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오른쪽 사진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1월 8일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모두 발언하는 장면. 왼쪽은 조국(오른쪽) 전 민정수석이 지난 5월 14일 백원우 당시 민정비서관과 대화하는 모습. |
■ 文정권의 권력 남용과 탄핵론
집권 초부터 전례 없는 권력남용·직무유기… 親文집단 족벌적 온정주의로 ‘비도덕적 가족주의’에 젖은 탓
일각서 탄핵론 제기 시작… 美의 경우 사소해 보이는 범법 행위에도 절차 밟아 ‘제왕적 대통령’막아와문재인 정권의 자의적 권력 행사가 도를 넘고 있다. 권력의 진영 논리와 패거리 정치가 극단화하면서 3권분립 즉 입법·행정·사법부의 견제와 균형이 무너지고, 청와대와 정부·여당이 검찰 수사를 고도로 압박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게다가 문제는 권력이 압박하는 검찰의 수사 대상이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청와대 선거 개입·감찰 무마 의혹이라는 점이다. 권력에 의한 선거 개입 자체가 국기를 흔드는 일일 뿐 아니라 이를 수사하는 검찰을 압박하는 것은 민주주의에 대한 이중 파괴 행위이다. 정치권과 시민사회 일각에서 탄핵론까지 제기되는 건 이 같은 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권 권력 남용의 특징
역대 정권에서도 권력 남용 사례는 줄곧 있었지만 문 정권의 경우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 권력 비리를 감시해야 할 청와대 특히 민정수석실에서 ‘집권 초기부터’ 광범위한 권력의 자의적 행사와 직무 유기가 판을 쳤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이렇다. 문재인 정부는 2017년 5월 10일 출범했다. 그런데 집권 5개월밖에 지나지 않은 그해 10월 유재수 당시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이 비리 의혹으로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감찰을 받게 됐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을 “재인이 형”이라 불렀다. 하지만 두 달 만에 석연치 않은 이유로 감찰이 중단됐다. 2018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둔 청와대 내에서 모종의 정치공작이 벌어지기 시작한 것도 2017년 10월의 일이다. 문 대통령의 ‘절친’인 송철호 민주당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경찰에 유력 후보인 당시 김기현 울산시장 수사를 하명하는 방식으로 선거에 개입했다는 의혹이다. 조국 전 민정수석과 가족 비리 의혹을 받는 사모펀드 불법 편법 집중 투자 시점도 정권 출범 첫해에 벌어졌다.
둘째, 청와대, 여당, 정부 등 집권세력이 ‘총동원’돼 검찰을 고강도 압박한다는 점이다. 통상 권력형 비리 사건이 나오면 역대 정부는 겉으로는 ‘법과 원칙에 따른 검찰 수사’를 요구했다. 그런데 문재인 정권에서는 검찰이 정치적 목적을 갖고 표적 수사와 편파 수사를 한다면서 ‘검찰 개혁’ 이름으로 공개 압박하고 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검찰을 향해 “절대 그냥 두지 않겠다”고도 했다. 당·청이 정치적 이득을 위해 ‘검찰 때리기’를 하는 것은 수사에 대한 명백한 외압이자 권력 남용이며 또 다른 국정농단이 될 수 있다.
셋째, 이런 가운데 문 대통령은 자신의 측근 관련 비리 사건에 공개적 비호 혹은 전략적 침묵으로 대응한다. 권력 비리를 보도하는 언론에 대해서는 ‘가짜 뉴스’ 프레임으로 접근하고,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해서는 검찰 개혁의 적임자라고 옹호하는 식이다.
◇권력의 일탈과 네포티즘적 온정주의
그렇다면 문 정권에서는 왜 집권 초기부터 이런 일탈이 발생했을까. 무엇보다 대통령을 둘러싸고 있는 핵심 집단에 ‘네포티즘적 온정주의’가 깊이 스며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문 대통령은 재야 인권 변호사 시절 같이 활동했던 인사(송철호 울산시장)나 과거 노무현 정부 때 청와대에서 함께 일한 사람(유재수), 혹은 ‘문재인 대통령 만들기’ 일등 공신(조국) 등을 가족처럼 생각하는 것을 넘어 일종의 부채의식을 갖는 것처럼 보인다. 이런 정치문화에서는 ‘비도덕적 가족주의(amoral familism)’가 만연할 수밖에 없다. 가족 같은 사람들을 챙겨주고 보호하면서 발생한 비도덕적인 행위는 크게 문제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경향도 있다.
현 정부가 갖는 과도한 ‘도덕적 우월감’도 사태를 악화시키는 요인이다. 현 정부는 ‘촛불’ 혁명으로 탄생했고, 공정과 정의를 최우선 가치로 삼을 만큼 도덕적으로 깨끗하고 개혁적이라는 집단 최면에 걸려 있을 때 도덕적 우월감이 생긴다. 일종의 나르시시즘이다. 현 정부를 비판하는 것은 적폐세력의 저항으로 용서할 수 없는 일이라는 관념이 형성된다. 정권의 일탈 행위는 주류 세력을 교체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지극히 파편적인 것일 뿐이라고 여기기도 한다. 문 대통령은 자신이 존경한다는 고 신영복의 ‘대인춘풍지기추상(待人春風持己秋霜)’이란 말을 좋아한다고 하지만 실제론 정반대다. 측근들에게는 관대하고 정적들에게는 엄격하며, 자신에게 유리하면 정의고 불리하면 관행으로 몰고 가는 편의주의적 정의관에 매몰돼 있다.
◇미국의 헌법과 탄핵
1787년에 제정된 미 헌법은 대통령제 권력구조를 근간으로 한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이 대통령제 헌법을 만들 때 가장 고민했던 것은 ‘인간의 본성’이다. 그들은 인간이 사악하고, 이기적이며, 불완전하고, 예측 불가능하다는 것을 인정했다. 대통령도 인간으로서 이런 본성을 가지므로 그의 권력 남용을 견제할 수 있는 적절한 방법이 무엇인지를 모색했다. 가장 확실한 제도적 장치로 미 헌법은 대통령 탄핵제도를 명문화 했다. 연방 하원 법사위원회는 대통령 탄핵의 헌법적 근거를 정리한 보고서에서 탄핵의 사유를 3개의 범주로 나눴다. 다른 정부 부처의 권한을 손상할 정도로 권한을 남용하는 경우, 그 직의 정당한 기능과 목적에 부합되지 않는 저열한 방식으로 권한을 행사하는 경우, 사적인 이익이나 부적절한 목적으로 권한을 남용하는 경우다.
1974년 워터게이트 당시 닉슨 미국 대통령은 선거 개입과 거짓말로 탄핵 직전까지 몰렸다가 스스로 물러났다. 1998년 미 하원은 위증과 사법 방해 혐의로 당시 빌 클린턴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을 의결했다. 상원 탄핵 심리에서 부결됐지만, 이는 미국이 지도자의 거짓말을 용서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줬다. 최근 미 하원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스캔들’에 대한 탄핵 조사에 들어갔다. 즉 미 헌법 정신으로 볼 때 대통령의 권력 남용이나 사법 방해, 거짓말은 중요한 탄핵 사유다. 이는 권력을 남용하는 ‘제왕적 대통령’을 막고 건강한 정부를 만들기 위한 것이다.
◇권력 남용과 탄핵론
우리 경우에도 문재인 정부 집권세력의 행태는 몇 가지 점에서 탄핵론을 부를 만큼 심각하다. 첫째, 청와대의 감찰 무마와 선거 개입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이는 명백한 권력 남용이다. 여기에 문 대통령이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것으로 확인되면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심각해진다. 둘째, 권력이 방해하려 하는 검찰의 수사 대상이 바로 민주주의의 근간을 훼손하는 청와대 선거 개입과 감찰 무마 의혹 사건이라는 점이다. 권력은 감찰 무마·선거 개입 의혹으로 민주주의를 한 번 흔들었고, 이를 수사하는 준사법기관인 검찰을 압박함으로써 또 한 번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있는 셈이다.
문재인 정부 탄핵론은 ‘조국 사태’를 거치면서 이미 해외 언론에서부터 나오기 시작했다. 미 블룸버그 통신은 지난 10월 “문 대통령이 조국 전 장관 임명 강행과 사퇴로 맞은 정치적 위기가 탄핵당한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슷하다”고 분석했다. 이 통신은 “3년 전 한국의 문재인은 국민의 뜻을 무시해 기소당한 (박근혜) 대통령을 몰아내려던 서울 거리의 대중 사이에 있었다”며 “지금 그 자신의 대통령직이 비슷한 위기를 맞았다”고 보도했다. 조국 사태에 이어 유재수 감찰 무마 의혹,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까지 불거지자 일부 정치권과 법조계 및 시민사회에서 “문 대통령에 대한 탄핵 사유가 쌓이고 있다”는 주장이 늘어나는 상황이다.
명지대 교수·전 한국선거학회장
■ 세줄 요약문재인 정권 권력 남용의 특징 : ‘집권 초기부터’ 광범위한 권력 남용이 판을 쳤고, 집권세력이 ‘총동원’돼 검찰을 고강도 압박하며, 대통령이 측근 비리 사건에 공개적 비호 혹은 전략적 침묵으로 대응함.
권력의 ‘네포티즘적 온정주의’ : 대통령이 과거 인연이 있거나 함께 고생한 측근들을 ‘가족’처럼 생각하면서 나타나는 현상. 이런 문화에서는 ‘비도덕적 가족주의’가 만연하며 그 결과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함.
중층적 권력 남용과 탄핵론 : 청와대의 대통령 측근 감찰 무마 및 선거 개입 의혹이나 이를 수사하는 검찰에 대한 압박은 민주주의 이중 파괴 행위임. 이것이 정치권과 사회 일각에서 대통령 탄핵론이 제기되는 이유임.
■ 용어 해설네포티즘적 온정주의 : 네포티즘(nepotism)이란 권력자가 자기 친족에게 관직이나 지위 등을 주는 일. 중세 교황들이 자기 사생아를 네포스, 곧 조카라며 중용한 데서 유래함. 이후 권력 내부의 부패를 가리키는 상징적 의미로 쓰임.
비도덕적 가족주의(amoral familism) : ‘비도덕적 가족주의’란 이탈리아 마피아처럼 ‘가족’의 이익을 위해 도덕관념 없이 부정부패를 서슴없이 저지르는 생각 또는 태도를 말함. 전 세계적으로 가족주의 의식이 강한 나라일수록 부정부패가 심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