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순신' 찾고 '죽창가' 부르던 사람들 다 어디 갔나

2019. 11. 5. 18:06C.E.O 경영 자료

[사설] '이순신' 찾고 '죽창가' 부르던 사람들 다 어디 갔나

조선일보
입력 2019.11.05 03:19

문재인 대통령이 태국 아세안+3 정상회의 행사장에서 아베 일본 총리와 11분간 약식 '환담'을 했다. 청와대는 이를 즉각 발표하면서 "양국 현안은 대화로 해결해야 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문 대통령은 "고위급 협의를 갖는 방안도 검토해보자"고도 했다. 역대 최악인 한·일 관계를 제자리로 돌려놓기 위한 외교적 노력이 이뤄지고 있는 것은 다행이다. 그러나 일본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아베는 강제징용 문제와 관련해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고 한다. 보도자료도 형식적이었다. 일본에선 인도 총리와의 만남이 주로 화제가 되고 있다. 양국 간 온도 차가 너무 커서 우리만 헛물 켜고 있는 게 아닌가 걱정될 정도다.

경제적으로나 안보적으로나 지금 같은 한·일 갈등을 방치할 수는 없다. 하지만 불과 얼마 전까지 외교 노력을 주문하는 사람들을 '친일파'로 몰며 반일(反日) 선동에 앞장서던 이 정권이 갑자기 일본과의 대화에 매달리고 있는 모습은 많은 국민을 어리둥절하게 한다. 이에 앞서 외교부 차관보는 미 국무부 차관보를 만나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 미국이 가능한 역할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청와대 안보실 차장이 "미국에 중재 요청하면 글로벌 호구 된다"고 하더니 이제 미국에 손을 벌리는 것은 또 뭔가.

이렇게 구차한 처지가 된 것은 조국의 파렴치에 대한 국민 분노를 돌리려고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을 덜컥 파기한 데 따른 것이다. 안보 문제를 정치에 끌어들인 데 대해 미국이 크게 반발하면서 청와대는 진퇴양난에 몰리게 됐다. 이제 곧 지소미아 연장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시한이 다가온다. 청와대는 지금 지소미아를 연장할 작은 명분이라도 얻어야 할 처지다. 그러려면 한·일 회담이 필요하다. 하지만 일본은 냉담하다. 그러니 일본에 매달리는 것 같은 모습이 연출되는 것이다.

대통령부터 청와대 참모, 여당까지 "이순신 장군의 열두 척 배" "의병을 일으킬 만한 사안" "도쿄올림픽 보이콧" "죽창가"를 앞다퉈 외쳤다. 민주당은 '한·일 갈등이 내년 총선에서 여당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보고서를 만들어 돌렸다. 지금 그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갔나. 난데없는 지소미아 파기로 위기를 자초해 놓고 책임지는 사람 하나도 없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11/04/2019110403245.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