앓아누운 경제… 기업도 `시름시름`

2020. 3. 11. 09:31C.E.O 경영 자료

앓아누운 경제… 기업도 `시름시름`

팬데믹 공포에 자본시장 '패닉'

국제유가 폭락까지 불확실성↑

코로나發 '경제 대공황' 조짐도

시장개척 기회도 가로막힌 상황

재계, 新사업 추진 사실상 보류

사업계획 수정… 비상경영 돌입

박정일 기자

입력: 2020-03-10 18:49

[디지털타임스 박정일 기자] 코로나19 확산이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조짐을 보이면서 재계가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세계 절반이 넘는 국가의 한국에 대한 입국 제한, 주요 경제 관련 행사 취소 등으로 재계 총수들의 발이 묶이는 '미증유(아직까지 한 번도 없었던 일)'의 경영 불확실성이 고조되는 상황이다.

이 와중에 코로나발(發) 경제 불황 우려에 국제 유가가 걸프전 이후 최대폭으로 하락했고, 수요·공급이 동시에 얼어붙어 실물경제 뿐 아니라 자본시장까지 패닉에 빠졌다. 이에 주요 대기업들은 생산 차질을 막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면서 동시에 투자 등 올해 경영계획을 전면 재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LG·SK 등 주요 대기업들은 코로나19 확산이 세계경제 불황으로 이어질 가능성에 주목하며, 경영계획 전면 재검토 등 사실상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재계 관계자는 "아직 올해 사업계획을 수정할 계획까진 없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 주요 투자 시점과 사업재편 등 경영계획 이행 시점을 조율하는 중"이라며 "세계경기 침체가 현실화하면 주요 사업계획의 재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 총수가 직접 나서야 하는 신산업 육성과 시장개척 일정도 사실상 전면 보류됐다. 실제로 중국의 '다보스포럼'으로 불리는 보아오포럼도 이날 결국 잠정 연기를 결정하는 등 주요 행사들이 모두 취소되고 있다. 일본을 비롯해 109개 국가에서 한국인의 입국 제한 조치를 하면서 마땅히 갈 곳도 없는 상황이다.

코로나19발 경제 대공황 조짐까지 보이면서 불안감은 가중되고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간 감산 협상 무산의 충격파로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4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배럴당 24.6%(10.15달러) 떨어진 31.1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하루 낙폭 기준으로 걸프전 당시인 1991년 이후 최대다. 업계에선 유가가 20달러 선까지 떨어지면 중동과 러시아 뿐 아니라 미국 셰일가스까지 타격을 입는 '역(逆) 오일쇼크' 발 경제위기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국제 교역의 심각한 위축은 자본시장까지 얼어붙는 '돈맥경화'로 이어질 수 있다. 코로나19에 따른 공포심리로 소비가 위축되면서 수요 회복을 기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이번 역오일쇼크 전쟁이 결국 미국·사우디 등과 러시아·유럽 간 에너지 패권 다툼이란 분석도 있다. 만약 이들의 '치킨게임' 양상이 장기화할 경우 중간재 비중이 높고 반도체 외에 내세울 만한 주력이 없는 우리나라가 '고래싸움에 등 터지는 새우'가 될 수 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재계에선 이 같은 상황을 우려해 정부의 적극적인 경기부양책을 요청하고 있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지난 9일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추가경정예산을 40조원 규모로 늘려달라는 요구 역시 이 같은 위기인식이 담겨있다.재계 관계자는 "당장 국민의 건강을 챙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후에도 이어질 경제위기에 대비해 적극적인 투자진작 정책을 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정일기자 comja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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