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에서 만난 샤오미 관계자의 말이다. '한국은 공략하기 쉬운 시장'이라는 얘기다. 더 들어보자.
"시장 진출을 위해 유럽도 가보고, 일본도 가봤다. 쉽지 않더라. 그곳에는 이미 그들이 좋아하는 브랜드 제품이 있다. 성능이 월등했고, 가격도 비싸지 않았다. 그런데 한국은 의외였다. 샤오미에 대적할 만한 제품이 거의 없었다."
무주공산이라고나 할까…. 한국에는 중국의 가성비 제품을 방어할 고유 브랜드 제품이 많지 않다는 설명이었다. 그러니 쉽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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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의 샤오미 본사 신사옥 모습
실제 그런가?
요즘 히트 상품 중에 'Klug' 미니 마사지라는 게 있다. 깜찍하고 이쁜 전동 마사지다. 요즘 인터넷 광고가 많다. 필자도 사용한다. 허리, 목, 등 등에 붙이면 시원하다.
그런데 이게 'Made in China'다. 제품 설명서를 보면 '본품은 항저우(杭州)에서 만들어졌고, 배터리는 둥관(東莞)에서 만들어졌다'고 적혀있다.
깔끔한 디자인, 검은색 고급 이미지, 뛰어난 성능, 싼 가격…. 중국 가성비 제품이 어느 정도 우리 생활에 침투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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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시판되고 있는 미니 마사지기. 중국에서 수입해 판매되고 있다.
사례는 많다.
인터넷에서 눈길을 끄는 광고를 하나 발견했다. '안방을 극장으로 만드는 포켓 빔프로젝터'라는 제목의 소형 빔프로젝터 광고였다. 이런 카피도 제품 사진 옆에 걸려있었다.
'퇴근 후 삶의 질 수직 상승!'
좋아 보였다. 사고 싶어 클릭했다. 내가 원하는 사양이다. 광고 그대로 퇴근 후 삶의 질을 수직 상승시켜줄 만한 제품이었다. 필자의 소비 심리를 자극하는 더 결정적인 것, 그건 가격이었다.
소비자가 99,000원
판매가 49,800원
"와우~! 5만원도 안 되는 돈으로 안방극장을 만들 수 있다!" 탄성이 나올 수밖에 없다.
그 제품 역시 만든 곳은 중국이다. 상품 일반정보에는 '제조국: 중국'이라는 설명이 선명하다. 필자의 안방을 채울 중국 가성비 제품이 하나 더 늘었다.
사례를 더 들라면 끝도 없다. 인터넷 쇼핑 사이트에 가보면 금방 안다. '샤오미' 브랜드는 모두 곧 우리 시장에 쏟아져 들어올 제품이라고 보면 된다. 우리는 정말이지 중국 가성비 제품이 공략하기에 쉬운 시장이다.
수입 회사를 탓할 건 아니다. 중국 가성비 제품이 한국으로 들어와 팔리는 건 너무도 당연한 경제 흐름이기 때문이다. 수요가 있으면 공급이 있기 마련이다. 소비자는 만족도 높은 제품을 찾아 움직인다. 그걸 막으면 오히려 문제가 된다. 우리도 중국 시장에서 그들 소비자에게 많은 걸 팔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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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샤오미 본사의 '가성비 제품' 전시관
문제는 왜 '한국은 쉽다'라는 현상이 벌어졌느냐는 것이다.
5만원 짜리 중국 산 빔프로젝터를 보자.
물론 한국에도 있다. 삼성도 만들고 LG도 만든다. 품질로 보자면 최고 성능 급이다. 중국산과는 비교가 안 된다. 그러나 '싼값에 퇴근 후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영역'은 안 만든다. 그 시장은 대기업 영역이 아니라고 본다.
중소 중견기업이 나서볼 만 하지만 시장을 주도할 만한 브랜드는 없다. 경제 구조와 연결된 문제다. 우리나라 중소기업은 대부분 대기업에 '목숨'을 건다. 대기업에 납품해야 큰다. 위로만 본다. 옆에 있는 내 시장, 내 소비자에는 눈길을 줄 수 없다.
'Klug' 역시 마찬가지다. 이런 제품을 만드는 건 중소기업의 영역이다. 기술이 없는 건 아니다. 오히려 우리가 잘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우리 중소기업은 그런 제품 못 만든다.
임금 구조로 볼 때, 아무리 쥐어짜도 우리 중소기업이 중국 공장을 이길 수 없다. 52시간도 지켜야 한다. 그러니 시장이 빌 수밖에 없다. 그 시장을 중국 가성비 제품이 치고 들어오고 있다.
누구를 탓하랴. 한국의 산업, 시장 여건이 바뀌지 않는다면 한국은 오늘도 쉽고, 내일도 쉬운 시장일 수밖에 없다.
차이나랩=한우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