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6. 9. 04:19ㆍ사회 문화 연예 스포츠
주인 못찾은 학교급식 14만톤..채소농가 "어떻게 처분하나" 한숨
심희진 입력 2020.06.08. 17:15 수정 2020.06.08. 22:54 댓글 395개
식재료 공급농가 한숨
육류 식자재 안팔린것만 8천억
3~5월 코로나發 개학 연기에
식당 외식수요 급감도 한몫
2차 가공업체도 '재고와의 전쟁'
순차등교 실시하지만 역부족
◆ 식재료 재고대란 ◆
코로나19 여파로 전국 초·중·고교 개학이 연기되면서 학교 급식이 중단돼 식재료 농가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기 용인시 농협학교 급식지원센터 창고에 감자가 쌓여 있다. [사진 = 연합뉴스]
경기 남양주시에서 학교 급식용 시설채소를 재배하는 70대 김 모씨는 최근 애써 키운 취나물을 대부분 버렸다. 개학이 잇달아 연기돼 수확 시기를 놓치면서 취나물이 60㎝까지 자라나 상품성을 잃었기 때문이다. 곤드레, 깨순 등 다른 작물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김씨는 "정부가 처음부터 '개학일을 2~3개월 미루겠다'고 했으면 다른 판매처라도 구해 보려고 했을 텐데, 몇 주 단위로 변수가 자꾸 발생하는 바람에 어떤 대비도 할 수 없었다"며 "연중 내내 학교에 납품하는 농산물만 키우고 있어 이번에 타격을 크게 입었다"고 하소연했다.
인근에 위치한 중·고등학교에 고춧가루를 납품하는 한 농민은 3개월치 물량을 그대로 쌓아두고 있다. 그는 "김장철이기라도 하면 어디에든 팔아 보겠는데 현재 사겠다는 곳이 없어 저온 저장고에 넣어둔 상황"이라며 "7월 말에 새 고춧가루를 수확해야 하기 때문에 두 달 내에 재고를 처분해야 하는데,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국내 식자재 유통 시장의 재고 대란은 외식업체들 위기에서 초래됐다. 손님들 발길이 뚝 끊기자 매출에 심각한 타격을 입은 전국 음식점들이 식재료 구매를 줄이는 방식으로 고정비를 절감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국내 외식업이 무너지자 식자재 유통 시장도 유탄을 맞았던 것이다. 올해 2~4월 전국 음식점의 식재료 구매액은 8조6000억원으로 전년 동기(11조원)보다 28%가량 줄었다. 개별 식당들 매출 부진과 발주량 감소에 따른 영향을 고스란히 이어받은 셈이다. 세부적으로는 외식 업계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한식당의 식재료 구매액이 대폭 줄었다. 육류(3779억원), 채소(2386억원), 쌀(1923억원) 등을 포함해 총 1조2500억원가량이 전년 동기보다 덜 소비됐다.
지난 5월 이후 이달까지도 이런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코로나19로 올해 전국 초·중·고등학교 신학기 일정에 차질을 빚으면서 각급 학교에 식재료를 공급하는 농가와 2차 가공업체들이 곤경에 처했다. 4차례에 걸친 교육부의 휴업명령과 사상 첫 온라인 개학 등으로 약 3개월간 단체급식이 중단돼 6000억원이 넘는 식재료가 거래되지 못하고 그대로 쌓인 것이다.
최근 일부 학교에서 부분등교를 실시했지만 그 규모가 미미하다는 점에서 급식 의존도가 높은 농가와 가공업체의 어려움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8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3~5월 학교 급식용 식재료 가운데 약 14만t이 공급되지 못했다. 월별로 살펴보면 3월에는 4만337t, 4월과 5월에는 각각 5만844t, 4만9675t이 미납됐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총 6325억원에 해당하는 규모다. 품목별로는 단체급식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채소가 3개월간 2만5894t(997억원)가량 쌓였다. 곡류는 2만2869t(829억원), 우유는 2만1984t(204억원), 육류는 1만6567t(1677억원)으로 집계됐다. 2018학년도 기준 전국 초·중·고교 및 특수학교는 총 1만1818곳으로, 이들 모두 100% 단체급식을 실시한다. 이 가운데 98%는 직영, 2%는 위탁운영 형태다. 개별 농가에서 1차적으로 농산물을 재배하면 인근에 위치한 2차 납품업체가 가공, 포장 등 작업을 마무리한 뒤 지역별 공공급식지원센터를 거쳐 각 학교에 공급하는 구조다.
지난달 중순 이후 학교별로 단계적·순차적 등교가 실시되면서 급식 업계 상황도 나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세가 좀처럼 진정되지 않아 일주일에 한두 번만 등교하고 급식을 먹기 전에 하교하는 경우도 많아 예년 모습을 되찾기까진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학교 급식용 작물을 재배하는 한 농민은 "최근에는 작년 물량의 3분의 1 수준까지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며 "하지만 언제 또다시 코로나19가 대규모로 번질지 모르니 전전긍긍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심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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