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해안포 사격’ 전문가 분석 / “연평도 포격 도발 날짜 맞춰… 큰 의미 / 南 로키대응 기조… 北, 철저 계산한 듯 / 김정은 시찰… 우발적 지시로 보기 어려워 / 北 76㎜포 발사… 南측 NLL 겨냥 주목” / 軍, 이틀간 함구… 北 보도 후에야 “유감” / 비판 여론에 부랴부랴 항의… 문제 많아 / 北, 항의 묵살 땐 대응책 없어 실효성 의문
북한이 연평도 포격도발(11월23일) 9주기에 맞춰 해안포 사격훈련을 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우리 정부의 뒤늦은 유감 표명과 항의 수준의 대응이 적절했는지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연평도 포격 도발은 1953년 정전협정 이후 처음 벌어진 한국 영토가 직접 타격받은 사건으로 민간인 2명과 해병대원 2명이 숨지고 19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26일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 센터장은 통화에서 “연평도 포격 도발 날짜에 맞춰 해안포 사격을 했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며 “북한의 최근 담화 등을 살펴보면 미국의 외교적 성과에 훼방을 놓는다는 엄포가 많았는데 이번 도발은 한국 정부의 남북관계 성과에도 북한이 개입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 센터장은 “정부의 남북관계 성과가 북한의 몽니로 퇴색되는 가운데 유일하게 남은 군사 분야 합의마저 북한의 의지로 깰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라고 설명했다.
군 당국은 지난 23일 북한의 사격훈련과 관련한 신호 첩보를 포착했지만 25일 북한 매체의 보도가 있기 전까지 이틀간 함구했다. 북한의 보도 직후에야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이 정례 기자회견을 통해 북한의 해안포 사격에 유감을 표시했다. 하지만 이날까지도 전통문 발송 등을 포함한 공식항의 조치를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일련의 사태 전개에 정부에 대한 비판 여론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북한이 군사합의를 깬 지 사흘 뒤인 26일 서해지구 군 통신선을 통해 부랴부랴 북한에 항의했다. 이날 항의는 통지문이 아닌 구두 설명과 항의문을 통해 이뤄졌다고 군은 설명했다.
군 관계자는 “(북한 해안포 사격과 관련해) 유관 부서와 협의를 거쳐 어떤 방식으로 북한에 우리 측의 의사를 전달할 것인지를 검토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북한이 ‘남측을 겨냥한 사격이 아니다’라며 우리 측의 항의를 받아들이지 않거나 묵살할 경우 뚜렷한 대응 방안이 없어 항의의 실효성에 대해 회의적인 관측도 제기된다. 이날 오전까지 북한은 우리 측의 항의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이번 포사격은 우리 정부가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날짜에 맞춰 군사합의를 위반함으로써 도발의 의미를 극대화하기 위한 조치라는 해석이 나온다. 연평도 포격 도발은 2010년 11월23일 북한의 기습적인 포격 도발에 맞서 해병대 연평부대가 K-9 자주포로 대응한 전투다. 이날 전투로 연평부대 서정우 하사와 문광욱 일병 등 2명이 전사하고 군인 16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민간인은 2명이 숨지고 3명이 다쳤다.
그동안 해병대는 연평도 포격 날짜에 맞춰 특별정신교육과 상기훈련 등을 해오다 최근 남북한 분위기를 반영해 ‘로키’(절제된 기조)로 대응하고 있다. 북한이 이 같은 사정을 알면서도 북방한계선(NLL) 인근에서 해안포로 군사합의를 위반한 것은 사전에 철저한 계산이 뒤따랐을 것으로 해석된다.
군 소식통은 “1호(김정은) 현장 시찰이라면 사전에 동선이 다 짜여 있는 것은 당연하다”며 “포사격 날짜와 기상까지 이미 기획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발적으로 지시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확인했다.
북한의 사격 방향이 남쪽 NLL을 향했는지도 관심사다. 북한이 공개한 사진 등을 근거로 전문가들은 사거리 12㎞의 76.2㎜ 해안포를 쏜 것으로 추정한다. 창린도를 기준으로 북쪽과 동쪽으로는 사거리 12㎞ 이내가 황해도 옹진군 내륙인 점을 고려하면 남방 해상으로 발사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특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부대 방문 사진 가운데 작전 지도를 보면 남측 지역으로 붉은색 원이 표시된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이번 북한의 해안포 훈련은 평양 군사합의에서 개방을 금지한 포문을 열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북한 조선중앙TV가 공개한 사진에는 해안포가 레일 위에 놓여 있는 장면이 있다. 북한의 해안포는 평소 갱도 안에 숨겨뒀다가 레일을 따라 진지로 이동해 사격하는 형태로 운영된다. 이 때문에 이번 사격훈련 당시 갱도 진지의 포문을 열고 포사격을 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조병욱·박수찬 기자 brightw@segye.com
정경두 국방부 장관(오른쪽)이 26일 경기도 의정부시 경기도북부청사에서 열린 ‘국방부·경기도 접경지역 지자체장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간담회는 접경지역의 군사지역 규제 등 지역발전 저해요인과 관련해 군과 지자체가 해결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의정부=뉴시스 |
26일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 센터장은 통화에서 “연평도 포격 도발 날짜에 맞춰 해안포 사격을 했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며 “북한의 최근 담화 등을 살펴보면 미국의 외교적 성과에 훼방을 놓는다는 엄포가 많았는데 이번 도발은 한국 정부의 남북관계 성과에도 북한이 개입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 센터장은 “정부의 남북관계 성과가 북한의 몽니로 퇴색되는 가운데 유일하게 남은 군사 분야 합의마저 북한의 의지로 깰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라고 설명했다.
조선중앙TV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서부전선에 위치한 창린도방어대를 시찰했다고 25일 보도했다. 조선중앙TV 영상 캡처 |
일련의 사태 전개에 정부에 대한 비판 여론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북한이 군사합의를 깬 지 사흘 뒤인 26일 서해지구 군 통신선을 통해 부랴부랴 북한에 항의했다. 이날 항의는 통지문이 아닌 구두 설명과 항의문을 통해 이뤄졌다고 군은 설명했다.
군 관계자는 “(북한 해안포 사격과 관련해) 유관 부서와 협의를 거쳐 어떤 방식으로 북한에 우리 측의 의사를 전달할 것인지를 검토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북한이 ‘남측을 겨냥한 사격이 아니다’라며 우리 측의 항의를 받아들이지 않거나 묵살할 경우 뚜렷한 대응 방안이 없어 항의의 실효성에 대해 회의적인 관측도 제기된다. 이날 오전까지 북한은 우리 측의 항의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3일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린 연평도 포격전 9주기 추모행사에서 해병대사령부 처실장들이 헌화 후 경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그동안 해병대는 연평도 포격 날짜에 맞춰 특별정신교육과 상기훈련 등을 해오다 최근 남북한 분위기를 반영해 ‘로키’(절제된 기조)로 대응하고 있다. 북한이 이 같은 사정을 알면서도 북방한계선(NLL) 인근에서 해안포로 군사합의를 위반한 것은 사전에 철저한 계산이 뒤따랐을 것으로 해석된다.
군 소식통은 “1호(김정은) 현장 시찰이라면 사전에 동선이 다 짜여 있는 것은 당연하다”며 “포사격 날짜와 기상까지 이미 기획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발적으로 지시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확인했다.
26일 연평도에서 바라 본 북측 장재도 해안포 포문이 닫혀 있다. 뉴시스 |
이번 북한의 해안포 훈련은 평양 군사합의에서 개방을 금지한 포문을 열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북한 조선중앙TV가 공개한 사진에는 해안포가 레일 위에 놓여 있는 장면이 있다. 북한의 해안포는 평소 갱도 안에 숨겨뒀다가 레일을 따라 진지로 이동해 사격하는 형태로 운영된다. 이 때문에 이번 사격훈련 당시 갱도 진지의 포문을 열고 포사격을 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조병욱·박수찬 기자 brightw@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