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무안공항 옆에 "또 짓겠다"…車로 1시간 거리에 공항만 네 개
2019. 6. 12. 19:52ㆍ이슈 뉴스스크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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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무안국제공항의 별명은 ‘한화갑 공항’이다. 김대중 정부 실세이던 한화갑 전 민주당 대표 덕분에 생겼다는 이유에서다. 시장 수요가 아니라 ‘정치’가 만든 사회간접자본(SOC) 시설은 두고두고 나라살림을 축내는 골칫거리가 됐다. 연간 857만 명(1999년 사업계획 수립 당시 예측치)에 이를 것이라던 이용객이 54만 명(2018년)에 그치면서 무안공항은 연간 100억원이 넘는 적자를 내고 있다.
보다 못한 정부는 무안공항을 살리겠다며 KTX 호남선을 16.6㎞ 구부려 무안공항을 경유하도록 하는 방안을 내놨다. 다른 공항을 이용하는 항공 수요를 무안으로 돌리기 위해 나랏돈 1조1000억원을 쓰기로 한 것이다. 그러고선 올 1월 무안공항과 차로 한 시간 거리인 전북 새만금에 8000억원을 들여 새로운 국제공항을 짓기로 했다. 무안공항에서 1시간 남짓한 거리에는 군산공항, 광주공항도 있다. “무안공항과 이용 권역이 중복된다”(광주전남연구원)는 지적은 ‘지역경제 활성화’란 명분에 묻혔다. 전문가들은 “인구 500만 명인 호남에 다섯 번째 공항을 짓는 건 과잉·중복 투자”라며 “세금 먹는 하마를 또 하나 낳는 것”이라고 말했다.
15개 중 11개가 적자인 국내 공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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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공정률 85%에서 공사를 중단한 경북 울진공항이 대표적인 예다. “하루 이용객이 50명에 불과할 것”(한국교통연구원)이란 전문기관 의견을 무시한 채 ‘힘센 정치인’(김중권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의 지역구란 점 등이 반영돼 사업을 추진했지만, 취항하겠다는 항공사를 끝내 찾지 못했다. 1100억원이 투입된 이 공항은 비행교육장으로 쓰이고 있다. 엉터리 수요예측으로 건설된 공항도 있다. 강원 양양공항의 지난해 이용객(3만7000명)은 공항 건립 전인 1999년 예측치(272만 명)의 2%에도 못 미친다. 15개 국내 공항 중 인천 김포 김해 제주를 제외한 11개 공항이 5년째 적자를 내는 이유다.
공항, 일반철도, 국도 등 핵심 SOC는 건설비를 중앙정부가 전액 부담하고 운영은 각 공기업이 책임진다. 그래서 지방자치단체와 지역구 의원들은 적자가 나건 말건 사업을 따내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한다. 손의영 서울시립대 교통공학과 교수는 “정치력이 개입하면 경제성이 낮게 나오더라도 데이터베이스(DB)를 변경하고 평가방식을 바꿔 경제성이 있는 사업으로 변신시킨다”고 지적했다.
끊임없이 나오는 적자 SOC
혈세를 잡아먹는 SOC사업은 공항뿐만이 아니다. 3000억원이 투입된 인천공항 KTX는 운영 4년 만인 지난해 7월 문을 닫았다. 전체 좌석의 77%(하루평균 이용객 3433명)를 빈 채로 운행하다 보니 적자를 감당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비용 대비 편익(B/C)이 0.93으로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예비타당성 조사 결과를 무시한 채 사업을 강행한 결과다.
인덕원~동탄선 복선전철(경기 안양~화성)은 지역 민원에 ‘거북철’이 됐다. 경기 용인·안양·수원·화성시의 강력한 요구로 네 개 역을 추가한 탓이다. 사업비도 2조4587억원에서 2조8570원으로 4000억원가량 늘었다. 전문가들은 SOC를 둘러싼 ‘세금 블랙홀’ 현상이 근절되지 않는 이유로 △국회의원의 표심 얻기 경쟁 △지자체의 치적 쌓기 △허술한 수요예측 등을 꼽는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2013년 17·18대 국회를 분석한 결과 대규모 SOC사업을 공약으로 내세울수록 재선 확률이 더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재정지원액이 많을수록 재선 확률은 더 높았다.
전문가들은 부실 SOC를 막기 위해선 사업 추진 체계부터 고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태일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는 “재정 사업이 정치권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예비타당성 조사의 독립성이 보장돼야 한다”며 “예비타당성 조사 통과 여부를 정하는 종합평가 결정기구를 금융위원회처럼 독립기구로 운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길성/최진석 기자 vertig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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