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 판국에 최종 책임자 文은 "책 세 권 읽었다" 홍보

2019. 12. 2. 17:00C.E.O 경영 자료

[사설] 이 판국에 최종 책임자 文은 "책 세 권 읽었다" 홍보

입력 2019.12.02 03:19
문재인 대통령이 어제 "금요일 하루 연가를 낸 덕분에 주말 동안 책 세 권을 내리 읽었다"며 국민에게 이 책들을 읽어보라고 했다. 모두 도올 김용옥씨의 책인데, 문 대통령은 "인식과 지혜를 넓혀주는 책들"이라고 했다. 평상시라면 대통령이 휴일에 책 읽는 걸 뭐라 할 수 없다. 하지만 지금이 그런 한가한 때인가.

지금 온 국민 관심은 유재수 전 부산시 부시장에 대한 청와대 감찰 중단 사건과 울산시장 야당 후보에 대한 청와대 하명(下命) 수사에 쏠려 있다. 의혹 실체가 검찰 수사에 의해 속속 드러나고 있고, 모든 정황은 더 큰 배후가 있다고 가리키고 있다. 유씨 비리 문제는 당연히 대통령에게도 보고됐을 것이고, 대통령이 어떤 지시를 했느냐가 핵심이다. 월권까지 해가며 야당 시장 관련 첩보를 가져와 경찰에 수사를 지시한 비서관은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다. 많은 사람이 "문 대통령이 '몸통' 아니냐"고 한다. 대통령이 직접 해명하며 의혹을 풀어도 모자랄 시점에 대통령이 내놓은 메시지는 "책 세 권 읽었다"는 것이다. 더구나 이날은 핵심 측근이 비밀리에 운영한 청와대 별동대원이 자살까지 했다. 지금 대통령이 어떤 상태에 있는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책의 내용도 논란 소지가 많다. 한 권은 김용옥씨와 유시민씨의 대담인데 김씨는 "남북통일은 고조선 문명의 재등장을 의미하므로 주변에서 공포스러워한다. 이럴 때 남북이 도망가서 애를 낳으면 된다"고 했다. 김씨가 김정은에 대해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하고 유씨가 "그가 성장 과정에서 매우 소박하고 정상적 과정을 거쳤다"고 맞장구치는 내용도 있다. 그런 것을 대통령이 '국민의 인식과 지혜를 넓혀준다'고 하니 할 말을 잃는다.


조선일보 A35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