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노조원 채용하라"
공사 막고 태업 부추기고…
전국 건설현장 피해 '속출'
건설사에 각종 명목 돈 요구
공사인력 배치까지 제멋대로
공사 막고 태업 부추기고…
전국 건설현장 피해 '속출'
건설사에 각종 명목 돈 요구
공사인력 배치까지 제멋대로
지난 23일 서울 강남구 개포주공8단지 디에이치자이개포 공사현장에서 민주노총 산하 건설노조원들이 조합원 채용을 요구하며 공사장 입구를 점거하고 농성을 벌이고 있다. 이주현 기자
노조의 훼방으로 공사가 중단되는 경우가 속출하자 일부 사업자는 청와대 게시판에 건설노조의 횡포를 막아달라는 국민청원을 올리고 있다. 철근·콘크리트공사협의회가 지난 3월 올린 청원은 5만명 이상의 동의를 받았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노조 요구를 거부하면 불법 행위를 꼬투리 잡아 구청이나 경찰에 신고해 공사 현장이 멈춰서는 경우가 다반사”라며 “공사를 무사히 마치려면 노조원 채용 요구를 거부하기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전문건설협회에 따르면 협회와의 단체협약 협상에 참여하는 건설노조는 2년 전 3개에서 올해 11개로 늘었다. 민주노총 소속 건설 노조원만 작년말 기준 14만명을 넘었다.
민주노총, 건설노조원 채용 대가 돈 상납받아…"조폭이 따로 없다"
서울 신길동 힐스테이트 공사장 1번 출입구에는 이런 안내문구가 붙어 있다. 건설노조가 공사장 비리를 찾겠다며 드론을 날리는 일이 잦아 이를 막으려고 붙여 놓은 것이다. 건설회사 관계자는 “노조의 채용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각종 트집을 잡아 신고한다”며 “심지어 모델하우스와 본사까지 찾아가 확성기와 현수막으로 악덕 기업으로 몰아간다”고 말했다. 충남 아산시의 C건설사 아파트 공사현장도 건설노조의 채용 요구를 거부했다가 보복을 당했다. 지난 22~23일 이틀간 시청 및 고용노동부의 현장조사로 공사가 중단됐다. 현장사무소 관계자는 “아무리 철저히 현장을 관리해도 일단 신고가 들어오면 해당 기관이 현장을 찾아야 한다는 점을 악용한다”며 “크레인타워 설치와 직원 고용 문제는 계약을 맺은 하도급 업체의 권한인데 노조가 막무가내로 노조원 채용을 압박한다”고 말했다.
○노조원끼리 충돌로 공사 중단
불법 외국인 노동자를 잡겠다며 공사현장에 무단침입하는 사례도 다반사다. 지난주 B건설업체는 오전 7시부터 외국인 노동자를 단속하겠다는 노조와 실랑이를 벌였다. 직원들을 동원해 무단침입은 겨우 막았지만 노조가 다시 찾아오겠다며 엄포를 놓은 상태다. 이 업체 관계자는 “노동자 관리는 엄연히 업체 권한인데도 노조가 무시하고 있다”며 “경찰도 집회 현장에는 오지만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아 답답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이권 커지자 노조 난립
현재 서울 인천 경기지역에서만 주요 건설노조는 11개에 달한다. 2년 전 3개에서 네 배 가까이로 늘었다. 이들은 전문건설협회를 통해 82개 건설업체와 임단협을 추진 중이다. 소규모 노조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고용부는 통계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건설업계에서는 이권이 커지면서 2~3년 전부터 건설노조들이 우후죽순 생겨난 것으로 보고 있다. 건설업체들은 일반적으로 노조의 관리자급 임원에게 ‘전임비’를 지급한다. 조합당 약 100만원을 지급하는 게 보통이다. 공사에 참여하지 않는 노조가 이름만 걸어놓고 전임비를 챙겨가기도 한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노조가 5~6팀 들어오면 건설업체는 매월 500만원 넘는 비용이 들어 영세 업체들은 공사를 접는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크레인 같은 전문분야는 더 심각하다. 노조가 인력 대부분을 장악하고 있어서다. 하청 공사를 담당하는 전문건설 업체들은 노조 소속 크레인 기사에게 임금 외 400만~500만원 상당의 ‘월례비’를 주는 게 관행이다. 크레인 기사들은 대부분 원청 업체로부터 월급을 받고 있어 사실상 아무런 명목 없이 받고 있는 셈이다.
김순신/이주현/배태웅/노유정/아산=강태우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