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소주성, 탈원전, 조국, 울산공작'이 총선서 이긴다면

2020. 4. 3. 05:16C.E.O 경영 자료

[사설] '소주성, 탈원전, 조국, 울산공작'이 총선서 이긴다면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

입력 2020.04.02 03:20

[양상훈 칼럼] 코로나 착시 덕 본다는데 이 정권이 운 좋으면 나라 운도 좋은가, 반대인가

경제 실정, 정치 비리가 선거로 정당화되면 잘못 고칠 기회 잃는 것

누구보다 정권의 불행

양상훈 주필

코로나와의 전쟁에서 한국은 어느 정도 일상을 유지할 수 있는 많지 않은 나라 중 하나다. 전문가들의 얘기를 들어 보니 마스크의 힘이 가장 크다고 한다. 마스크를 거의 빠짐없이 챙겨 쓰고 있는 국민의 역할이 결정적이라는 것이다. 미국과 유럽의 코로나 창궐은 무엇보다 마스크를 기피하는 문화와 마스크 자체가 태부족인 것이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 백악관 담당관의 말대로 지금 세계에서 '서로를 보호하기 위해 일치된 대응을 하고 있는' 국민이 있다면 한국민이 빠질 수 없다.

다음으로는 민영 병원과 공영 건강보험이 조화를 이룬 우리 의료 시스템과 다른 나라에 비해 우수 인력이 몰린 의료진의 눈물 나는 헌신을 빼놓을 수 없다. 기업의 발 빠른 진단 키트 개발과 이를 신속하게 승인한 정부 질병관리본부의 공도 크다. 이런 강점이 정부가 초기에 중국 감염원을 차단하지 않은 큰 문제를 상쇄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 덕을 민주당이 보고 있다고 한다. 재주 부린 사람과 돈 버는 사람이 따로 있는 꼴이다. 이런 코로나 착시 현상이 유권자들에게 영향을 미친다면 정권이 운(運)이 좋은 것이다. 그런데 나라의 운은 어떻게 되나. 코로나는 결국 지나간다. 7월에 나온다는 치료약이 효과를 보이면 서광이 비칠 수 있을 것이다. 코로나 사태가 끝나면 세계경제가 반등할 것이라는 데 이론이 없다. 지금 우리가 정말로 물어야 할 것은 한국 경제도 그때 같이 반등해 경제가 성장하고, 양질의 일자리가 늘어나고, 자영업자들과 소상공인들이 다시 희망을 품게 될 것이냐는 질문이다.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 한국 사회가 당면한 진짜 문제다.

코로나 사태가 발생하기 전인 2019년에 우리나라 경제는 이미 중병(重病)에 걸려 있었다. 절반 이상은 새 정권의 상식 밖 경제 실험이 불러온 인재(人災)였다. 경제성장률은 2%라고 하지만 막판에 세금을 퍼부어 억지로 만든 숫자다. 국민 총소득 증가율은 3년 연속 하락해 0.3%가 됐다. 3040 일자리는 21만5000개가 없어지고 60대 이상이 37만7000개가 늘었다. 제조업 일자리는 8만1000개가 줄고 농업에서 5만3000개가 늘었다. 산업 생산 증가율은 0.4%로 통계 작성 이후 최저, 광공업 생산 증가율은 -0.7%로 통계 작성 이후 최저, 설비투자 증가율은 -7.6%로 금융 위기 이후 최저,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72.9%로 외환 위기 이후 최저다. 수출은 올해 1월까지 14개월 연속 마이너스다. 작년 50대 기업 영업이익 -43%, 10여 년간 감소하던 개인 파산의 돌연 급반등, 폐업 자영업자 5배 폭증, 2018 년 휴·폐업 신용카드 가맹점 66만곳, 자영업 대출 불과 반년 만에 25조원 급증 등 암울한 경제지표는 끝이 없다. 3년간 국가 부채가 무려 100조원이 늘었다. 착실히 쌓아 온 건보 기금, 고용 기금은 다 거덜 직전이다.

소득 주도 성장과 반(反)기업·친노조, 탈원전과 같은 반(反)시장 자해(自害) 정책이 아니면 단기간에 이런 경제 급전직하를 만들 수 없다. 정권이 경제를 이 지경으로 만들어 놓고도 선거 프레임 전환에 성공해 승리한다면 소주성, 반기업, 반시장, 탈원전을 그대로 밀고 갈 것이다. 경제가 어떻게 되겠나.

이 정권 최대 정치 사건은 울산 선거 공작이다. 경찰을 동원해 야당 후보 사무실을 덮치는 1960년대식 수법이었다. 희대의 파렴치 조국을 기어이 법무장관에 임명했다. 선거 공작과 조국을 수사한 검찰을 인사 학살했다. 공수처 만든다고 선거법을 강제로 바꾸더니 선거를 코미디로 만들었다. 그렇게 만든 공수처의 1호 수사 대상이 윤석열 검찰총장이라고 한다. 이 모든 비리가 코로나에 묻혀 넘어가고 '울산 선거 공작' '조국 임명' '검찰 학살' '선거법 코미디'가 총선에서 승리해 정당성을 얻는다면 앞으로 누구든 같은 일을 벌일 수 있다. 이게 나라인가.

선거 결과는 투표함을 열 때까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 여당 내부에선 과반수(151석)를 넘어 180석 얘기까지 오간다고 한다. 이 예상이 실현된다면 그것은 '코로나의 승리'로 끝나지 않는다. 바로 소주성, 탈원전, 반기업, 친노조, 울산 선거 공작, 비리 공직자 은폐, 헤아릴 수도 없는 내로남불, 조국 임명, 검찰 학살, 선거법 폭거가 선거에서 승리하는 것이다. 전통 우방들과의 궤도 이탈, 북에 굴종, 중국에 안보 주권 양보가 승리하는 것이다.

국민이 소주성, 탈원전, 조국, 선거 공작이 옳다고 생각해 그 길을 선택한다면 어쩔 수 없다. 이들이 다수라면 나라가 그 길로 가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코로나 착시가 만드는 결과라면 크게 잘못된 것이다. 한국의 유권자들은 늘 그랬던 것은 아니지만 필요할 때 필요한 선택을 해왔다. 그렇지 않았다면 지금의 대한민국은 존재할 수 없다. 이번 총선으로 경제를 망친 실험과 선거 공작, 조국 임명과 같은 실정(失政)이 정당화되면 정권은 잘못을 고칠 기회를 잃는다. 나라는 물론이고 이 정권에도 불행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4/02/2020040200024.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