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神의 직장 정규직화` 도미노…민주노총만 몸집 키웠다

2019. 10. 21. 18:54C.E.O 경영 자료

`神의 직장 정규직화` 도미노…민주노총만 몸집 키웠다

일자리지표 쫓기는 정부
만만한 공기업 정원 확대
사측은 경영성과로 인정받고
민노총은 세불리기 이해 맞아

너도나도 "귀족노조 되겠다"
혈세낭비·박탈감은 국민 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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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공기관 정규직 포퓰리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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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건강보험공단이 1600명에 달하는 콜센터 직원까지 직접 고용에 나서면서 공기업에 자회사·위탁회사 정규직을 비롯해 비정규직의 공기업 직접 고용 요구는 더 거세질 전망이다. 이미 지난 3일 서울대병원이 청소·급식·경비·주차 등의 업무를 담당하는 비정규직 근로자 614명 전원을 직접 고용(정규직)하겠다고 밝히면서 다른 국립대병원에서도 비정규직 직고용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최근 파업을 벌였던 코레일도 자회사 정직원들의 본사 직고용을 요구 조건으로 내걸었는데 본사 측이 요구를 계속 무시할 경우, 또다시 투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일부 공공기관장들은 "가뜩이나 경기가 침체돼 있는데 향후 심각한 경영난을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그러나 상당수 낙하산 기관장들은 "임기 동안 정부가 시키는 대로 하고 경영평가를 잘 받으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것"이라는 안일한 인식을 보여준다. 당장 국민건강보험공단만 해도 의료 보장을 대폭 강화하는 `문재인 케어` 추진 여파로 부채가 2017년 대비 3조4800억원 증가했고, 당기순이익은 4조2600억원이나 줄어 작년 3조9000억원의 적자를 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드러내놓고 사기업인 위탁업체 직원을 본사 정규직으로 채용이 가능한 것은 공기업 평가 방식 때문이다. 문재인정부 들어 공공기관 평가 방식이 새롭게 변경되면서 경영관리 55점 중에서 사회적 가치 구현이 가장 높은 24점 배점을 차지하게 됐다. 이 중에서도 일자리 창출 실적은 가장 높은 7점으로 경영전략 및 리더십 4점, 업무효율 5점, 혁신과 소통 5점보다 월등하게 비중이 높다. 당연히 공공기관 입장에서는 정규직 전환을 할수록 좋은 평가를 받게 된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334개 공공기관은 정권 초인 2017년 말 세운 목표인 9만6030명 중 올 7월까지 벌써 99.7%(9만5760명)를 전환 결정했다. 건보공단은 작년 `낙제`급 경영실적을 냈지만 경영평가는 A등급을 받았다.

문재인정부 출범 전 노조원 숫자 측면에서 한국노총에 밀렸던 민주노총은 이런 정부와 공공기관의 정규직 전환에 `최대 수혜자`로 떠올랐다. 공공기관 내 비정규직을 포함해 자회사·위탁회사 직원들까지 `철밥통`인 공기업 노조원으로 편입되면서 대부분 민주노총 소속 조합원으로 편입됐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민주노총이 4월에 조합원이 100만명을 돌파했다고 선전했는데, 정부가 따로 파악한 통계치는 없지만 실제 그럴 것으로 보인다"며 "민주노총 산하에는 전국공공운수노조, 민주일반연맹처럼 공공부문을 전문으로 하는 곳이 있고 정규직 중심인 한국노총에 비해 비정규직 포섭에 적극적이라 전환된 정규직 대부분이 민주노총으로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비정규직 제로 정책 추진으로 공공기관 비정규직들의 기대 수준이 높아지고, 이들의 조직화 필요성이 증가한 틈새를 민노총이 비집고 들어갔다는 얘기다. 민주노총은 조합원이 올 4월 101만4800명으로 100만명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특히 2017년 1월부터 2019년 4월까지 전체 신규 조합원 수는 21만7971명인데 이 중 공공부문은 8만2564명으로 37.9%를 차지했다.

민주노총이 한국노총을 압도할 정도로 득세하자 곳곳에서 노노 갈등까지 커지는 중이다. 최근 벌어진 한국도로공사 톨게이트 노조 사태가 대표적이다. 원래 톨게이트 노조는 한국노총 소속이지만 민주노총 산하 민주일반연맹이 끼어들면서 노조 간 싸움으로 비화됐다. 지난 9일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의 절충안에 대해 한국노총 소속 노조는 이를 수용했지만 민주노총 소속 400여 명이 합의를 거부하며 현재도 김천 도로공사 본사 점거를 이어가고 있다.
 고용 확대를 위해 추진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당초 의도치 않았던 본사 직접 고용으로 번지고 숱한 잡음을 낳기 시작하자 청와대도 당혹스러워하는 표정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도로공사 톨게이트 노조의 수납원들이 (농성 등 투쟁을) 하지만, 톨게이트 수납원이 없어지는 직업이라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느냐"고 말했다. 노동계도 시대 흐름을 읽고 발맞춰야 하는데 노조가 `철밥통`만 지켜선 곤란하다는 의미로 읽힌다. 권혁 부산대 로스쿨 교수는 "비정규직의 과도한 정규직화 추진은 비정규직 근로자에겐 일종의 희망고문처럼 되었고 기존 (시험 치르고 입사한) 정규직 근로자에게는 불공정으로 여겨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태준 기자 / 김연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