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김민기 기자 = 최근 신탁사들이 빠른 사업 속도, 경제성, 투명성 등을 장점으로 내세우면서 '신탁 방식 재건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동안 조합 방식의 재건축이 집행부의 비리로 잡음이 많았던 만큼 비교적 투명성이 높은 신탁 방식 재건축이 최근 여의도 지역을 중심으로 유행하면서 전국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1790가구 대규모 재건축 단지인 여의도 시범아파트가 불과 40여일 만에 한국자산신탁을 사업시행자로 지정하기 위한 주민 동의율 75%를 달성했다. 신탁방식 재건축 사업 최초다.
시범아파트는 올해 안에 관리처분인가 접수를 목표로 오는 4월 중 사업시행자 지정과 안전진단을 마친 뒤 건축심의, 사업시행인가 등 인·허가 진행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신탁 방식 재건축은 전체 소유주 가운데 75% 이상의 동의를 받은 부동산 신탁사가 시행자로 나서 비용을 부담하며 사업을 이끌어 가는 방식이다.
지난해 3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의 개정·시행으로 신탁사도 재건축 사업의 단독 시행사로 참여할 수 있게 됐다. 현재 한국자산신탁과 한국토지신탁, KB부동산신탁 등이 적극적으로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실제 지난해 11개 신탁사의 신규수주 총액은 1조865억원에 달한다. 이는 전년 대비 26.5% 증가한 수준으로 신탁사 수주총액이 1조원을 넘은 것은 최초다.
신탁사들이 내세우는 강점은 사업속도다. 통상 아파트 재건축 사업은 안전진단, 정비구역 지정, 추진위원회 구성, 조합설립인가, 사업시행인가, 관리처분계획인가, 이주·준공 등의 절차를 거친다.
그러나 신탁 방식 재건축은 토지 소유자의 4분의3 동의와 토지 면적 3분의1 이상이 신탁을 받는 조건이다.
일반 조합 방식 재건축 사업과 달리 추진위원회나 조합을 설립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사업 추진 속도가 빠르고 전체 공사비를 절감할 수 있다. 추진위원회와 조합 설립에 소요되는 시간을 감안하면 1~3년 정도 사업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사업의 투명성도 장점 중 하나다. 신탁사의 체계적인 관리를 통해 각종 공사비와 이자비용 등을 낮출 수 있고 조합 집행부의 비리와 횡령 문제도 사전에 차단 가능하다.
조합 설립 없이 시공사 선정과 건축 심의를 동시에 진행할 수 있으며 시공사 역시 중도금 대출을 받지 않아도 돼 신탁 방식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주민들이 신탁사에 일정 수수료를 지급하고 사업을 일괄적으로 맡기면 전체 자금관리를 신탁사가 맡는 형식"이라면서 "기존 조합 방식의 재건축보다 투명하게 진행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현재 대규모 재건축 사업장인 명일동 삼익그린 2차(2400가구)와 부산 망미주공(2038가구) 등이 신탁방식 재건축을 추진 중이다. 모두 한국자산신탁이 시행자로 선정될 예정이다.
3700가구 마포 공덕시영아파트도 오는 23일 마포구청에서 한국자산신탁을 초청해 신탁방식 재건축 설명회를 개최한다. 설명회 이후에는 신탁방식 추진을 위한 정비사업위원회를 구성해 사업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서울시 용산구 '한성아파트'도 최근 신탁 방식으로 재건축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성아파트의 토지 등 소유자들은 지난 9월 말 코리아신탁을 사업 시행자로 선정하고 시공사 선정을 준비 중이다.
하지만 신탁방식의 재건축도 단점은 있다. 1~2%에 달하는 신탁수수료를 신탁사가 가져가기 때문에 사업성이 하락한다는 점이다. 시범아파트 재건축 추진위와 신탁사인 한국자산신탁이 맺은 신탁 수수료율은 평균 1.62%다.
또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에 적용도 악재다. 당초 초과이익환수제의 대상이 아니었지만 지난 2일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며 내년부터 적용을 받게 됐다.
부가가치세를 처리하는 주체를 누구로 할 것이냐에 대한 문제도 남아있다. 현 규정대로라면 토지등사업자로 구성된 위탁자 겸 수익자 명의의 단체를 설립해 해결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사업장 규모가 커질수록 단체 설립이 쉽지 않아 정비사업별로 신탁사가 사업자등록을 해 부가세를 내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면서 "다만 이 방식의 경우 국세청·기획재정부 등과 협의를 해야만 가능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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