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성공한 2030 사장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소비 트렌드를 주도해 온 밀레니얼세대가 생산 영역에서도 두각을 나타내는 현상이라 주목된다. 어려서부터 스마트폰 등 정보통신(IT) 기기와 가까이 지내온 세대가 경제활동의 핵심 축으로 등장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도 대표는 특히 아이들이 열광하는 키즈 콘텐츠엔 언어의 장벽이 없다는 점에 주목했다. 소리와 이미지만으로도 소통이 가능하다 보니 터닝메카드 등 우리나라에서 만든 만화영화가 해외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는 점도 그에겐 기회로 보였다. 올해 초 이베이에서 주관하는 청년 창업반을 수료한 도 대표는 국내 만화영화를 모티브로 제작한 장난감들을 미국, 이스라엘 등에 판매하기 시작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지난 2월만 해도 이베이에서 거둔 월 매출액은 3000달러에 불과했지만 10개월 만에 2만달러로 6배 이상 늘었다. 도 대표는 한류가 주목받고 있는 동남아시아 시장으로 판매처를 다각화해 성장세를 이어갈 계획이다.
또 다른 이커머스인 11번가에서 승승장구하는 인물도 있다. 주인공은 바로 핫부라더스를 이끄는 김태병 대표(36)다.
경남 통영의 작은 섬 욕지도에서 1남3녀 중 막내로 태어난 김 대표는 어려서부터 먹는 걸 매우 좋아했다. 무작정 요리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으로 대학에서 식품영양학을 전공했다. 자연스럽게 개인 장사에 눈을 뜬 김 대표는 부산에서 1개 직영점과 15개 가맹점을 보유한 프랜차이즈 최고경영자(CEO)로 거듭났다.
김 대표의 도전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면서 식육 가공 및 제조업에 관심을 갖게 된 그는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이 아닌 직접 고기를 떼다 팔기로 결심했다. 이렇게 탄생한 것이 핫부라더스다. 핫부라더스는 김 대표가 직접 개발한 벌집 모양의 돼지껍데기를 판매하는 온라인 플랫폼이다.
김 대표는 "부산 이외 지역에도 벌집 돼지껍데기를 판매할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이커머스 시장에 눈을 떴다"며 "트렌디함을 강조하기 위해 초콜릿 모양의 패키지를 선보였는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핫부라더스가 11번가에서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한 건 올해 7월부터다. 빠른 입소문 덕분에 3개월 동안 3억10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번 4분기엔 매출이 3억8000만원으로 전분기보다 23%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쿠팡에서 자체 개발한 자세교정기를 판매 중인 임정호 E청춘 대표(31)도 주목받는 젊은 사장님으로 꼽힌다. 임 대표는 30년간 의료기기 제조사업을 영위해온 아버지가 판로 확보에 어려움을 겪은 데서 사업 영감을 얻었다. 중간 유통단계를 거치지 않고 소비자에게 직접 제품을 판매하면 큰 위기 없이 성장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국내 모바일 액세서리 브랜드에서 3년간 이커머스 영업·기획 노하우를 배운 임 대표는 2016년 자세교정기, 신체보호대 등으로 창업에 뛰어들었다.
당시만 해도 쿠팡에서 E청춘이 올린 연매출은 230만원에 불과했다.
임 대표는 "홍보나 광고에 많은 돈을 들일 수 없는 초기 창업자에게 이커머스는 적은 비용으로도 브랜드 인지도를 높일 수 있는 기회의 장"이라며 "합리적인 가격, 좋은 품질만 담보된다면 복잡하게 관리하지 않아도 판매량을 꾸준히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온라인에 최적화된 제품 이미지, 연관 키워드 등을 정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심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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