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섭칼럼] 망국적 '공무원 늘리기'

2019. 12. 10. 01:22C.E.O 경영 자료

[최경섭칼럼] 망국적 '공무원 늘리기'

최경섭 입력 2019.12.08. 18:46 수정 2019.12.09. 09:21

최경섭 ICT과학부장

최경섭 ICT과학부장

"서울 유명대나 지방대 할 거 없이 문과대 학생의 절반 정도는 공무원 고시를 준비하고 있다고 보면 됩니다. 대학이 공시를 위한 거대한 고시촌이 된 걸 보면 가슴 한켠이 휑해집니다. 교수나 학생들도 그렇지만, 대한민국의 미래가 암담합니다."

서울 모 대학 경제학과 교수를 만나면 듣게 되는 단골 멘트다. 대학가가 공무원 고시를 위한 고시촌으로 변질된 게 어제 오늘의 얘기도 아니련만, 이 교수는 매번 볼 때 마다 '공시 망국론'을 토해낸다. 특히 요즘은 입학과 함께 아예 주거지를 노량진 고시촌으로 옮기고 사실상 공시에 올인하는 학생들도 늘고 있다고 한다. 경제성장 둔화로 청년 실업이 일상화하고, 특히 평생직장 개념이 사라지면서 청년들의 공무원 선호도는 시간이 갈수록 더 심화하고 있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2019년 사회조사결과'를 보면 청년층(13~29세)이 선호하는 직장 중 공무원(22.8%)과 준공무원에 해당하는 공기업(21.7%) 비율이 전체 조사대상의 절반에 가까운 44.5%를 기록했다. 다섯 명 중 두 명 이상이 공무원이나 공기업 종사자를 희망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 젊은이들의 과도한 공무원 쏠림현상은 이미 국제사회에도 이슈가 된 바 있다. 미국의 한 일간지는 올 초 한국 젊은이들이 스티브잡스나 K팝 스타처럼 새로운 사업이나 일들에 도전하기 보다는 공무원 고시에 몰려들고 있다고 비꼬았다. 미래를 내다보고 창업을 하거나 새로운 일에 도전하기 보다는 정년이 보장되고 장기적으로 자리가 보전되는 공무원에 몰리면서, 과거 대한한국의 강점인 역동성이 크게 떨어뜨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더 심각한 것은 정부가 매년 공무원 숫자를 큰 폭으로 늘리면서 오히려 공무원 쏠림 현상을 부추겨 왔다는 점이다. 문재인 정부는 경기침체로 세수 부족이 우려되는 상황에서도 내년 사상 최대 규모로 공무원 증원에 나선다. 인사혁신처가 6일 고지한 대로 내년도 공무원 공채가 추진될 경우, 내년에 늘어나는 공무원 숫자는 지방직까지 포함해 3만명을 넘어선다. 1991년 이후 29년 만에 최대규모다. 또한 문재인 정부의 공약대로 공무원 증원 숫자를 맞추기 위해서는 오는 2022년까지 17만4000명의 공무원을 더 늘려야 한다.

국민들은 선뜻 이해가 안간다. 경기침체, 최저임금, 주52시간제 시행 등으로 민간 고용시장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는 청년고용이란 이유를 앞세워 막대한 세금을 들여 공무원 숫자를 늘리겠다고 하니 말이다. 경기침체로 세수확보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에서 불어난 공무원 임금은 또 매년 무슨 재원으로 보충할지도 의문이다.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세계 각국은 혁신형 창업기업 육성과 신산업 발굴에 사활을 걸고 있다. 미국 유럽 등 세계 주요 국가의 인재들이 미래 신기술과 신사업 발굴을 위해 창업전선에 나서고 있고, 또 국가나 기존 제도권 기업들은 이들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반면, 한국의 젊은이들은 공무원 고시라는 좁은 문을 통과하기 위해 너무 많은 경쟁자들이 출혈경쟁을 벌이고 있다. 4차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혁신창업, 스타트업이란 단어는 우리 젊은이들과 거리가 멀어 보인다. 실제 한국 대학생의 창업비율은 전 세계적으로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선진국은 물론이고 우리를 넘보고 있는 중국에도 한참 못 미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의 자료에 따르면 중국 대학졸업생의 8%인 63만7000명이 창업의 길을 선택한 반면 한국 대학생의 창업비율은 0.8%, 4740명으로 10분의 1에 불과했다. 대학 졸업 후 스타트업을 창업한 젊은 사업가들에 따르면, 창업 자체를 이상한 눈으로 보거나 또 창업을 말리는 경우도 많았다고 한다.

4차산업혁명 시대에 혁신 창업기업은 신산업을 일으켜 국가경제에 새로운 성장동력을 제공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한다. 애플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등 미국의 수많은 혁신 창업기업들이 금융위기로 추락하던 미국경제를 다시 재건하고 수많은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했다. 당장 공무원 숫자를 늘려 청년 일자리를 해소하려는 시도 보다는, 더 많은 청년들이 혁신기업을 창업하고 또 스타트업에 도전할 수 있도록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최경섭 ICT과학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