지주들에게 뿌려진 안내문. 현금보상보다 대토신청을 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사업진행도 간단하다. 시행사는 수용지구 원주민들을 대상으로 사업설명회를 열어 보상을 현금이 아닌 대토로 신청하도록 안내한다. 이후 대토를 신청한 지주들에게는 대출금상환, 양도세납부, 가사비 충당금 등으로 `선대여` 방식으로 대토 신청금의 60~70%에 해당하는 현금을 지급해 해당 토지의 지분을 획득하는 방식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일부에서는 최고 150%의 현금보상안을 제시하고 있다.

제도의 허점은 여기에 있다. LH의 대토보상 시행지침 제 18조에 "토지소유자가 대토로 보상받기로 결정된 권리는 대토보상계약 체결일부터 대토에 대한 소유권 이전등기를 완료할 때까지 전매(매매, 증여, 그 밖의 권리 변동을 수반하는 일체의 행위 포함)할 수 없으며, 이를 위반 시 공사는 대토보상금액을 현금으로 보상할 수 있다"고 되어있다. 이들 시행사는 계약서에 이를 매매가 아닌 `신탁`이라고 표시해 전매금지를 편법으로 우회하고 있는 것이다.

피해는 이뿐 만이 아니다.
이런 시행사들의 작업으로 현금보상을 받으려던 지주가 대토를 신청하는 바람에 대토보상토지가 늘어나 일반개발을 할 수 있는 입찰토지가 줄게 되면 LH의 지구별 사업성이 떨어지게된다. 기존 대토보상제도를 활용해 개발사업을 통해 재정착하려던 원주민들은 원하는 토지를 받지 못하거나 대토보상 대상자에서 탈락할 가능성도 있다.

실제 장항지구에서 LH는 대토보상신청을 2000억원 수준으로 예측했으나, 3000억원이 넘는 대토신청이 들어오자 결국 한도를 초과하는 1000억원 만큼의 대토신청은 추첨으로 반려하기도 했다.

한 대토개발업체 관계자는 "LH에 수사권이 없는데다가 아직 이런 사례에 대한 처벌도 없기 때문에 지주(원주민)들은 현금보상금보다 많게는 50% 넘게 현금을 주는 시행사의 매입유도가 문제없다고 인식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정부가 제3기 신도시발표와 더불어 대토리츠 활성화를 주장했으나, 이런 편법에 대한 단속이 없다면 대토보상은 시행사들의 배만 불리는 제도로 전락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디지털뉴스국 조성신·이미연 기자 enero20@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