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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일 ‘살아있는 권력’ 수사에 대한 청와대의 ‘보복인사’로 파문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윤석열 검찰총장을 비롯한 대검찰청 핵심 검찰 참모진이 지난해 10월 17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선서를 위해 기립해 있다. 왼쪽부터 복두규 사무국장, 윤 총장, 박찬호 공공수사부장, 이원석 기획조정부장, 한동훈 반부패강력부장, 조상준 형사부장.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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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檢내부 검사장급 인사 후폭풍
“현재 피의자 신분 청와대가
검찰의 팔다리 자른것” 평가
조직 전체 회의·좌절감 역력
수사 의지·檢조직 약화 우려검찰 내부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1·8 검찰 인사’를 살아있는 권력 수사를 중단시키기 위한 청와대와 법무부의 ‘폭거’로 받아들이고 있다. 특히 검찰은 즉각적인 반응을 자제한 채 발언을 아끼고 있지만 일선 검사들 사이에서는 상당히 격앙된 반응이 흘러나오고 있다.
9일 문화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법무부가 전일 발표한 검찰 인사는 청와대에서 명단을 작성하고 문재인 대통령의 재가를 거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발표하는 형식으로 이뤄진 것으로 파악된다.
법무부는 인사 제청에 필요한 검찰총장 의견 청취 절차를 두고 대검찰청과 공방을 벌이다가 8일 오후 7시 30분쯤 대검 검사급(검사장) 간부 32명의 승진·전보 인사를 13일 자로 단행했다.
이에 따라 윤석열 라인으로 불리던 대검 보직부장 참모 8명 중 7명이 사실상 좌천을 당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가족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의혹 수사를 지휘한 한동훈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은 부산고검 차장검사로,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을 수사 중인 박찬호 대검 공공수사부장은 제주지검장으로 각각 전보됐다. 조상준 대검 형사부장은 서울고검 차장으로, 이원석 대검 기획조정부장은 수원고검 차장으로 자리를 옮긴다. 이두봉 대검 과학수사부장은 대전지검장, 문홍성 대검 인권부장은 창원지검장으로 부임한다. 노정연 공판송무부장은 전주지검장으로 옮긴다.
특히 이번 인사안은 사실상 수사를 받고 있는 피의자 신분인 청와대가 수사를 지휘하는 간부 검사들의 팔다리를 자른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 같은 인사 폭거는 선진국에서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행보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정의를 위해 불법과 맞서는 검사들이 쫓겨나는 영화나 드라마 같은 인사가 현실에서 벌어졌다”면서 “검사가 수사를 열심히 하면 안 된다는 모순에 빠지면서 검사 인생에 회의감마저 든다”고 전했다. 재경지검의 한 평검사 역시 “일반 사기업도 이런 인사는 내지 않을 것”이라며 “현 정권에 대한 수사를 하지 말아야 조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고 말했다.
검찰은 법무부의 “특정 부서 중심의 인사에서 벗어나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던 일선의 우수 검사들을 중용했다”는 인사 관련 발표에 크게 분노하고 있다. 대검의 한 부장검사는 “검찰의 핵심 인사들을 유례없이 한꺼번에 좌천시킨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인데 국민을 우롱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면서 “청와대가 ‘살아있는 권력 수사 불가’ 메시지를 검찰에 보낸 것”이라고 평했다.
법무부는 인사 발표 내용을 담은 보도자료에 “이번 인사는 그동안 공석 내지 사직으로 발생한 고검장급 결원을 충원하고 그에 따른 후속 전보 조치를 하기 위한 통상적인 정기 승진 및 전보 인사”라면서 보복성 징계인사라는 사실을 부인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대검 수뇌부는 저녁 식사를 겸한 비공개 회동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총장이 주재한 자리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김온유 기자 kimonu@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