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각본 없다고?… 박찬종 "文 '국민과 대화' 짜고 쳤다"

2019. 11. 19. 17:11C.E.O 경영 자료

[팩트체크] 각본 없다고?… 박찬종 "文 '국민과 대화' 짜고 쳤다"

"미리 신청받아, 이름 적어 내고, 질문 제출받고, 사전 인터뷰 거쳐 300명 뽑았다"

조광형 기자
입력 2019-11-19 15:38

"대통령 '신상' 물어봐 달라… 미리 사람 뽑아 질문까지 유도해놓고"

19일 오후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문재인 대통령의 '2019 국민과의 대화'와 관련,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이번 국민과의 대화는 사전 각본 없이 국민들의 즉석 질문에 대통령이 답하는 타운홀 미팅 형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고 대변인은 "다양한 국민 의견이 여과 없이 국정 최고책임자에게 전달되길 기대한다"고도 말했다.

"사전 각본 없이" "여과 없이"라는 청와대의 홍보는 사실일까.

참가자 신청 미리 받아 사전 인터뷰... "대통령 신상 질문해 달라" 유도까지


5선 국회의원 출신의 박찬종(80) 변호사가 19일 오전 한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밝힌 '사실'과 '분석'에 따르면 사정이 다르다. 박 변호사는 BBS 라디오 '이상휘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각본 없는 대화'의 허구성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박 변호사는 '문재인 대통령이 오늘 국민 300명과 타운홀 미팅식으로 생방송 대화를 하는데, 좀 어떤 기대를 해볼 수 있겠느냐'는 질문을 받자마자 "이게 틀려먹은 게 뭐냐 하면"이라고 운을 떼고는 이번 행사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MBC 보도를 보니 참가자가 300명인데, SNS로 미리 신청받고 사전 인터뷰까지 다 했다."

'사전 인터뷰'까지 해놓고 '사전 각본'이 없다고 하는 게 합당하냐는 지적이다. 박 변호사는 '사전 인터뷰'와 관련 "특히 주로 대통령 신상에 관계된 것을 물어봐 달라는 식으로 거꾸로 쭉 인터뷰를 했는데 이게 있을 수 있는 일이냐"고 분개했다. '대통령 신상'을 강조할 경우 조국사태, 지소미아 종료 문제 등 예민한 현안에 대한 질문은 배제되거나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인적사항, 질문 내용 미리 받고... 묻고 싶은 말 '미리' 적어 내게 해


박 변호사는 사전 인터뷰와 관련, 또 "성명, 묻고 싶은 말 등을 전부 사전에 적어 냈다"고 폭로했다. 인적사항과 질문 내용을 미리 받고, 사람과 질문을 미리 선별했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치밀한 각본은 아니어도 '대화'의 얼개를 주최 측에서 사전 조율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박 변호사는 "(각본 없이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졌던 대통령의 대국민 대화는)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며 "이런 게 국민에 대한 예의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변호사는 문 대통령 취임사의 허구성도 지적했다. 2017년 5월10일 대통령의 취임사에서 "수시로 기자회견을 갖고 국민과 소통하겠다. 현안에 대해 기자들을 (자주) 만나겠다"고 약속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왜 기자회견을 기피하느냐"고 박 변호사는 질타했다. 그는 문 대통령 취임 2년 반 동안 기자회견 횟수가 '2.5회'라고 주장했다.

박 변호사가 말한 '2.5회'의 기자회견 중 2회는 2018년 1월과 2019년 1월에 있었던 신년기자회견을 말한다. 나머지 0.5회는? 2018년 12월 뉴질랜드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기자들과 나눈 '환담'이다.  

박찬종 "나 같으면 '국민과의 대화' 취소하겠다"


박 변호사는 "나 같으면 오늘 국민과의 대화는 취소하고 바로 내일 기자회견을 열 것"이라고 말했다. '사전 각본'이 없다고 보기 어려운 19일 '국민과의 대화' 행사에 의미를 두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박 변호사는 그러나 이날 '대화'의 필요성도 함께 언급했다.

"물론 오늘 국민과의 대화에서, 참석한 누군가가 좋은 말을 한다고 해놓고 발언 기회가 왔을 때 돌발적으로 두들겨 패는 질문을 할 수도 있으니 한번 지켜보겠다."

▲ MBC 공식 홈페이지에 올라온 '2019 국민과의 대화' 참여 신청서 양식. 참여 희망자의 신상명세(성명, 나이, 직업, 사는 곳, 연락처)와 대통령에게 직접 하고 싶은 질문을 적는 공란이 있다. 안내문에는 "내용 확인 등을 위해 사전에 전화 인터뷰가 있다"는 공지글도 있다. ⓒMBC 공식 홈페이지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