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해진건가" "차라리 조문말지"…이낙연, 이천 유가족 면담에 비판 쏟아내는 野

2020. 5. 6. 13:53이슈 뉴스스크랩

"오만해진건가" "차라리 조문말지"…이낙연, 이천 유가족 면담에 비판 쏟아내는 野

기사입력 2020.05.06. 오전 11:23 최종수정 2020.05.06. 오전 11:29 기사원문 스크랩

통합당 "등골이 오싹" "자신부터 돌아봐라"

민생당 "알맹이 없는 조문차라리 조문하지 말지"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장이 5일 오후 경기 이천시 서희청소년문화센터에 마련된 이천 물류창고 공사장 화재 합동분향소를 찾아 조문을 마친 뒤 돌아나오고 있다./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코로나19 국난극복위원장이 경기 이천 물류창고 화재 참사 희생자 분향소를 찾아 유족들과 나눈 대화가 공개된 다음날인 6일 정치권에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최장수 국무총리를 지낸 이 위원장은 지난 5일 이천 화재 희생자 빈소를 찾은 자리에서 "대안책을 마련해 달라"는 유족의 요구에 "국회의원이 아니다. 책임있는 위치에 있지 않다"는 취지로 답한 후 10여분만에 빈소를 떠났다. 미래통합당은 이 위원장에게 "총선 대승으로 오만해진 것은 아닌지 돌아볼 일"이라고 했고, 민생당은 "알맹이 없는 조문으로 유가족에게 큰 실망을 안겨줬다"고 했다.

통합당 황규환 부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이 위원장에 대해 "선거운동 마지막 날 '오만한 민주당 버릇, 잡아놓겠다'고 다짐했는데, 자신이 오만해진 것은 아닌지 돌아볼 일"이라고 했다. 황 부대변인은 "이 위원장은 선거 기간 '친정어머니같은 정치인이 되도록 노력하겠다' '늘 심판받는 마음으로 국민들 두려워해야 한다'고 했다"며 "그런데 어제 이 전 총리의 태도에서는 친정어머니도, 국민을 두려워하는 마음도 찾아볼 수 없었다"고 했다.

민생당 정우식 대변인은 논평에서 "한마디로 정리하면 이 전 총리의 알맹이 없는 조문으로 유가족들에게 큰 실망을 안겨줬다"고 했다. 정 대변인은 "이 전 총리가 유가족들에게 대응한 처사는 적절치 못했다"라며 "마치 국무총리 재직시 야당의원 대정부 질의에서 촌철살인의 논리적 답변으로 느껴진다"고 했다. 그러면서 "차라리 조문을 하지 않았으면 그동안 축적되었던 이미지가 훼손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장제원 의원은 전날 밤 페이스북에 "이 전 총리의 말은 논리적으로 틀린 말 하나 없이 했다. 그런데 왜 이리 소름이 돋냐"라며 "이것이 문재인 정권의 직전 총리이자 4선 국회의원, 전직 전남지사, 21대 국회의원 당선자, 차기 대통령 선호도 1위인 분이 가족을 잃고 울부짖은 유가족과 나눈 대화라니 등골이 오싹하다"라고 했다.

장 의원은 "머리만 있고 가슴은 없는 정치의 전형"이라며 "이성만 있고 눈물은 없는 정치의 진수를 본다"고 했다. 그는 "이낙연 전 총리께서 현직 총리 재직 시절 세월호 미수습자 5명의 장례식장에서 보인 눈물, 4.3 희생자 추념식에서 눈물을 참으며 읽은 기념사, 광주 민주화 운동 기념식에서 보인 눈물을 기억한다"며 "그 눈물들은 현직 총리로서 흘린 눈물이었나 보다. 눈물도 현직과 전직은 다른가 보다"라고 했다.

전날 이천 화재 합동분향소를 찾은 이 위원장은 조문을 마친 뒤 유가족 30여명과 만났다. 유가족들은 이 위원장을 향해 "이번 기회에 법을 바꿔야 한다. 고위공직자들이 대안을 갖고 오지 않는다"고 했다. 이 위원장은 "제가 국회의원이 아니다. 현직에 있지 않아 책임 있는 위치가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책임자 처벌을 포함해 기존 법에 따른 조치는 이행이 될 것이고 미비한 것은 보완이 될 것"이라고 원론적 답변을 내놨다.

그러자 유가족들은 이 위원장을 향해 "그럴 거면 뭐 하러 왔냐" "장난치는 거냐"고 되물었고, 이 전 총리는 "장난으로 왔겠느냐. 저는 국회의원도 아니고 일반 조문객"이라고 했다. 분노한 유가족들이 "사람 모아놓고 뭐하는 것이냐"라고 항의하자 "제가 모아 놓은 게 아니지 않습니까"라고 했다. 일부 유가족이 "그럼 가시라"고 하자 이 전 총리는 "가겠다"며 면담 10여분만에 분향소를 빠져나갔다.

[김명지 기자 maeng@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