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컴 10억년 걸릴 계산, 퀀텀은 100초만에…참석자들 "와~"

2019. 6. 12. 12:52C.E.O 경영 자료

슈퍼컴 10억년 걸릴 계산, 퀀텀은 100초만에…참석자들 "와~"

`한국에 온 미래` IBM 양자컴퓨터 국내 첫 공개

`황금 샹들리에` 자태에 탄성
난해하고 복잡한 계산 필요한
화학·의료·금융 폭넓게 활용

로버트 슈터 IBM 퀀텀 부사장
"미래기술 한계 풀 핵심 기술
5~10년내 상용화 될 것"

  • 이선희 기자
  • 입력 : 2019.06.11 17:54:49   수정 : 2019.06.12 09:2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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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경-IBM 포럼 ◆ 

11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매경-IBM 씽크 서밋 코리아`에서 민원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2차관의 축사를 듣고 청중이 박수를 치고 있다. 앞줄 오른쪽 둘째부터 차상균 서울대 빅데이터연구원장, 장대환 매경미디어그룹 회장, 해리엇 그린 IBM 아태지역 총괄사장. 
[한주형 기자]
사진설명11일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열린 `매경-IBM 씽크 서밋 코리아`에서 민원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2차관의 축사를 듣고 청중이 박수를 치고 있다. 앞줄 오른쪽 둘째부터 차상균 서울대 빅데이터연구원장, 장대환 매경미디어그룹 회장, 해리엇 그린 IBM 아태지역 총괄사장. [한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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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에 녹아 있는 카페인의 원자 구성 요소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계산 능력이 필요한데 현존 컴퓨터로는 불가능합니다. 그러나 양자컴퓨터로는 커피 분자가 가진 에너지를 계산할 수 있게 돼 우리가 몰랐던 카페인의 속성을 규명할 수 있게 되고 새로운 발전이 가능하겠지요. 비단 커피뿐일까요. 양자컴퓨터는 의료 화학 금융 등 전 산업에서 대변혁을 일으킬 것입니다." 

11일 `매경-IBM 씽크 서밋 코리아`에서 로버트 슈터 IBM 퀀텀 부사장은 양자컴퓨터가 가져올 미래 변혁을 제시하며 "양자컴퓨터는 4차 산업혁명을 뛰어넘는 `미래 기술`"이라며 "3~5년 뒤 양자컴퓨터가 상용화될 것이다. 그때 가서 준비하면 늦는다.
한국 기업들이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자컴퓨터는 0 또는 1의 조합으로 이뤄진 비트 단위로 연산하는 기존 컴퓨터와 달리 0과 1을 동시에 사용하는 `큐비트` 단위로 연산하는 새로운 차원의 컴퓨터다. 전례 없는 속도로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기 때문에 `꿈의 컴퓨터`라 불린다. 

양자컴퓨터의 성능이 얼마나 대단한지 짐작하기는 쉽지 않지만, 전문가들은 "예를 들어 기존 슈퍼컴퓨터가 10억년 걸리는 소인수분해 문제를 양자컴퓨터는 100초 만에 풀 수 있다. 이 정도면 업그레이드가 아닌 천지개벽 수준"이라고 말한다. 

2016년 5큐비트 사양의 `IBM 익스피리언스`를 공개한 IBM은 양자컴퓨터 기술 개발에 매진해 올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가전박람회(CES)에서 50큐비트 수준의 IBM Q를 공개해 주목받았다. 50큐비트 성능이면 슈퍼컴퓨터보다 1000조배 빠른 수준이다. IBM은 이날 `매경-IBM 씽크 서밋 코리아`에 IBM Q의 실물 모형도 공개했다. 외형은 동그란 원통(냉각장치) 모양이 공중에 매달려 있고 그 아래로 금으로 만든 부품들이 장식된 형태다. 포럼 참석자들은 `황금색 샹들리에`의 자태에 감탄을 쏟아냈다. 

슈터 부사장은 "전 세계 IBM Q가 몇 대나 있는지는 밝힐 수 없다"면서도 "이미 실제로 기업과 일반인들이 양자컴퓨터를 클라우드로 연결한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IBM 양자컴퓨터는 연구나 개발 목적으로 기업을 대상으로 한 상용 서비스, 일반인들이 스스로 학습하고 연구할 수 있도록 무료로 제공하는 서비스 두 종류가 있다. 

글로벌 기업들은 IBM 양자컴퓨터 네트워크에 참여해 미래 기술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IBM이 기업에 연구개발 목적으로 양자컴퓨터 기술을 제공하는 `IBM Q 익스피리언스 시스템`에는 다임러 JP모건 액센츄어 등 60개 이상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국내 기업으로는 유일하게 삼성전자가 포함돼 있다. 슈터 퀀텀 부사장은 "비즈니스와 과학 분야에서 양자 기술의 실질적인 응용을 목표로 포천 500대 기업, 교육기관, 연구소, 스타트업이 협력하고 있다"면서 "JP모건은 양자컴퓨터로 주식·채권 등 금융 상품의 리스크를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시스템을 실험하고 있고, 엑손모빌은 양자컴퓨터로 새로운 화학물질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자컴퓨터가 먼 미래처럼 보이지만 일반인에게도 확산되고 있다. IBM은 미국 뉴욕에 있는 토머스 J왓슨 연구센터에 설치된 양자컴퓨터 IBM Q를 클라우드로 연결해 일반인도 사용할 수 있는 `IBM Q 익스피리언스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이 사이트에 접속하면 무료로 양자컴퓨터 교육·체험을 할 수 있다. 슈터 부사장은 "현재 13만명 이상이 무료로 IBM Q를 사용했으며 이를 통해 1000만건 이상의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면서 "양자컴퓨터가 실제로 상용화되기까지는 5~10년 사이로 본다"고 예측했다. 

미국·중국 정부도 양자컴퓨터를 4차 산업혁명의 한계를 극복할 핵심 기술로 보고 양자컴퓨터 개발에 엄청난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해 미국은 양자 기술에 5년간 12억7500만달러(약 1조5000억원)를 투자하는 법안을 통과시켰고, 중국도 1조2000억원을 들여 내년까지 양자국가연구소를 설립하겠다고 발표했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카이스트에 `인공지능양자컴퓨팅 IT 인력양성 연구센터(ITRC)`가 설립됐다. 슈터 부사장에 이어 무대에 오른 이준구 카이스트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지금이라도 한국에서 양자컴퓨터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게 다행"이라면서 "양자컴퓨터의 시대가 생각보다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고 했다. IBM 양자컴퓨터는 IBM Q 익스피리언스 시스템 웹페이지에서 누구나 체험할 수 있다. 

양자컴퓨터는 기하급수적이고 규모가 방대해 연산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특정한 형태의 난해한 문제를 해결할 잠재력을 갖고 있다. 

머신러닝, 신약 및 소재 개발과 관련된 대형 분자 시뮬레이션, 혹은 분자 간 상호작용, 운송 물류에서 효율적인 무역을 위한 최적화 프로그램 설계, 자산 가격 책정 및 리스크 분석 등에 활용될 수 있다.
 슈터 부사장은 "화학 의료 금융 등에 폭넓게 쓰일 수 있다"고 했다. 특히 양자컴퓨터는 인공지능이 적용되는 분야라면 어디든 활용될 수 있다고도 했다. 올해 3월 IBM과 매사추세츠공과대(MIT), 옥스퍼드대가 네이처에 공동 게재한 논문을 보면 두 가지 양자 연산 알고리즘 방식을 개발해 머신러닝 분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또한 2월에 발표한 논문에서는 충분한 규모 이상의 양자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다면 재무 리스크를 완벽하게 분석할 수 있고 속도도 향상할 수 있음을 밝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