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0신년기획 / 피크쇼크가 온다 ① ◆
10년 후 한국 산업이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2030년 한국 제조업이 1990년대 후반 수준으로 뒷걸음질할 것이라는 충격적인 연구 결과가 나왔다. '더 많이, 더 빨리, 더 싸게' 생산·소비하던 시대가 마침내 정점에 달하는 '피크쇼크(peak shock)'에 대비하지 못하고 허송세월한 탓이다.
25일 매일경제·한국경제연구원이 공동으로 최남석 전북대 교수팀에 의뢰해 향후 10년간 한국 제조업의 국제경쟁력 변화를 전망해 이 같은 결과를 얻었다. 이번 연구는 제조업 강국인 미국 중국 일본 독일 한국 5개국을 대상으로 각국 제조업 경쟁력 지수(CIP)가 4차 산업혁명 기술과 피크쇼크 영향에 따라 어떻게 변하는지를 5년 단위로 분석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CIP는 유엔 산업개발기구(UNIDO)에서 격년에 걸쳐 발표하는 지표로, 제조업 1인당 부가가치, 수출, 제조업 부가가치의 국가 내 위상 등 제조업 경쟁력을 총체적으로 보여준다.
연구 결과 한국 CIP는 2016~2020년 평균 0.36에서 2021~2025년 0.34로 떨어진 뒤 2026~2030년에는 0.31까지 내려갈 것으로 예상됐다.
1996~2000년 한국 CIP가 0.28을 기록했던 것을 감안하면 10년 후 한국 제조업은 1990년대 말 수준으로 뒷걸음친다는 것이다.
반면 중국 제조업은 상대적 경쟁력이 계속 높아져 2011~2015년 0.37에서 2021~2025년 0.39까지 도달하고 2026~2030년 0.38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됐다. 일본도 제조업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지만 낙폭이 한국보다 덜한 것으로 분석됐다. 일본은 2021~2025년 0.40, 2026~2030년 0.36으로 예상됐다. 이렇게 되면 2030년 한국 제조업 경쟁력은 일본 중국 두 나라 모두에 뒤지는 셈이다. 이번 연구에서는 크게 두 가지 특징이 드러났다.
첫째, 대외적으로 경제·사회·인구 측면에서 전방위 '피크쇼크'가 나타났다.
미국 투자은행 BoA메릴린치는 내년도 경제전망보고서에서 "2020년대는 정점시대(The 2020's is the decade of peak)"라고 진단했다. 글로벌 경제가 총수요 위축으로 공급과잉에 돌입한다는 것이다.
피크쇼크를 직감한 주요국 산업계는 이미 몇 해 전부터 4차 산업혁명 기술에서 탈출구를 찾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경제를 대표하는 기업들이 4차 산업혁명 주도 기업으로 바뀐 것이 대표적이다. 둘째, 한국이 이런 추세에 유독 뒤처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산업정책 측면에서는 '손을 놓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상호 한국경제연구원 산업혁신팀장은 "글로벌 피크쇼크, 한국의 노동생산성 약화, 4차 산업혁명 기술 도입 부진 등으로 한국 제조업 경쟁력은 10년간 정체 또는 하락할 전망"이라며 "위기의식을 갖고 혁신 돌파구를 마련해야 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한예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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