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發 입국제한 확산에 GVC 붕괴 수준 … 韓수출 타격 불보듯

2020. 3. 10. 01:04C.E.O 경영 자료

코로나發 입국제한 확산에 GVC 붕괴 수준 … 韓수출 타격 불보듯

한국인 입국제한 106개국 달해

中·美·日 등 주요 수출국 포함

전시상담회 연기로 해외길 막혀

全세계 수출액 59兆 감소 전망

은진 기자

입력: 2020-03-09 15:33

9일 서울 강서구 김포국제공항 국제선 청사가 일본 입국제한 여파로 썰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한국인 입국을 금지 또는 제한하는 국가가 100개국을 넘었다.

우리나라의 10대 수출국 가운데 미국을 뺀 9개국이 빗장을 걸어잠그면서 우리나라 수출이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9일 기준 한국발(發) 외국인 입국에 대한 절차를 강화한 곳은 총 106개국으로, 전날보다 2곳 더 늘었다.

무엇보다 한국 수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주요 수출국이 입국제한 조치를 취하면서 '글로벌가치사슬'(GVC)이 붕괴 위기에 놓였다. 지난해 무역협회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10대 수출국은 중국·미국·베트남·홍콩·일본·대만·인도·싱가포르·멕시코·말레이시아다. 10대 수출국 중 미국을 제외한 모든 나라가 한국인 입국을 제한한 것이다.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수출에서 10대 수출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57%에 달한다.

이날부터 한국인의 무비자 입국을 중단한 일본도 우리나라 5위 수출국이다. 일본은 이달 말일까지 비자 면제를 중단하고 이미 발급한 비자 효력도 정지하기로 했다.

비자를 새로 받으면 입국할 수 있지만, 지정 장소에서 14일을 대기해야 하기 때문에 당장 우리 기업의 수출길이 막혔다. 이번 조치는 한시적으로 시행되지만,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장기화할 가능성도 있다.

글로벌 공급망(GVC)에 힘입어 경제성장을 해온 우리 경제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GVC 위기로 크게 위축받을 수밖에 없게 됐다. GVC는 제품 생산의 전(全) 공정을 여러 나라가 분담해 비용을 줄이는 국제 분업구조를 뜻하는데, 한국의 GVC 참여율(2017년 기준)은 55%로 전 세계 6위다. 이는 세계 평균인 53%를 상회 하는 수치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한국의 수출 감소 규모가 38억달러(약 4조원) 수준이 될 것으로 분석했다. 전 세계 중간재 무역의 20%를 차지하는 중국 경기가 멈춰서면서 전 세계 수출금액은 500억달러(약 59조원)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 코로나19 이후 중국의 2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2004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당장 국내 수출 기업들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중국과 동남아 시장을 중심으로 사업을 진행해왔던 강원 지역 한 화장품 업체는 입국제한 조치로 인해 수출 계약을 무기한 연기했다.

경기도에 위치한 한 제조업체도 출장길이 막혀 수출 문제에 애로를 겪고 있는 상황이다.

오는 24일 일본 도쿄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한국상품 전시상담회'도 일본의 입국제한 조치로 인해 미뤄졌다.

업계 관계자는 "수출 비중을 늘리려면 해외 바이어와 상담을 통해 진출 기회를 잡아야 하는데 아예 참여를 할 수 없게 되는 경우가 많아 안타까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은진기자 jineu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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