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압수수색 거부에, 檢 "朴 청와대는 일곱박스 줬다" 정면반박

2020. 1. 12. 22:17이슈 뉴스스크랩

檢내부 "靑이런식이면 수사 자체가 어렵다"
시민들이 청와대가 보이는 광화문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다. [중앙포토]
"수사팀이 교체되기 전 최대한 하려 했는데…"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 내부에선 지난 10일 청와대 압수수색이 불발되자 이런 탄식이 나왔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 2부(김태은 부장검사)는 이날 법원에서 발부받은 압수수색 영장을 들고 청와대를 찾아갔다. 다수의 청와대 관계자를 포함해 18명의 피의자의 범죄 행위가 적시된 영장이었다.

檢, 수사팀 교체 전 靑겨냥
하지만 변호사 출신의 청와대 법무비서관실 행정관이 "압수 목록이 특정되지 않았다"며 압수수색을 일절 거부해 빈손으로 돌아왔다. 이달 중으로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울산시장 수사팀이 교체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검찰의 청와대 추가 수사가 불발로 끝난 것이다.

지난 8일 '대학살'이라고까지 불린 검찰 인사의 실무 책임자였던 이성윤(58·연수원 23기) 검찰국장은 13일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취임한다.

청와대 고민정 대변인의 모습. [연합뉴스]
청와대와 검찰, 누가 진실을
압수수색을 거부한 청와대는 12일 출입기자들에게 "검찰이 들고 온 영장엔 압수 상세 목록이 없었고, 이후 제시한 상세 목록은 검찰이 임의로 작성한 것이라 위법수사"라며 검찰을 비판했다. 자신들이 수사를 거부한 것이 아니라 검찰이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검찰은 이런 청와대의 설명에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수사 때인 2016년 10월에도 이와 똑같은 방법으로 7박스 분량의 압수물을 받았다"며 공식 반박자료를 냈다.

검찰은 "압수목록이 특정되지 않으면 법원에서 영장을 내주지도 않는다"며 "압수할 장소 및 물건이 적법하게 특정된 영장"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청와대가 위법하다고 주장한 목록도 "압수수색에 대상 물건 중 최소한의 범위로 한정하여 요구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 현직 부장검사는 "청와대에선 이제 사법부가 발부한 영장도 무시하고 있다"고 답답함을 드러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10일 오후 점심 식사를 위해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별관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 청와대는 어떠했나
국정농단 수사 당시 박근혜 청와대는 검찰과 특검으로부터 각각 한 차례식 총 두 차례 압수수색 요청을 받았다. 한 번은 협조했고 한 번은 거절했다.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청와대와 같은 군사기밀시설은 책임자의 승낙 하에서만 압수수색이 가능하다. 청와대가 압수수색에 협조했던 2016년 10월의 경우는 현재 상황과 거의 유사했다.

검찰이 압수수색 영장을 제시하자 청와대가 지금과 같이 '상세 목록'을 요구했고 검찰이 영장을 바탕으로 임의로 작성한 상세목록을 제시하자 청와대가 7박스 분량의 문건을 제출했다.

박영수 국정농단 특별검사의 모습. [중앙포토]
국정농단 특검 압수수색 때는 청와대가 압수수색 자체를 거부했다. 지금과 다른 점은 당시 한광옥 대통령 비서실장이 특검의 압수수색이 '국가의 기밀과 이익이 저해될 염려에 해당한다'며 특검에 불승인 사유서를 제출했다는 것이다.

지난 10일 청와대는 서면 사유서 없이 검찰의 압수수색을 거부했다. 검찰의 압수수색의 절차가 위법했기에 별도의 서면 대응이 필요 없다는 것이 청와대측 설명이다.

靑의 수사거부, 대책이 없다
검찰 입장에선 청와대가 지금과 같이 압수수색을 거부할 경우 수사의 돌파구를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 울산시장 수사 핵심 피의자 대부분이 청와대에서 근무해 관련 자료가 청와대에 있을 가능성이 높은데 이를 구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검찰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핵심 피의자인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이 지난해 12월 31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후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법원은 송 부시장의 영장을 기각했다.[뉴스1]
형사소송법 110·111조에 따르면 군사상 비밀을 요하는 장소와 공무상 비밀과 관련된 물건에 대한 압수수색은 책임자의 승낙 없이 불가능하다.

관련 법령에선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하는 경우를 제외하곤 (압수수색을) 거부하지 못한다고 나와있다. 하지만 이 단서 조항이 포괄적이고 청와대가 '중대한 이익에 해당한다'고 주장할 때 수사기관이 이의를 제기할 법적 절차가 마련돼있지 않다.

마땅한 법이 아직 없다
국정농단 특검도 청와대의 압수수색 거부 이후 황교안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압수수색 협조 공문을 보내는 데 그쳤다. 특수부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국회에서 차마 이런 상황까진 예상하지 못하고 법을 마련해놓지 않았다"며 "입법 미비의 상태"라고 말했다.

청와대 연풍문 앞의 모습. [뉴스1]
검찰 내부에선 '청와대가 법원의 압수수색 영장도 거부하며 사실상 사법 방해행위를 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하지만 미국 등과 달리 한국엔 사법 방해행위를 처벌하는 별도의 법령이 존재하지 않아 수사와 처벌 자체가 불가능하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