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애만 잘하면 돼? 그러다 한국 교육 망합니다"
2019. 12. 10. 11:15ㆍC.E.O 경영 자료
김경희 美 윌리엄메리대 교수, 창의력 최고 권위 토런스賞 받아
"방향성·일관성 없는 교육 정책… 부모와 교사들이 나서서 바꿔야"
"우리나라 아이들은 365일 불안에 떨며 열심히 삽질하는 법을 배워 작은 구멍을 파요. 그런데 앞서가는 나라 아이들은 자유롭게 놀면서 남과 다르게 생각하는 힘을 길러요. 그 창의력으로 굴착기처럼 새로운 기계를 만들어 깊고 빠르게 땅을 일구죠."
우리나라 학부모를 위한 집필을 위해 방한한 김경희(55·사진) 미국 윌리엄메리대 교육심리학과 교수는 최근 본지와 만나 "한국 교육 이대로 가면 나라가 망한다"고 했다. 그는 "대학 입시가 정치적 이유로 왔다 갔다 하고, 내놓는 교육정책들은 5~6년 후에 또 바뀔 임시 조치라고 한다"며 "이렇게 방향성과 일관성이 없는데 아이와 부모가 어떻게 행복할 수 있느냐"고 했다.
/김지호 기자
조국 전 법무부 장관 파문 이후 잇따른 교육정책들을 보면서 혼란스러웠다는 것이다. 그는 "얼마나 많은 표를 받을 수 있느냐는 정치적 계산으로 정책 방향을 정해 교육 경쟁력은 점점 떨어지고 국가 미래도 어둡다"고 했다. 조 전 장관 딸의 제1 저자 논란에 대해서도 "영재로 유명한 송유근씨는 공저자인 지도교수의 자기 논문 인용 누락이 문제돼 학위를 못 받았는데, 조국 전 장관 딸은 부모 영향력으로 의학 논문 제1 저자가 됐다"며 "미국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우리 교육의 큰 문제점으로 '열심히'와 '나만'을 꼽았다. 정해진 틀에서 무조건 열심히 공부하라고 하고, 오로지 나만 잘하면 된다는 경쟁의식이 국가 전체의 창의력을 갉아먹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학생들이 어릴 때부터 극심한 경쟁에 '나만 잘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협력할 줄 모르는 게 큰 문제라고 했다. 전문성을 교류해 도약하는 세계의 흐름과 동떨어진 방향이라는 것이다.
"누구나 계발할 수 있는 창의력은 지능지수(IQ)와 상관없어요. 자기가 좋아하고 아주 잘할 수 있는 한 가지만 있으면 돼요. 전문성이 있으면 그걸 바탕으로 상상력이 생기고, 비판력과 융합력이 더해져 창의력으로 나타나는 거예요." 그는 지금부터라도 우리 교육이 틀 안에서 전문성과 비판력을 키우고, 틀 밖에서 상상력을, 새 틀에서 융합력을 키우도록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한국에서 10년간 중·고교 교사를 한 그는 2000년 미국으로 떠난 지 20년 만에 세계 창의력 학계의 권위자 반열에 섰다. 1966년부터 2008년까지 미국 전역의 유치원생부터 성인까지 창의력 검사 결과 27만2599건을 분석해 '미국의 IQ는 꾸준히 오르고 있는데 창의력은 1998년 이후 급격하게 하락하고 있다'는 논문을 발표해 세계적 주목을 받았다. 지난해에는 미국영재학회로부터 창의력 분야 최고 권위상으로 꼽히는 '폴 토런스'상을 외국인 최초로 수상했고, 현재 '창의력 연구 저널(Creativity Research Journal)' 편집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미국에서 강단에 선 15년 전부터 붉은색으로 입는다는 그에게 항상 붉은(red) 의상에 뭐든지 많이 읽는다(read)는 뜻으로 '닥터 레드(Red)'라는 별명이 붙었다. 그는 "창의력은 국가의 경제적 성공을 위해 필요한 숙련된 일자리와 기술 발전을 창출하는 열쇠"라며 "정부가 바꾸지 않으면 부모와 교사들이 바꾸도록 의식 개혁 운동을 벌여나가겠다"고 했다.
[곽수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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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향성·일관성 없는 교육 정책… 부모와 교사들이 나서서 바꿔야"
"우리나라 아이들은 365일 불안에 떨며 열심히 삽질하는 법을 배워 작은 구멍을 파요. 그런데 앞서가는 나라 아이들은 자유롭게 놀면서 남과 다르게 생각하는 힘을 길러요. 그 창의력으로 굴착기처럼 새로운 기계를 만들어 깊고 빠르게 땅을 일구죠."
우리나라 학부모를 위한 집필을 위해 방한한 김경희(55·사진) 미국 윌리엄메리대 교육심리학과 교수는 최근 본지와 만나 "한국 교육 이대로 가면 나라가 망한다"고 했다. 그는 "대학 입시가 정치적 이유로 왔다 갔다 하고, 내놓는 교육정책들은 5~6년 후에 또 바뀔 임시 조치라고 한다"며 "이렇게 방향성과 일관성이 없는데 아이와 부모가 어떻게 행복할 수 있느냐"고 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파문 이후 잇따른 교육정책들을 보면서 혼란스러웠다는 것이다. 그는 "얼마나 많은 표를 받을 수 있느냐는 정치적 계산으로 정책 방향을 정해 교육 경쟁력은 점점 떨어지고 국가 미래도 어둡다"고 했다. 조 전 장관 딸의 제1 저자 논란에 대해서도 "영재로 유명한 송유근씨는 공저자인 지도교수의 자기 논문 인용 누락이 문제돼 학위를 못 받았는데, 조국 전 장관 딸은 부모 영향력으로 의학 논문 제1 저자가 됐다"며 "미국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우리 교육의 큰 문제점으로 '열심히'와 '나만'을 꼽았다. 정해진 틀에서 무조건 열심히 공부하라고 하고, 오로지 나만 잘하면 된다는 경쟁의식이 국가 전체의 창의력을 갉아먹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학생들이 어릴 때부터 극심한 경쟁에 '나만 잘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협력할 줄 모르는 게 큰 문제라고 했다. 전문성을 교류해 도약하는 세계의 흐름과 동떨어진 방향이라는 것이다.
"누구나 계발할 수 있는 창의력은 지능지수(IQ)와 상관없어요. 자기가 좋아하고 아주 잘할 수 있는 한 가지만 있으면 돼요. 전문성이 있으면 그걸 바탕으로 상상력이 생기고, 비판력과 융합력이 더해져 창의력으로 나타나는 거예요." 그는 지금부터라도 우리 교육이 틀 안에서 전문성과 비판력을 키우고, 틀 밖에서 상상력을, 새 틀에서 융합력을 키우도록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한국에서 10년간 중·고교 교사를 한 그는 2000년 미국으로 떠난 지 20년 만에 세계 창의력 학계의 권위자 반열에 섰다. 1966년부터 2008년까지 미국 전역의 유치원생부터 성인까지 창의력 검사 결과 27만2599건을 분석해 '미국의 IQ는 꾸준히 오르고 있는데 창의력은 1998년 이후 급격하게 하락하고 있다'는 논문을 발표해 세계적 주목을 받았다. 지난해에는 미국영재학회로부터 창의력 분야 최고 권위상으로 꼽히는 '폴 토런스'상을 외국인 최초로 수상했고, 현재 '창의력 연구 저널(Creativity Research Journal)' 편집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미국에서 강단에 선 15년 전부터 붉은색으로 입는다는 그에게 항상 붉은(red) 의상에 뭐든지 많이 읽는다(read)는 뜻으로 '닥터 레드(Red)'라는 별명이 붙었다. 그는 "창의력은 국가의 경제적 성공을 위해 필요한 숙련된 일자리와 기술 발전을 창출하는 열쇠"라며 "정부가 바꾸지 않으면 부모와 교사들이 바꾸도록 의식 개혁 운동을 벌여나가겠다"고 했다.
[곽수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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