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4개 대기업 신용등급 하락… 한은 “추가 하락 가능”

2019. 12. 27. 15:39C.E.O 경영 자료

올해 24개 대기업 신용등급 하락… 한은 “추가 하락 가능”

입력 2019.12.26 11:00

번 돈으로 이자도 못 갚는 기업이 4곳 중 1곳

한국은행이 국내 대기업들의 신용등급이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국내외 신용평가사들이 이자를 갚지 못할 것으로 보고 기업들의 신용등급을 낮출 것이라는 분석이다. 지난해에는 15개 대기업의 신용등급이 떨어졌고 올해 들어서도 24개 대기업의 신용등급이 하향조정됐다.

현대제철 노동조합이 10월 16일 오후 충남 당진시 송악읍 당진제철소에서 파업 결의대회를 열고 임금 인상을 촉구하고 있다. 결의대회에는 현대제철 전국 6개 공장 노조원 5000여명이 참석했다./ 연합뉴스
한은은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금융안정보고서’를 26일 발표했다. 보고서에서 한은은 "신용평가사의 부정적 전망이 늘고 있는 가운데 경기 움직임과 등급 조정과의 관계, 최근 기업의 채무상환능력 저하와 예상부도확률 상승 등에 비추어 볼 때 향후 기업 신용등급이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보고서는 회사채 신용등급을 보유하고 있는 대기업 418개사를 대상으로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의 재무상황 데이터를 분석해 작성됐다. 이 기업 중 지난해 신용등급이 내려간 기업은 15개였고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된 기업은 24개로 60%증가했다.

김경섭 한은 안정분석팀 과장은 "경기가 안 좋고 매출이 장기간 부진할 경우 과거에도 신용등급하락을 보였는데 대기업들의 지금 상황이 과거 신용등급이 내려가던 상황과 유사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했다.

한은에 따르면 조사대상 기업의 이자보상배율은 지난해부터 낮아지기 시작해 올해 들어서는 과거 신용등급하락이 발생했던 2013년부터 2015년 시기 수준까지 낮아졌다. 이자보상배율은 기업이 수입에서 얼마를 이자비용으로 쓰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수치로 1미만이면 영업활동으로 번 돈이 이자비용조차 지불할 수 없는 상태라는 뜻이다. 이자보상배율 1미만인 기업 비중은 2017년 20.9%(대기업 기준)이었는데 지난해에는 24.5%까지 상승했고 올해 상반기에도 25.3%를 기록했다. 4곳 중 1곳은 이자를 갚기에도 벅찬 상태라는 의미다.

국내외 신용평가사가 투자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한 기업 비중도 상승하고 있다. 국내 신평사는 올해 14.0%의 기업에 대해 부정적으로 진단했다. 이는 지난해보다 2.1%포인트(P)상승한 수준이다. 국외 신평사는 지난해 7.3%의 기업에 대해 부정적으로 봤지만 올해는 17.9%의 기업에 대해 부정적으로 전망했다.

한은의 전망대로 신용등급이 하락하면 기업은 돈을 빌리는데 더 많은 이자비용을 내야해 더욱 재무상황이 어려워진다. AA이상 등급을 유지하던 기업이 신용등급이 한 단계 내려가면 하락일로부터 4영업일 이내에 차입금에 대한 금리가 0.04%P올라가고 A등급이던 기업은 0.36%P, BBB등급은 0.74%P의 금리를 더 물어야한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대기업들이 주력으로 하고 있던 자동차, 조선, 철강 등의 산업 경쟁력이 떨어지면서 사양산업으로 되고 있는데 정부는 기술혁신과 서비스 융합을 통한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진출하려는 기업들을 막고 있다"며 "산업구조가 빨리 전환돼야 하는데 80년대 이후 우리 주력산업이 안 변하고 있는 게 문제"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