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면 걸리는' 산안법 보완 끝내 외면한 시행령
"공장 중단 기준 분명히 해달라"는 호소 묵살
불확실·불투명·불안 넘어 기업의지 꺾는 법령 강행

정부가 기업들의 호소와 탄원에 귀 막은 채 기업 경영을 불확실·불투명·불안 속으로 몰아넣을 법령을 강행하기로 했다. ‘중대 재해’ 등이 발생하면 작업 중지 명령을 내리고 경영자를 처벌하는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의 처분 기준을 시행령과 시행규칙으로 구체화해 달라는 기업들의 요구를 끝내 외면한 것이다.

정부가 오늘 입법예고 예정인 산안법 시행령과 시행규칙이 이대로 시행되면 기업들은 언제 어떤 기준에 걸려 공장 가동을 얼마나 멈춰야 할지 모르는 상황에 내몰리게 된다. 지난해 말 국회에서 개정된 산안법이 작업 중지 명령 발동요건 등을 ‘산업재해가 발생할 급박한 위험’ 등으로 모호하게 규정해남발될 소지가 커졌기 때문이다. 담당 공무원과 정부가 자의적 판단이나 여론에 밀려 작업 중지를 결정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쏟아지는 이유다.

기업들은 시행령과 규칙에 구체적인 작업 중지 기준을 넣어달라고 요청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지난달 말 이런 내용을 담은 경영계 의견서를 고용노동부에 제출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반영된 게 사실상 하나도 없다는 게 기업들의 하소연이다. “업종이나 기업별로 사정이 달라 세세한 기준을 시행령에 포함할 수 없다”는 게 정부 논리인데, 다른 말로 하면 “당신(기업)들이 알아서 잘 하면 될 것 아니냐. 우리는 아쉬울 게 없다”는 배짱부리기와 다를 게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