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엔 사실상 타격없는데… "외교 출구찾기만 더 힘들어졌다"

2019. 8. 12. 21:00C.E.O 경영 자료

日엔 사실상 타격없는데… "외교 출구찾기만 더 힘들어졌다"

일본, 對韓 수입 물량 많지 않고
대체선 찾을 수 있어 영향 미미
"日 최근 타협 신호 보내는 모양새
강대강 대치보다 외교 해법 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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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엔 사실상 타격없는데… "외교 출구찾기만 더 힘들어졌다"


日수출규제, 한국의 반격 

전문가 긴급 분석
 

일본이 우리나라를 전략물자 수출우대국인 '백색국가'에서 제외한 것에 대한 맞대응으로 우리 정부도 일본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했다. 

일본이 지난 7일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공포하면서 시행세칙에서 지난 7월초 수출규제에 들어간 반도체 디스플레이 소재 3개 품목 외에 추가로 규제 품목을 지정하지 않고, 규제 대상이었던 반도체 제조용 포토레지스트(감광제) 수출 1건을 허가하는 등 한 발 물러서는 모양새를 보였다. 이에 따라 당초 지난 8일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일본 백색국가 제외 방침을 밝히려던 우리 정부가 발표를 연기하면서 '강대강' 대결 국면이 다소 누그러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지만, 결국 정부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식의 상응 조치를 선택했다. 

이에 대해 경제 전문가들은 일본이 우리나라로부터 수입하는 물량이 많지 않은데다, 주로 소비재 위주로 수입하고 있어 우리 정부의 일본 백색국가 제외 결정이 얼마나 효과를 낼지는 의문이라면서, 상호 보복보다는 대화와 타협의 외교적 해법을 찾는 게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日 백색국가 제외 규정 골자= 정부가 12일 발표한 '전략물자 수출입고시 개정안'의 세부 내용을 보면, 가의2 지역은 나 지역 수준의 수출통제 규정을 적용한다. 

사용자포괄허가의 경우 가의1 지역 국가는 기존 가 지역 규정대로 원칙적으로 허용하지만, 가의2 지역은 동일 구매자에게 2년간 3회 이상 반복 수출하거나 2년 이상 장기 수출계약을 맺어 수출하는 등 예외적인 경우에만 받을 수 있다. 사용자포괄허가는 자율준수무역거래자로 지정된 수출자가 정해진 품목을 구매자, 목적지국가, 최종수하인을 지정해 일정 기간 수출하도록 허가하는 것을 말한다.

자율준수무역거래자에 한해 일정 기간 수출을 허가하는 품목포괄수출허가는 가의1 지역은 자율준수무역거래자 등급이 AA, AAA 등 모두 가능하지만, 가의2와 나 지역은 AAA 등급만 허용된다. 신청서류는 1종에서 3종으로 늘어나고, 유효기간은 3년에서 2년으로 짧아진다. 재수출은 허가하지 않는다.

정부 심사 기간은 가의1 지역은 5일이지만, 가의2와 나 지역은 15일로 길어진다. 재수출과 중계수출 시 가의2 지역과 나 지역은 별도 심사를 받아야 한다. 다만 중개허가는 가의2 지역도 종전처럼 심사가 면제된다.

◇전문가들 "효과 의문, 대결보다는 외교적 해법 찾아야"= 우리 정부가 관리하는 전략물자 품목은 모두 1735개다. 일본이 그나마 한국에서 수입하는 비중이 높은 스테인리스강 열간압연, 비금속 할로겐화물 등의 품목이 이번 결정으로 영향을 받을 것이란 관측이다. 하지만 일본의 한국 수입 물량 비중이 높지 않고, 수입 대체선을 얼마든지 찾을 수 있어 직접적 타격을 주기에는 매우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일본의 총 수입액 39조1321억 엔 가운데 한국 수입액은 1조6228억 엔으로 4.2%에 불과했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일본 백색국가 제외의 실효성은 매우 약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정 교수는 "일본이 숨 고르기를 하는 이유에 대해 공식 발표가 없었지만 한국을 대화의 장으로 이끌려는 의도가 숨어있을 것"이라며 "'일본은 대화를 하려했으나 한국이 맞대응했다'는 등 정치적으로 이용할 여지도 있다"고 말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대체 불가능한 품목에 대해 수출을 제한해야 백색국가 배제가 의미가 있지만, 현재는 그것이 쉽지 않은 게 사실"이라며 "일본이 타협하자는 시그널을 보내고 있다고 생각하며, 외교적 해법을 찾는 게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우리나라는 소비재 위주로 일본에 수출하고 있어 백색국가 제외 조치를 취한다고 해서 일본에 피해를 줄지는 의문"이라면서 "국익을 고려한다면 정부가 냉정을 찾고 외교적 노력을 통해 방법을 찾아야지, 강대강 대결구도로 갈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상근자문위원은 "서로 보복을 자제해 더이상의 연쇄적 경제보복이 나오는 것을 억제할 필요가 있다"면서 "우리도 보복하게 되면 국내 관련 업계에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허윤 서강대학교 국제대학원장은 "이번 결정으로 오히려 일본이 한국에 대해 더 감정적으로 나올 수 있다"며 "정부가 한 호흡 고르고, 상황을 유연하게 가져가는 게 우리 기업 입장에서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김승룡·황병서·주현지기자 srkim@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