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약으로 가장 잘 알려진 쌍화탕, 모든 감기에 다 잘 듣는 처방일까?

2019. 12. 8. 21:52생활의 지혜

감기약으로 가장 잘 알려진 쌍화탕, 모든 감기에 다 잘 듣는 처방일까?

이상곤 갑산한의원 원장입력 2019-12-08 14:15수정 2019-12-08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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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민이 쌍화차를 스마트폰으로 촬영하고 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갑작스런 영하의 날씨에 감기에 걸리는 이들이 부쩍 많아졌다. 조선 임금들의 감기는 젊잖게 감모(感冒)라 했다. 감기는 꾀병으로 쓰이기도 했다. 조선의 ‘모범생 임금’ 세종은 꾀병으로 감기를 앓았다. 중국 사신들 무리에 열병이 돈다는 소문을 듣고는 신하들과 거짓으로 병을 만들어냈다. “문소전 별제 뒤에 풍한감기(風寒感氣)에 걸렸다 하고 회피함이 어떨까.” 문소전은 태조의 신위를 모신 곳으로 꾀병의 진정성을 더하기 위해 할아버지의 제사까지 판셈이다. 하지만 세종은 “망령되게 꾀병을 앓아 속으로는 미안스런 마음이 든다”며 반성하는 모습도 보인다.

연산군은 폭군답게 감기를 핑계로 임금 공부를 게을리 했다. 20대 초반이던 즉위 1년 “근일 감기가 낫지 않아 오래도록 경연을 폐하였다. 그러나 어진 사대부를 접하는 날이 적었기 때문에 지금 힘써 나온 것이다”라고 했다. 표현은 ‘힘써’라고 했지만 속뜻은 ‘억지로’였다. 이후에도 감기를 핑계로 경연에 나오지 않았다.

반면 연산군을 폐위시키고 반정으로 임금 자리에 오른 중종은 조선시대 감기 대응의 모범을 보여준다. “어제는 기침이 그치지 않고 머리가 아픈 증세가 있었다. 그런데 어제 약을 마신 뒤부터 증세는 가벼워졌고 기침이 그치지 않을 뿐이다.” 신하들이 중종에게 말하기를 “이 증세에는 찬 것을 가장 꺼리는 법이니 찬 것을 드시면 낫기 어려울 것입니다.”


우리 조상들은 따뜻한 음식을 먹고 난 뒤 땀을 냄으로써 감기를 물리치는 걸 상식으로 여겼다. 추위를 피하는 게 감기를 물리치는 첫 단추라 본 것이다. 실제 한의학에서는 감기를 ‘추위로 입은 상처’라는 뜻의 상한(傷寒)이라 부른다. 서양에서도 감기를 ‘cold’나 ‘catch a cold’라고 하는 걸 보면 감기의 원흉이 추위임에는 동서양의 입장차가 없는 듯하다. 다만 감기에 대한 한의학적 치료법은 매우 다양하다. 한의사협회가 체질과 증상을 고려해 개별 맞춤용으로, 그것도 가장 간단하게 만든 감기 처방 매뉴얼만 19가지에 달할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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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흔히 감기약으로 가장 잘 알려진 쌍화탕은 모든 감기에 다 잘 듣는 처방일까. 사실 쌍화탕은 예로부터 지나친 성관계(방사)로 인해 발생하는 방로형 감기를 치료하는데 주로 쓰인 처방이었다. 중종실록에는 “명나라 세종의 감기는 많은 후궁과의 방사로 인해 생긴 병이라 치료가 매우 어려울 것”이라는 대목도 나온다. 쌍화탕은 찬 기운이나 세균·바이러스에 의해 생긴 콧물, 인후통, 기침과 같은 감기 증상을 치료하는 약이 아니라 인체의 전반적 생리기능을 증진시켜 감기 치료를 돕기 위한 보조제다.

굳이 감기치료에 쓴다면 근육통을 동반하는 몸살감기에 도움이 된다. 쌍화탕의 주재료인 작약은 음력 10월에 싹이 나고 정월에 자라 3~4월에 꽃을 피운다. 추운 겨울을 이기고 자라는 만큼 차갑게 응결하거나 딱딱하고 굳어진 곳에 생기를 불어 넣어 유연하게 만든다. 현대의학의 기준으로 보면 근육을 풀어주는 기능을 한다. 단, 설사가 잦거나 소화력이 약한 사람은 작약이 들어간 처방은 피하는 게 좋다. 감기 증상별로 보면, 기침 감기에는 도라지, 목감기에는 모과, 콧물감기에는 대파·생강, 유자차, 몸살감기에는 칡차나 생강이 크게 도움이 된다.

이상곤 갑산한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