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가 지나면 정치권이 본격적인 총선 국면에 돌입한다. 선거제도 개편 뒤 치르는 첫 총선인 만큼, 결과를 예측하기가 역대 어느 선거보다 어렵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으로 제3당이 어느 정도 약진할지, 70년 동안 유지돼온 양당 구도에 얼마나 균열이 생길지도 관심거리다.
<한겨레>는 22일 데이터분석기관인 지방자치데이터연구소와 함께 2012년 19대 총선부터 같은 해 18대 대선, 2014년 6회 지방선거와 2016년 20대 총선, 2017년 19대 대선을 거쳐 2018년 7회 지방선거까지 최근 8년새 치른 6차례 전국단위 선거의 투표 결과를 지역구 단위로 분석했다. 길을 떠나기 전 지도를 확인하듯, 본격적인 선거전에 앞서 최근의 여러차례 선거를 거치며 형성된 유권자 지형을 살펴보자는 취지다.
조사 결과, 민주당은 전체 253개 지역구 가운데 지지세가 강했던 지역구가 39곳, 다소 강했던 곳이 71곳이었다. 한국당의 지지세가 강했던 지역구는 29곳, 다소 강했던 곳은 31곳이었다. 최근 선거에서 여야 후보가 번갈아 당선됐거나 접전 양상을 보인 ‘특정 지지세가 강하지 않았던 곳’은 전체 지역구의 3분의 1에 달하는 83곳이었다. 이곳의 지지를 확보하는 쪽이 총선의 승자가 될 공산이 큰 셈이다.
의석수가 122석에 달하는 수도권(서울‧경기‧인천)은 최근 선거에서 민주당 우세가 두드러졌던 곳이다. 서울의 경우 전체 49개 선거구 가운데 34곳이 ‘민주당 지지세가 강했거나 다소 강했던 곳’으로 분류됐고, 한국당은 3곳(강남갑, 강남병, 서초갑)만이 ‘지지세가 다소 강했던 곳’으로 나왔다. 경기도 60개 지역구 가운데 ‘민주당 지지세가 강했거나 다소 강했던 곳’은 27곳, ‘한국당 지지세가 강했거나 다소 강했던 곳’은 3곳이었다.
부산‧울산‧경남의 경우 민주당이 최근 이어진 상승세를 유지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부산의 경우 전체 18개 지역구 가운데 ‘특정 지지세가 강하지 않았던 곳’이 12곳이나 됐다. 민주당이 5명의 당선자를 배출한 2016년 총선과 기초단체 16곳 중 13곳을 민주당 후보가 석권한 2018년 지방선거 결과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전통적인 스윙보터 지역으로 분류되는 충남에서는 11개 지역구 가운데 7곳이, 충북에서는 8개 지역구 가운데 4곳이 ‘특정 지지세가 강하지 않았던 곳’으로 나왔다. 예상대로 민주당은 호남과 제주에서, 한국당은 대구‧경북과 강원에서 견고한 지지세를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분석은 후보자 득표 데이터를 근거로 최근 8년간 치러진 전국단위 선거의 민심 흐름을 파악한 것으로, 4·15 총선을 전망하는 예측치나 현재의 여론을 가늠하는 자료는 아니다. 각 정당들은 이런 유권자 지형을 고려해 선거 구도와 공천 전략을 짤 것으로 보인다. 황금비 기자
withbee@hani.co.kr어떻게 분석했나이번 분석은 최근 전국 단위 선거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자유한국당 후보의 평균득표율과 최소득표율, 제3당·무소속 후보가 얻은 득표율을 활용했다.
‘평균득표율’은 최근 6차례의 전국 단위 선거에서 민주당과 한국당 후보가 얻은 득표율의 평균값이다. ‘적극 지지층’은 6번의 선거에서 양당 후보자가 기록한 최소득표율로 구했다. 정당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 핵심 유권자층이다. ‘소극지지층’은 평균득표율에서 ‘적극지지층(최소득표율)’을 뺀 값으로, 정당의 행태나 방향, 후보 등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투표를 하지 않는 느슨한 지지층을 지칭한다. 100에서 양당 평균득표율의 합을 뺀 값은 ‘제3당·스윙보터’로 분류했다. 군소정당이나 무소속 후보를 지지했거나, 특별히 지지하는 정당·후보가 없는 유권자층이다.
6차례 전국 단위 선거의 민주당 평균득표율이 한국당 평균득표율보다 20%포인트 이상 높은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했던 곳’으로, 10%포인트 이상 20%포인트 미만으로 높았던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다소 강했던 곳’으로 분류했다. 반대로 한국당 평균득표율이 20%포인트 이상 높은 지역은 ‘한국당 지지세가 강했던 곳’으로, 10%포인트 이상 20%포인트 미만으로 높았던 지역은 ‘한국당 지지세가 다소 강했던 곳’으로 분류했다. 두 당의 평균득표율 격차가 10%포인트 이내인 지역은 ‘특정 지지세가 강하지 않았던 곳’으로 분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