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권과 ‘코리아 탈레반’

2019. 12. 4. 16:17C.E.O 경영 자료

문재인 정권과 ‘코리아 탈레반’

이미숙 논설위원

배타성과 교조주의 국수주의

현 정부와 탈레반 3가지 흡사

盧정권 땐 일부지만 이젠 주류

미국과 일본에서 우려 커지고

북·중·러 공공연히 한국 무시

시대착오적 망상 빨리 버려야

문재인 정부에 대한 피로증이 국내외에서 커지고 있다. 요즘 미국과 일본에서는 문 정부를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에 비유하기도 한다. 폐쇄적이고 국수주의적이며 민족주의적인 문 정부 성향이 탈레반과 닮았다는 이유다. 최근 미국 정세분석 회사의 주간 브리핑에 따르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정부의 한 고위 인사는 문 정부를 ‘코리아 탈레반’이라고 했다. 그는 “문 정부가 과거사로 일본을 테러하듯 괴롭힌다”면서 그런 표현을 썼다고 보고서는 밝히고 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 때 마이클 그린 백악관 아시아 담당 선임 보좌관은 노무현 청와대의 자주파 운동권 출신 참모를 탈레반으로 규정한 바 있다. 당시는 청와대의 일부 운동권 출신 행정관들이 탈레반으로 불렸지만, 이번엔 문 정부가 통째로 탈레반으로 불린 것이다. 미국 흐름에 밝은 후나바시 요이치(船橋洋一) 전 아사히신문 주필도 “미국은 청와대 참모들이 이념적 성향이 강하고 국내 정치 외에 아무 관심이 없어 대화해도 소용없다고 본다”고 국내 언론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다. 탈레반이란 표현만 안 썼을 뿐 내용은 같은 것이다. 그간 광화문 태극기 집회 연사들이나 일본의 혐한파 매체들이 문 정부를 탈레반에 비유하는 경우가 있었다. 그런데 미·일 주류사회에서 문 정부를 탈레반으로 규정하기 시작한 것은 심각한 일이다.

아프가니스탄 반군 테러조직인 탈레반은 1997년 집권해 4년여간 이슬람원리주의에 입각한 국수주의적 정책을 폈다. 6세기 문화유산인 바미안 석불을 폭파해버릴 정도로 극단적인 배타주의를 견지했다. 실제 문 정부가 탈레반 습성과 유사한 행태를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첫째, 문 정부의 반일·반미·친중·친북 민족주의 성향은 탈레반의 국수주의 경향과 유사하다. 둘째, 교조적인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인 탈레반처럼 문 정부는 탈원전, 주 52시간 근무제, 자사고·국제고 폐지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 한·미 동맹에 대한 몰이해로 중국과 서슴없이 ‘3불(不) 합의’를 했고,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소동도 벌였다. 셋째, 탈레반처럼 극도로 배타적이어서 어떠한 외부 조언도 받지 않는다. 노 전 대통령은 안보 현안에 관해선 외부의 자문그룹이나 전직 고위인사들의 조언을 수렴하며 돌파구를 찾았지만, 문 대통령은 지소미아 폐기 결정 때는 물론 번복 때도 그런 형식을 빌리지 않았다.

이런 국정 때문에 한·미 동맹에 균열이 생기고 한·일 협력이 어려워지면서 대한민국은 북·중·러로부터 투명 국가 취급을 받고, 국제적 위상도 추락하고 있다. 문 정부의 지소미아 폐기 시도로 한·미·일 난기류가 형성되자 중·러시아는 약속이나 한 듯 동해와 서해를 휘젓고 다니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문 대통령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 조롱을 일삼는다. 한·일 긴장이 고조됐던 지난 11월 18일 도쿄(東京)에서는 일본 게이단렌(經團連)과 위기 컨설팅 회사인 유라시아그룹이 공동주최한 지 제로(G-Zero) 서밋이 열렸다. 아베 총리도 참석했다. 이언 브레머 유라시아 그룹 회장은 “일본은 선진 민주주의국가 중 가장 건실하고 국가 기구나 제도의 신뢰도도 높다”면서 “미국 리더십이 사라진 세계에서 일본은 국제적 역할을 더 확대해야 한다”고 했다. 미국이 동아시아 및 글로벌 무대에서 역할을 줄이는 만큼 일본이 그 공백을 메워야 한다는 논리였다. 브레머 회장이 징용 갈등 및 수출 규제 문제로 한·일 갈등이 최고조로 오른 시점에 일본의 역할 확대를 주문한 것은 사실상 일본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한국에도 여러 차례 왔던 지한파 인사인 그가 한국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으면서 유독 일본의 기여만 강조한 것은 과거사에 집착하는 한국엔 국제적 역할을 기대할 게 없다는 우회적 비판인 셈이다.

문 대통령은 조국 사태에 이어 지소미아 파동으로 국정 난맥상이 분출됐음에도 불구하고 정책 전환이나 문책 인사를 하지 않을 분위기다. 여전히 “우리가 세상의 중심이고, 우리가 하는 일은 옳다”는 신조로 똘똘 뭉친 채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를 주술처럼 되뇌며 탈레반식 국정을 밀고 나가겠다는 기세다. ‘남과 북이 도망가서 애를 낳으면 세계가 인정할 수밖에 없다’는 내용의 책을 읽고 ‘인식과 지혜를 넓혀주는 책’이라며 국민에게 일독을 권했다. 국정 최고 책임자가 이런 시대착오적 망상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위기는 더 크고 격렬하게 닥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