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씨일가 금고지기' 고위 탈북자 "왕조 무너져도 북한 혼란 없어 "

2020. 5. 2. 12:04C.E.O 경영 자료

'김씨일가 금고지기' 고위 탈북자 "왕조 무너져도 북한 혼란 없어 "

기사입력 2020.05.02. 오전 1:01 기사원문 스크랩

노동당 39호실 고위 간부 출신 리정호씨 본지 기고

북한에서 차관급, 탈북자 중 최고위급으로 알려져

"김정은 사망 후 북한 집단지도체제로 유도해야"

북한 39호실 고위관리 출신 리정호씨 /워싱턴=조의준 특파원

북한 김씨 일가의 비자금과 외화조달을 관리하는 노동당 39호실 출신 고위 간부로, 미국에 거주하면서 북한 김씨 왕조의 실상을 폭로해온 리정호씨가 본지에 북한 김정은 후계구도와 관련해 기고문을 보내왔다. 리씨는 노동당 39호실 대흥총국의 선박무역회사 사장과 무역관리국 국장, 금강경제개발총회사 이사장 등 북한에선 차관급 지위까지 올라갔다.

그는 북한에서 지난 2001년 노력영웅 칭호를 받았고, 한때 그가 운영하던 회사의 직원들 수만 약 1만명에 달하기도 했다고 한다. 리씨는 현재까지 대외적으로 알려진 탈북자 중에선 최고위급으로, 현재 미국에서 백악관과 국무부 등에 북한관련 조언도 하고 있다. 리씨는 지난 2014년 북한 김정은 정권의 폭정과, 주변 인물들에 대한 숙청과 처형을 보며 회의를 느껴 탈북했다.

리씨는 본지에 “김정은이 죽었다고 해도 김씨 일가의 4대 세습만은 막아야 한다”며 “김씨 왕조가 계속되면 자신들의 폭정을 감추기 위해 과거보다 더한 인권 탄압을 할 수 있다”고 했다. 다음은 리씨 기고문 전문

김씨 왕조는 집단 지도체제로 무너뜨려야 한다

북한 김정은 위독설이 제기된 뒤, 한국과 일부 외국 언론들은 김정은의 동생 김여정 등으로 이어지는 김씨 가문의 4 대 세습을 기정 사실화해 부추기고 있다. 이들은 4대 세습이 아니면 급변사태가 일어나는 것처럼 뉴스를 쏟아 낸다. 그들의 뉴스대로 라면 북한은 영원히 체제 변화가 있을 수 없는 것인가? 이런 보도는 혼란만 가중시킨다.

김정은이 사라진다고 해도 북한에 급변사태가 벌어질 가능성은 매우 낮다. 그것은 북한 노동당이 국가를 완전히 장악 통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에는 당파 갈등이 존재하지 않고 모든 사람들이 조직에 매여 있어 김정은 사후에 노동당 중심의 집단 지도 체제가 들어선다면 충분히 통제할 수 있다. 이 방법이 김씨 왕조를 끝내기 위한 가장 현실적인 선택이다.

북한의 이른바 백두 혈통 계승은 김정은의 3대 세습을 마지막으로 완전히 막을 내려야 한다. 4대 세습은 더 이상 명분이 없다. 만약 김씨 가문의 4대 세습이 지속된다면 북한은 앞으로 100년 동안 체제 변화가 있을 수 없고 주민들은 자유의 구속과 폭정의 압제에서 영원히 벗어날 수 없다. 또 북한의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도 기대할 수 없게 된다.

김씨 왕조체제는 독재자를 초인간적인 신적 존재로 만들어 절대권력을 휘두르는 사이비 종교 집단이며 폭압 통치로 체제를 유지하는 반인륜적 범죄집단이다. 때문에 김씨 왕조는 체제 붕괴가 두려워 나라를 개방하지 않고 핵무기에 집착하고 있다.

김씨 정권이 나라를 개방시키지 않고 비핵화를 하지 않는 근본 원인은 첫째, 나라가 개방되고 시장경제를 받아들이면 자신들이 저지른 잔혹한 반인륜적 범죄 행위가 세상에 드러나 국제적 범죄자로 심판받는 것이 두렵기 때문이다.

김씨 왕조정권은 나치의 홀로 코스트를 훨씬 능가하는 잔혹한 정치범 수용소를 50년간 운영하고 있으며 무고한 사람들을 무자비하게 처형하고 숙청하면서 잔인한 공포 통치로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반인륜적 범죄가 국제사회에 드러나면 그들은 용서를 받지 못하게 된다. 그래서 김정일과 김정은은 나라를 개방하면 번영의 길이 열려 있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나라를 개방시키지 못했다.

둘째, 김씨 왕조의 개인 숭배사상체제가 무너지고 절대 권력의 영구집권 체제가 붕괴될까봐 두렵기 때문이다. 김씨 왕조체제는 수십년간 독재자를 신격화하여 법 위에 군림하는 절대권력을 행사하면서 장기집권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폐쇄된 공간에서만 유지가 가능하다. 그래서 독재자는 쇄국통치와 잔인한 공포통치로 폭압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북한이 다시 4대 세습을 하게 된다면 그 세습정권은 75 년간 저지른 반인륜적 범죄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그 세습 정권은 지금과 마찬가지로 개방을 하지 않게 되고 김씨 왕조의 영구 집권을 위해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게 된다. 또한 김씨 정권이 수십년간 노리고 있는 무력에 의한 한반도 통일정책도 계승하게 돼 극단의 경우 전쟁도 감수해야 한다.

때문에 김정은이 거동 불능 상태이거나 사망하였을 경우에는 북한에 혼란이 발생하지 않으면서도 안정적인 정권이양을 하도록 북한 엘리트 집단과 주민들에게 방법을 제시해야 한다. 물론 북한이 자유 민주주의를 받아들이도록 하면 좋을 것이다.

그러나 북한의 현 상황을 고려할 때 4대 세습보다는 권력 서열 순위로 집단지도체제를 이루어 순조롭게 이행하도록 하는 것이 훨씬 나은 선택이다. 그것은 집단지도체제 집권자들이 과거 김씨 왕조가 75년간 저지른 반인륜적 범죄의 처벌에서 자유롭기 때문이며 김씨 가문처럼 신격화된 절대 권력이 붕괴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 상태에서 북한이 권력서열로 새로운 집단지도체제를 이루게 된다면 나라를 개방하고 시장 경제체제를 받아들일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높다. 또 북한의 집단 지도체제 집권자들은 비핵화를 완성하여 미국과 유엔의 대북제재를 풀고 경제 지원과 협력을 받게 되면 단기간에 놀라운 경제성과를 이룩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남북경제협력도 활발히 진행할 수 있고 미국과 일본, 중국 등 세계 여러 나라들의 투자유치를 통해 경제번영을 이룩해 나가게 될 것이다. 그러면 그들은 자신의 성과를 통해 인민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 새 정권을 안정적으로 발전시키게 될 것이다.

현재 북한의 공식적인 권력 서열 2위와 3위는 노동당 정치국 상무위원회 성원이다. 노동당 정치국 상무 위원회 성원은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위원장 겸 국무 위원회 제1부위원장, 박봉주 노동당 부위원장 겸 국무위원회 부위원장 순서로 되어 있다. 그다음 서열은 내각총리를 비롯한 노동당 정치국 위원 18명이다.

김여정은 노동당 정치국 후보 위원, 노동당1부부장으로 권력 서열이 수십 번째이고 김평일은 아무 권력도 없다. 또한 김여정, 김평일은 차기 지도자로 집권해야 할 아무런 업적도 명분도 없는 사람들이다. 패륜적이고 잔혹하며 무능한 김씨 왕조는 더 이상 북한에 집권할 명분이 사라졌다.

김정일과 김정은은 수십년간 나라의 경제를 도탄에 빠뜨리고 인민들의 자유와 인권을 말살하였으며 인민들을 굶주림의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했다. 때문에 독재자들은 인민들의 신뢰를 완전히 잃었으며 계속되는 무자비한 처형과 잔악한 공포통치로 주민들의 원한과 저주를 받고 있다. 그러므로 북한에서 또다시 피비린내를 풍기지 않게 하고 혼란을 막자면 김여정을 설득하거나 압력을 가하여 그녀가 집권에 대한 허황된 욕심을 버리게 해야 한다.

그리고 외부에서 김씨 왕조 가문이 4대 세습하도록 부추기고 정당성을 부여하는 어리석은 행위들을 하지 말아야 한다. 이제 북한에는 개혁·개방을 할 수 있는 현명한 지도자가 들어서야 한다. 그래야 북한의 경제를 발전시켜 굶주리는 인민들의 생활을 향상시킬 수 있고 비핵화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며 평화통일도 기대할 수 있다.

[리정호(전 노동당 39호실 고위간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