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호 논설고문
겉과 속이 다른 ‘이중 교리’도
反사회적·非윤리적 행태도
妖說 동원한 ‘공동선’ 위장도
理性 마비 노린 사기극이지만
忠犬 경쟁 더 노골화·극단화
진실을 영원히 은폐하진 못해
사이비 종교는 어느 사회, 어느 시대나 암적 존재다. 존속과 세력 확장의 수단이 혹세무민(惑世誣民)이다. 주요 특징은 교주(敎主) 신격화, 겉과 속이 다른 이중 교리, 반(反)사회적· 비(非)윤리적 행태, 기성종교에 대한 적개심, 허무맹랑한 선동과 협박 등이다. 궤변과 요설(妖說)을 동원해 공동선(共同善)이라고 위장하는 것도 실상은 교주와 교주에게 충성하는 측근 사익(私益)이다. 교활한 사기극이지만, 멀쩡해 보이는 사람조차 세뇌되고 속아서 극렬 신도가 되기도 한다. 이성(理性)이 마비된 탓이다.
문재인 정권의 혹세무민 행태도 그런 사이비 종교와 닮은 것으로 보인다. ‘범죄 피의자 집합소’라는 개탄까지 자초한 청와대가 대표적이다. 선과 악, 정의와 불의, 공정과 불공정, 합법과 불법까지 뒤집는 식이다. 그 정점은 문 대통령이다. 지난 14일 신년 기자회견 내용이 대표적이다. 친문(親文) 고위직들의 범죄 혐의를 수사 중인 간부를 거의 모조리 좌천시켜 ‘헌정 사상 최악의 검찰 대학살’ ‘친문 수사에 대한 보복’ 등 비판을 자초하고도, ‘가장 균형 있고 공정한 인사’라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황당하기까지 한 ‘문비어천가’를 사실상 정당화했다. 권력 범죄 수사를 법과 원칙대로 이끄는 윤석열 검찰총장을 향해서는 ‘수사권 절제’를 거듭 강조하며 “초법적 권력과 권한이 행사된다고 국민이 느끼기에 검찰 개혁이 요구되는 것”이라고 ‘경고’까지 했다.
그런 식이니, 권세를 유지하거나 더 출세하려는 측근들의 ‘충견(忠犬) 경쟁’이 더 심해지고, 혹세무민도 더 노골화·극단화한다. 문 대통령도 수사 대상일 수밖에 없는 상황을 차단하기 위한 저의가 확연한 ‘보복 인사’에 검사들이 집단 반발하는 상황을 두고도,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은 “크게 반발하는 것은 아닌 것으로 안다”고 했다. 이에 앞서 추 장관이 검찰청법까지 사실상 거스르면서 윤 총장을 패싱한 ‘보복 인사안’을 제청한 배경도 다를 리 없다. 추 장관은 “윤 총장이 장관의 명(命)을 거역했다”고 덮어씌우기까지 했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은 되레 윤 총장을 “인사 프로세스에 역행하는 초법적 행위를 한 것”으로 몰았다.
정작 초법적 권력 행사를 일삼는 것은 문 대통령과 청와대다. 법원이 발부한 압수수색 영장의 집행도 거부한다. 일선 판사들이 ‘청와대의 막 나가는 행동에 제동이 필요하다’고 하는 이유다. 심지어 문 대통령과 충성스러운 수족들은 ‘부정과 불공정의 상징’으로 전락한 범죄 피의자인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억울한 피해자’로 뒤집으려고까지 하는 것으로 비친다. 문 대통령은 “조 전 장관이 지금까지 겪었던 고초만으로도 저는 아주 크게 마음의 빚을 졌다고 생각한다”고 국민 앞에 버젓이 밝히기도 했다. 영장 판사가 조국 구속영장은 부인이 이미 구속된 점 등을 고려해 기각하면서도 ‘법치주의를 후퇴시켰다. 죄질이 나쁘다’고 한 법률적 판단조차 문 대통령은 안중에 없다.
조국 아들의 ‘인턴 활동 확인서’ 조작을 공모한 혐의를 받는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마저 비호한다. 범죄 피의자에게 검찰 소환에 불응하고 고위공직자 인사 검증 등을 계속하게 하는 것도 ‘정의·공정’인 셈이다. ‘친문 농단’ 수사 실무를 지휘해온 서울중앙지검장,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등을 밀어내고 ‘친문 코드’로 채우면서 ‘수사와 인사는 별개’ 운운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그런 문 대통령 의중을 떠받들어 ‘검찰 수사권 자제’를 복창한다. ‘조국 무혐의 처리’까지 주장했다고 한다. 오죽하면 수사를 직접 진행·지휘한 차장검사급 간부가 그 주장 당사자에게, “수사 기록이나 보고 그러느냐. 당신이 검사냐” 하고 소리쳐 항의했겠는가. 그런 항의도 추 장관은 “추태”라고 했다.
사이비 종교든, 정치권력이든 혹세무민은 큰 죄악이다. 문 대통령은 대한변호사협회 역대 회장 등이 지난 17일 발표한 ‘법치 유린 중단 촉구’ 성명이나마 새겨들을 때다. ‘권력형 비리를 수사하는 검찰 간부들이 대부분 교체된 것은 수사 방해 의도로 볼 수밖에 없다. 숨겨야 할 진실이 도대체 무엇이기에 강압적인 수사 방해를 시도하는가’ 하며 이렇게 덧붙였다. ‘진실은 영원하고 권력은 유한하다. 일시적으로 진실을 은폐할 수 있을지 몰라도 영원히 은폐할 수는 없다. 현 정권이 진실 은폐 시도를 계속한다면 더 큰 역사적 단죄와 법적 처벌을 받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