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대통령, 고용지표 개선됐다지만.. 취준생들 "누가 취업했나"

2019. 12. 21. 18:03C.E.O 경영 자료

文 대통령, 고용지표 개선됐다지만.. 취준생들 "누가 취업했나"

염유섭 입력 2019.12.21. 10:26 수정 2019.12.21. 16:34 
“고용지표가 역대 최고 수준으로 상승하는 등 뚜렷하게 개선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내린 국내 고용지표에 대한 평가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정부가 청년층 일자리 정책에 심혈을 기울였다고 설명한 뒤 “올해를 시작할 때만 해도 큰 걱정거리였던 (40대를 제외한) 고용지표는 최근 취업자 수가 4개월 연속 30만명 이상 증가하고 고용률은 역대 최고 수준으로 상승하는 등 뚜렷하게 개선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 경제에 긍정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부연했다.

반면 청년들은 극심한 청년 실업률로 허덕인다. 서울대 등 국내 16개 대학교 학생들이 주도해 만든 ‘공정추진위원회’는 지난달 서울 광화문에서 집회를 열고 “정부가 (청년) 취업률은 올랐다지만 누가 취업했는지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정부와 청년층의 인식 차는 어디서 왔을까.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 보좌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정부가 청년층 일자리 정책에 실혐을 기울였다며 고용지표가 뚜렷하게 개선됐다고 평가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공공부분 일자리만 증가…공공기관·공무원 채용 ↑

20일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월 청년(15∼29세) 실업자 수는 30만9000명으로 실업률 7.2%를 기록했다. 지난 6월 실업자 수 45만3000명, 실업률 10.4%에 비해 감소했다. 청년실업률 하락세는 분기별로 살펴도 뚜렷하다. 올해 3분기 청년 실업률은 8.1%로 전년도 3분기 9.4% 대비 1.3% 포인트 하락했다. 2010년 3분기 7.5%였던 청년실업률은 매년 꾸준히 증가했고, 올해 들어 증가세가 꺾인 셈이다.

2018, 2019년 매출 상위 500대 대기업의 대졸 신입 채용계획 응답결과. 한국경제연구원 제공
문제는 대부분의 일자리 채용이 공공부분에서 발생했다는 것이다. 이날 취업포털 인쿠르트가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ALIO’에 공시된 ‘신규채용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누적 공공기관 신규채용은 2만3800명이다. 2018년 3분기 누적 채용 인원 2만2734명보다 늘었다. 공공기관 신규채용 규모는 2016년과 2017년 각각 2만1059명, 2만2637명을 기록한 뒤 2018년 3만3900명으로 훌쩍 뛰었다.

공무원 신규채용도 마찬가지다. 이날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올해 신규 채용이 이뤄진 지방공무원 규모는 3만3060명으로 전년도 2만5692명 대비 28.7% 증가했다. 특히 지방공무원 신규채용 수는 2016년과 2017년엔 각각 2만186명, 2만3명을 기록했지만 지난해 2만5692명, 올해 3만3060명으로 증가했다.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공공기관과 지방공무원 신규채용 규모가 큰 폭으로 늘어난 것이다. 

◆얼어붙은 민간기업 채용…500대 대기업 33.6% “채용 줄인다”

반면 민간기업의 채용은 여전히 한파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이 지난 9월 매출액 상위 500대 대기업을 대상으로 올해 전체 대학 졸업 신입사원 채용계획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보다 줄인다는 기업이 33.6%로 늘인다는 기업 17.5%의 약 두 배나 높았다.

지난해 동일한 조사에서는 줄인다는 기업이 24.6%으로 늘린다는 기업 23.8%와 비슷했다. 신규채용 중 신입사원 채용만 살펴보면, 지난해보다 줄인다는 기업이 31.3%로 늘린다는 기업 13.7%의 2.3배에 달했다.

특히 현대자동차 등 일부 대기업이 정기 공채를 수시 채용 방식으로 전환하면서 청년들이 체감하는 민간부분 일자리 규모는 더 위축되고 있다. 이날 한경연에 따르면, 대졸 신입사원의 경우 수시채용 방식이 63.3%로 공개채용 방식 35.6%의 거의 2배 수준에 달했다.

대학에서 일본어를 전공해 취업을 준비 중인 김모(29)씨는 “공공기관이나 공무원 시험에 관심이 없다면 취업 준비생이 느끼는 취업률은 상당히 낮다”고 말했다. 서울 소재 대학의 한 교수는 “민간기업의 경우 채용 공고 자체가 잘 뜨질 않는다”며 “공고가 안 뜨니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려는 제자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OECD 주요국 청년실업률. 한국경제연구원 제공
◆OECD 회원국 중 청년실업률 22위…“민간 통해 일자리 창출해야”

외국과 비교하면 어떨까. 한국의 청년실업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과 비교해도 높은 편이다. 한경연이 지난 9일 OECD 국가 청년고용지표를 분석한 결과 한국의 청년실업률은 지난해 9.5%로 2008년(7.1%)에 비해 2.4%포인트 상승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OECD 회원국 36개국의 평균은 10.4%에서 9.1%로 1.3%포인트 낮아졌다.

특히 한국의 청년실업자는 2008년 31만8000명에서 2018년 40만8000명으로 10년간 28.3%(9.0만명) 증가했다. 10년간 청년실업자 수가 13.9% 감소한 OECD 평균과 대조적이다. 결국 OECD 36개국 중  한국의 청년 실업률 순위는 2008년 11위에서 지난해 22위로 11계단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공공부분이 아닌 민간부분에서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공공기관과 공무원 신규 채용 등 공공 일자리 창출은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경제학부)는 “현 정부 들어 청년과 노년층 구분없이 공공부분에서 일자리가 많이 창출되고 있다”며 “공공부분을 통한 일자리 창출은 지속가능한지 의구심이 들 수 있다”며 “민간에서 일자리가 많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상봉 한성대 교수(경제학과)도 “공공부분을 통한 일자리 창출은 부가가치 창출과 재정 문제 등 지속가능성에 한계가 있다”며 “민간을 통한 일자리 창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염유섭 기자 yuseoby@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