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5. 2. 15:07ㆍC.E.O 경영 자료
중복 살포되는 23조 복지예산, 남미형 위기 앞당긴다
기사입력2020.05.01. 오전 10:02
위기 때 최후의 보루이자 방파제 구실해야 할 재정, 더 큰 위기 대비해 건실하게 유지해야
급기야 코로나 긴급재난지원금을 전 국민에게 지급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이를 위해 2차 추가경정예산안도 추진되고 있다. 금년에 512조 원에 달하는 슈퍼예산에다 이미 11조 7000억 원의 1차 추경이 국회를 통과한 바 있다. 이어 당초 2차 추경에는 하위 70% 가구만 지급하기로 해 지방비 2조 원을 제외하고 7조 1000억 원이 추진되었으나 전국민 지급으로 확대되면서 지방비 2조 1000억 원을 제외하고도 12조 2000억 원으로 추경규모가 늘어났다. 이외에도 6월 초 21대 국회에 제출을 위해 짜고 있는 3차 추경안은 5차 비상경제회의에서 논의된 고용안정대책용 9조3000억 원과 세입경정분 10조 원, 기업안정을 위한 금융보강, 한국형 뉴딜사업 예산까지 포함해 30조 원에 이르러 올해 1~3차 추경을 합하면 추경만 53조 원을 넘어 사상 최대가 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53조원 넘는 사상 최대 추경
이 가운데 첨예한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부분이 국비 12조2000억 원과 지방비 2조1000억을 합해 모두 14조3000억 원에 달하고 있는 재난지원금이다. 이 중 3~4조 원 정도는 국채를 발행해 조달해야 하는 실정이다. 재정사정이 여의치 않음이 드러나자 여권 일각에서는 상위 30%의 기부를 유도하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지만 종합소득의 95% 이상을 이미 부담하고 있는 이들 상위계층에서 과연 얼마나 자발적으로 동참할 것인지는 미지수다.
재정사정이 얼마나 어렵기에 ‘홍남기의 난’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경제부총리가 70% 안을 고집하고 있을까. 작년 말 정부가 직접적으로 갚아야 할 국가채무는 728조8000억 원이었다. 여기에 금년 본예산에서 늘어나는 국가채무가 76조4000억 원, 1차 추경 10조3000억 원, 2차 추경 3조6000억 원, 3차 추경 약 30조 원을 합하면 금년에 늘어나는 국가채무가 120조3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렇게 되면 금년 말 국가채무는 849조1000억 원으로 급격히 증가하게 될 전망이다. 늘어나는 국가채무를 대부분 국채를 발행해서 충당해야 할 실정이다.
반면 금년에 한국은 국제통화기금(IMF)이 성장률을 -1.2%로 전망하는 등 마이너스 성장이 전망되고 있다. 하반기에 코로나가 재창궐할 경우에는 마이너스 폭이 커질 우려도 있다. 따라서 GDP대비 국가채무비율이 급등할 전망이다. 1차 추경까지 포함한 2020년도 국가채무는 815조4000억 원으로 GDP대비 국가채무비율이 41.2%로 추정되어 위험수위로 간주되고 있는 40%를 이미 넘어서게 될 것으로 예상되었다. 여기에 국가채무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금년 말 GDP대비 국가채무비율은 45%를 넘어설 가능성도 커 보인다. 2016년 말에 36%였으나 2019년에 38.1%로 가파르게 상승했는데 금년에는 더욱 급격한 상승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마지노선으로 간주되어 온 국가채무비율 40% 선이 깨지는 것은 물론 1년 새 무려 7%포인트나 급등하게 되는 것이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질병관리본부장 등 여러 전문가들의 전망처럼 만약 하반기에 코로나가 재창궐하는 경우에는 기간산업과 중소기업은 물론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의 붕괴가 가속화되고 공황수준의 대량실업이 발생하면서 다시 엄청난 재정투입이 불가피해 GDP대비 국가채무비율이 급등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관리재정수지도 1차 추경까지만 포함한 경우에도 82조 원 적자로 GDP 대비 -4.1%에 이르러 위험수위로 간주되고 있는 -3%를 이미 넘어서고 있다. 코로나사태로 2차, 3차 추경이 추진되고 반면 경제는 마이너스 성장으로 세수가 줄어들어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비율이 -5%를 넘어설 것이란 가능성도 예상되고 있다. 설상가상 하반기 들어 본격화될 기업구조조정과 실업문제 해소를 위한 재정투입을 고려하면 재정수지는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유럽 국가들의 재정위기가 주는 시사점
이처럼 재정이 위험수위를 넘어서면 재정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다. 2011년 재정위기가 발생했던 남유럽의 경우 2011년 재정수지의 GDP에 대한 비율이 이태리 -3.9%, 포르투갈 -4.2%, 스페인 -8.5%, 그리스 -9.1%, 아일랜드 -13.1%이었다. 이들 대부분 국가들이 2007년 까지만 해도 재정수지가 건전했는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재정이 급격히 악화돼 마침내 2011년에 일제히 재정위기에 빠졌다. 유럽 국가들의 재정위기는 한국도 재정상황이 급속히 악화되면 수년 내 재정위기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점을 시사해 주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전 국민에게 여유도 없는 재정을 마구 뿌리는 것은 재정위기를 앞당기는 매우 위험한 정책이다. 제한된 재원을 위기의 터널을 통과하는 동안 기업의 생태계가 붕괴되지 않고 고용을 최대한 유지해 갈 수 있도록 반드시 필요한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정책이다. 여유도 없는 재정을 마구 뿌리며 포퓰리즘을 즐기고 있다가는 얼마 안가서 남유럽이나 남미의 아르헨티나나 베네주엘라처럼 돌아오기 힘든 질곡으로 추락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재정위기를 앞당길 정도로 너무 많은 중복지원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2020년 4인 가족 기준 중위소득은 475만 원이다. 중위소득 40%(190만 원)이하 가구에 대해서는 기초생활수급대상자로서 생계급여와 의료급여가 지급되고 있다. 차상위 10% (237.5만 원)에 대해서는 주거급여와 교육급여가 지급되고 있다. 생계급여는 월 142만 원, 의료급여는 190만 원, 주거급여는 214만 원, 교육급여는 237만 원이다.
여기에 추가해서 생계급여와 의료급여 수급대상자인 중위소득 40% 이하 138만 가구에 대해서는 재난지원금으로 소비쿠폰 140만원, 차상위 주거급여 교육급여 수급대상자 30만 가구에 대해서는 재난지원금으로 소비쿠폰 108만원이 지급되고 있다. 소득 하위 70%에 대해서는 건보료 감면 8만8000원~9만4000원, 특별돌봄쿠폰 80만 원도 지급되고 있다. 여기에 추가해서 전 가구에 대해 100만을 지급한다는 것이다.
이를 모두 합하면 중위소득 40% 이하 138만 가구에 대해서는 기초생계비 외에 320만 원이 지급되고, 차상위 10% 30만 가구에 대해서는 기초생계비 외에 297만 원이 지급되고, 중위소득 50% 이상~소득 하위 70% 1082만 가구에 대해서는 180~189만 원이 지급되고, 상위 30% 600만 가구에 대해서는 100만원이 지급된다. 이 밖에도 소득수준과 상관없이 노인일자리쿠폰이 54만3000명에게 23만6000원이 지급되고 있고 고용유지지원금으로 30만 명에게 6개월 간 월 126만 원을 지급하고 있다. 긴급복지로 134만4000명에게 123만 원도 지급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의 지원도 잇따르고 있다.
중복해서 살포되는 복지 예산만 23조원
이 밖에도 이미 2020년도 슈퍼예산에 현금복지가 54조3000억 원이나 포함되어 있다. 현금복지란 기초연금 아동수당 근로장려금 자녀장려금 등 비기여형 현금복지를 말한다. 사실상 현금복지나 다름없는 단기 일자리예산도 26조8000억 원이 포함되어 있다. 이 둘을 합한 현금성 복지에 금년에 81조1000억 원이 배정되어 있다. 이 밖에 고교무상교육에 중앙정부 6594억 원과 지방정부지원을 합해 1조3000억 원, 유아교육비보육료지원사업도 4조316억 원이 책정되어 있다. 이를 모두 합하면 86조4000억 원에 이르는 막대한 규모의 현금성 복지가 약 1200여 만 명에게 분배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 중 중복 살포만 23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재정사정이 여유가 없기 때문에 중복지원이나 불요불급한 지원 부분을 전용해서 기업생태계와 고용유지를 위한 재난기금으로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반기에 엄청난 기업구조조정과 폭증할 대량실업문제가 예상되고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재정위기, 금융위기, 외환위기가 한꺼번에 올 수도 있는 복합위기도 예상되고 있는 실정이다.
재정은 위기의 마지막 보루로서 방파제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처럼 중복해서 재정을 마구 뿌리다가는 위기의 마지막 보루인 재정의 방파제가 무너져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한국경제가 완전히 붕괴될 우려도 배제할 수 없다. 가정이나 국가나 마찬가지다. 경제란 언제나 흥청망청 써도 괜찮은 화수분이 아니다. 가능하면 불요불급한 예산을 전용해서 사용하는 등 아껴 쓰면서 더 큰 위기를 대비해 재정의 방파제를 건실하게 유지해야 한다.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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