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파괴’ 반드시 代價 치른다

2020. 2. 14. 19:09C.E.O 경영 자료

‘민주주의 파괴’ 반드시 代價 치른다

문화일보 기사입력 | 2020-02-14 11:54



김종호 논설고문

조직적 不正 선거는 反逆 해당

代議민주주의 본질을 유린해

박근혜 전 대통령도 징역 2년

文정부 청와대 혐의는 더 惡性

공소장에 특히 강조된 ‘대통령’

‘진실’ 앞에서 정직해야 할 때

민주주의의 요체는 ‘민주적 절차’다. ‘국민에 의한’이 핵심이다. 이는 선거를 통한 대의(代議)민주주의로 구현된다. 대한민국 헌법이 제1조에서 ‘민주공화국’이라고 천명하며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못 박은 것도, 각각 별도의 장(章)으로 다룬 국가기관 중에 국회를 정부·법원·헌법재판소 등보다 앞세운 취지도 달리 없다. 국민의 대표적 주권 행사인 선거를 왜곡·유린하는 것은, 특히 기획에 따른 조직적 선거 부정(不正)은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반역(反逆)에 해당한다. 헌법 전문(前文)에 ‘불의에 항거한 4·19 민주이념 계승’을 명문화한 이유도 마찬가지다. 1960년 4·19혁명의 도화선이 되고 이승만 대통령의 하야·망명으로 이어진, 당시 자유당 정권의 3·15 부정 선거 유(類)는 시대의 차이와 상관없이 결코 용인할 수 없다는 국가와 국민 의지의 명시적 표현이다.

헌정 사상 최초로 탄핵된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법원이 공직선거법 위반만으로도 징역 2년을 선고한 것은 그 연장선이다. 2016년 제20대 총선에서 ‘진박(眞朴) 감정용 여론조사’ 등으로 새누리당 공천에 불법 개입한 혐의에 대해, 법원은 “국민으로부터 받은 권한을 함부로 남용해 대의제(制) 민주주의를 훼손했다”고 했다. 이에 앞서 헌정 사상 최초로 탄핵 소추된 대통령인 노무현 전 대통령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노 대통령은 2004년 제17대 총선을 앞둔 기자회견에서 “국민이 열린우리당을 압도적으로 지지해줄 것으로 기대한다”며 “대통령이 뭘 잘해서 열린우리당이 표를 얻을 수만 있다면, 합법적인 모든 것을 다하고 싶다”고 했다. 헌재(憲裁)는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과 헌법 위반’이라고 판단하면서도 ‘수동적·소극적 위반에 그쳤다’며 탄핵을 결정하진 않았으나, 노 대통령 직무는 3월 2일 탄핵 소추부터 5월 14일 기각 때까지 정지됐다.

검찰 수사의 필요성·당위성이 제기되는 문재인 대통령의 2018년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이 사실로 확인되면, 노·박 전 대통령보다 훨씬 더 악성(惡性)이다. 2014년 울산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무소속 출마한 ‘30년 지기(知己)’ 송철호 후보의 당선이 “가장 큰 소망”이라던 문 대통령의 뜻을 기회를 달리해 떠받들 듯이, 조직적으로 나선 청와대의 ‘선거 공작’이 확연하게 드러났다.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비서실장, 민정수석, 정무수석, 민정비서관, 반부패비서관, 사회정책비서관, 균형발전비서관실과 인사비서관실 선임행정관 등이 일사불란하게 나섰다. 공천 단계부터 경쟁 후보의 경선 포기를 종용하며 공기업 사장과 일본 고베(神戶) 총영사 등으로 매수를 시도했다. 당선이 유력하던 다른 당 후보 ‘하명(下命) 수사’를 경찰에 지시하고, 수사 상황도 수시로 보고받았다. 선거 공약에도 적극 관여했다.

그 기획이나 과정이 문 대통령과 무관했을 리 없다는 것은 상식이다. 그래서 공소장에도 ‘대통령’ 단어가 35번 등장하고, ‘다른 공무원보다 선거에서의 정치적 중립성이 더욱 특별히 요구되는 공무원’으로 ‘대통령 업무를 보좌하는 공무원’뿐 아니라 ‘대통령’도 함께 적시한 이례적 ‘서문(序文)’까지 붙었다. 그런 상황에서 청와대가 법원이 발부한 압수수색 영장의 집행조차 한사코 막는 것도,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선거 공작’ 수사에 대한 방해 반복으론 모자라는 듯이 위법인 ‘수사 검사와 기소 검사 분리’의 우선적 시범 시행 발상까지 내놓은 것도 문 대통령 혐의를 덮기 위한 저의로 비친다.

하지만 민주주의 파괴 범죄는 반드시 엄혹한 대가(代價)를 치르게 된다는 사실을 역사가 확인해준다. 정황으로 분명해 보이지만 구체적 증거와 실상이 아직 제대로 확인되지 않은 문 대통령 죄과(罪科)도 명확해진다면, 예외일 수 없다. 진보 성향인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소속의 권경애 변호사까지 “공소장 내용은 대통령의 명백한 탄핵 사유이고 형사처벌 사안인데도, 그분은 가타부타 일언반구가 없다. 이곳은 왕정이거나 입헌군주제인가” 하고 개탄했다. 전국 377개 대학의 교수 6094명이 참여한 사회정의를바라는교수모임은 성명을 통해 “피의자로서의 묵비권은 대통령직에서 내려온 다음에 행사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런 목소리는 갈수록 더 확산할 개연성이 크다. 문 대통령은 ‘진실의 순간’이 눈앞에 다가온 사실을 직시하고, 정직하기부터 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