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20.01.01 03:01
[로봇 100년, 세상을 바꾸는 한국 로봇] [1] 의료용 '입는 로봇'
마비 환자들 로봇 입고 맘껏 활동… 생각만으로 작동하는 로봇도 등장
전세계 '입는 로봇' 시장 급성장… 2017년 6000억원→ 2025년 9조… 시장 형성 단계라 가능성 충분
현대차·삼성전자·LG전자 등 국내 대기업도 경쟁 뛰어들어
김병욱(45)씨는 1998년 교통사고로 하반신이 완전히 마비됐다. 그동안 휠체어에 의지해 움직여야 했다. 그런 김씨가 지난달 11일 대전 카이스트 기계공학동에서 두 발로 일어섰다. 성큼성큼 자유롭게 걷는 모습도 보여줬다.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마음껏 걷기도 했다. 공경철 카이스트 교수가 개발한 외골격 로봇 '워크온슈트' 덕분이었다. 김씨는 "로봇을 '입고' 두 다리로 서게 되면서 다시 태어난 기분"이라고 말했다. 외골격 로봇은 곤충처럼 몸을 지탱하는 골격이 몸 바깥에 있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몸에 장착한다고 '웨어러블(wearable·입는) 로봇'이라고도 한다.
지난달 16일 한양대 ERICA캠퍼스에 있는 헥사 휴먼케어에서는 무릎 수술 환자를 위한 재활로봇 조립이 한창이었다. 한창수 한양대 교수는 UC버클리 교환교수 시절 입는 로봇 연구에 초기부터 참여했다. 한 교수는 "연말에 입는 로봇 기술이 들어간 무릎 재활 기기가 처음으로 판매됐다"며 "신년부터 본격적인 매출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로봇의 진화… 정점은 웨어러블
1920년 체코 작가 카렐 차페크는 '로섬의 유니버설 로봇'이라는 희곡에서 공장에서 만들어지는 인조인간을 묘사하며 '로봇'이라는 단어를 세상에 처음 등장시켰다. 그로부터 100년이 지난 지금, 한국 기업이 세계 로봇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지난달 16일 한양대 ERICA캠퍼스에 있는 헥사 휴먼케어에서는 무릎 수술 환자를 위한 재활로봇 조립이 한창이었다. 한창수 한양대 교수는 UC버클리 교환교수 시절 입는 로봇 연구에 초기부터 참여했다. 한 교수는 "연말에 입는 로봇 기술이 들어간 무릎 재활 기기가 처음으로 판매됐다"며 "신년부터 본격적인 매출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로봇의 진화… 정점은 웨어러블
1920년 체코 작가 카렐 차페크는 '로섬의 유니버설 로봇'이라는 희곡에서 공장에서 만들어지는 인조인간을 묘사하며 '로봇'이라는 단어를 세상에 처음 등장시켰다. 그로부터 100년이 지난 지금, 한국 기업이 세계 로봇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로봇이라는 단어가 처음 나오고 100년이 지난 지금, 로봇은 스스로 거실을 돌아다니며 청소하고, 자동차를 조립할 정도로 진화했다. 국제로봇연맹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에서 산업용 로봇은 270만대 이상 가동 중이다. 가정용 로봇도 한 해 1700만대 넘게 팔리고 있다. 최근에는 음식을 만들어 배달하고 사람과 나란히 앉아 작업도 하는 인간의 동반자로 발전했다. 로봇의 정점은 인간과 한 몸이 되는 입는(웨어러블) 로봇이다. 사고나 질병으로 온몸이 마비된 환자가 로봇과 한 몸이 돼 다시 마음껏 움직이고 걷고 뛸 수 있게 된 것이다.
입는 로봇은 1960년대 미국에서 함정의 포탄 이송용으로 처음 개발됐다. 한동안 지지부진하다가 1994년 미국 UC버클리에서 군인용 입는 로봇을 개발하면서 다시 붐이 일었다. 최근에는 직물 같은 부드러운 재질의 소프트 로봇으로 진화하고 있다. 또 로봇을 입은 사람의 생각만으로 작동하는 로봇도 등장했다.
◇로봇 올림픽 우승 도전
워크온슈트를 개발한 공경철 교수팀은 오는 5월 스위스에서 열리는 재활로봇 올림픽 '사이배슬론(Cybathlon)' 대회 우승을 목표로 한다. 김병욱씨는 2016년 1회 사이배슬론에서 입는 로봇으로 계단 오르내리기, 장애물 회피 이동 등 여섯 코스를 모두 통과했지만, 마지막 코스에서 시간을 초과해 이스라엘 리워크 로보틱스와 미국 IHMC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연구진은 지난 3년간 워크온슈트를 업그레이드해 세계 최초로 환자 몸에 완전히 맞춘 형태로 기술을 발전시켰다. 탑승자의 신체 움직임에 맞춰 보행 형태와 속도를 달리해 자연스러운 움직임이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김씨는 "4년 전에는 로봇의 움직임이 불안해 상체에 힘이 많이 들어갔는데 지금은 거의 힘이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 교수는 세브란스병원의 재활전문의인 나동욱 교수와 함께 의료용 입는 로봇 상용화를 위해 엔젤 로보틱스를 설립했다. 또 다른 입는 로봇인 엔젤슈트는 질병이나 사고로 운동능력을 일부만 잃은 환자를 위해 개발됐다. 공 교수는 "몸무게 40㎏ 이하 어린이라면 엔젤슈트로 걷는 데 필요한 힘의 90%까지 얻을 수 있고 성인이면 절반 정도 힘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대기업도 개발 경쟁 돌입
시장 조사업체 리서치앤드마켓은 전 세계 입는 로봇 시장은 2017년 5억2830만달러(약 6100억원)에서 매년 41.2% 성장해 2025년 83억달러(약 9조64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그중 절반은 노인이나 환자를 위한 의료용 로봇이 차지하고, 나머지는 제조현장의 작업자나 군인용 로봇이 맡을 것으로 분석됐다. 한창수 교수는 "의료용 입는 로봇 업체 중 엑소 바이오닉스와 리워크 로보틱스 등 소수만 미국 나스닥시장에 상장돼 있고 선두 업체도 시장점유율이 10%대에 그치는 상황"이라며 "시장이 막 형성되는 시기라서 한국도 충분히 도전해볼 만한 분야"라고 말했다.
대기업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2017년 세계 최대 IT 전시회인 CES에 의료용 입는 로봇 'H-MEX'를 공개했다. 삼성전자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의료로봇연구단장을 지낸 강성철 박사를 전무로 영입해 경쟁에 뛰어들었다.
다른 기업은 당장 팔 수 있는 산업용 로봇에 집중하고 있다. LG전자는 2018년 국제 가전박람회 IFA에 공장이나 물류창고에서 작업자의 근력을 보조하는 입는 로봇 '클로이 수트봇'을 발표했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에서 창업한 FRT는 소방관용 입는 로봇을 개발했다. LIG넥스원과 현대로템은 군사용 입는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공경철 교수는 "산업용 입는 로봇에 비해 의료용은 시장이 크지 않지만, 기술은 더 고난도"라며 "수소차 대중화를 위해 정부가 보조금을 지원하듯 건강보험에서 좀 더 적극적으로 지원한다면 세계적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말했다.
입는 로봇은 1960년대 미국에서 함정의 포탄 이송용으로 처음 개발됐다. 한동안 지지부진하다가 1994년 미국 UC버클리에서 군인용 입는 로봇을 개발하면서 다시 붐이 일었다. 최근에는 직물 같은 부드러운 재질의 소프트 로봇으로 진화하고 있다. 또 로봇을 입은 사람의 생각만으로 작동하는 로봇도 등장했다.
◇로봇 올림픽 우승 도전
워크온슈트를 개발한 공경철 교수팀은 오는 5월 스위스에서 열리는 재활로봇 올림픽 '사이배슬론(Cybathlon)' 대회 우승을 목표로 한다. 김병욱씨는 2016년 1회 사이배슬론에서 입는 로봇으로 계단 오르내리기, 장애물 회피 이동 등 여섯 코스를 모두 통과했지만, 마지막 코스에서 시간을 초과해 이스라엘 리워크 로보틱스와 미국 IHMC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연구진은 지난 3년간 워크온슈트를 업그레이드해 세계 최초로 환자 몸에 완전히 맞춘 형태로 기술을 발전시켰다. 탑승자의 신체 움직임에 맞춰 보행 형태와 속도를 달리해 자연스러운 움직임이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김씨는 "4년 전에는 로봇의 움직임이 불안해 상체에 힘이 많이 들어갔는데 지금은 거의 힘이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 교수는 세브란스병원의 재활전문의인 나동욱 교수와 함께 의료용 입는 로봇 상용화를 위해 엔젤 로보틱스를 설립했다. 또 다른 입는 로봇인 엔젤슈트는 질병이나 사고로 운동능력을 일부만 잃은 환자를 위해 개발됐다. 공 교수는 "몸무게 40㎏ 이하 어린이라면 엔젤슈트로 걷는 데 필요한 힘의 90%까지 얻을 수 있고 성인이면 절반 정도 힘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대기업도 개발 경쟁 돌입
시장 조사업체 리서치앤드마켓은 전 세계 입는 로봇 시장은 2017년 5억2830만달러(약 6100억원)에서 매년 41.2% 성장해 2025년 83억달러(약 9조64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그중 절반은 노인이나 환자를 위한 의료용 로봇이 차지하고, 나머지는 제조현장의 작업자나 군인용 로봇이 맡을 것으로 분석됐다. 한창수 교수는 "의료용 입는 로봇 업체 중 엑소 바이오닉스와 리워크 로보틱스 등 소수만 미국 나스닥시장에 상장돼 있고 선두 업체도 시장점유율이 10%대에 그치는 상황"이라며 "시장이 막 형성되는 시기라서 한국도 충분히 도전해볼 만한 분야"라고 말했다.
대기업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2017년 세계 최대 IT 전시회인 CES에 의료용 입는 로봇 'H-MEX'를 공개했다. 삼성전자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의료로봇연구단장을 지낸 강성철 박사를 전무로 영입해 경쟁에 뛰어들었다.
다른 기업은 당장 팔 수 있는 산업용 로봇에 집중하고 있다. LG전자는 2018년 국제 가전박람회 IFA에 공장이나 물류창고에서 작업자의 근력을 보조하는 입는 로봇 '클로이 수트봇'을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