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중대재해법` 유족보상금만 5배 키웠다

2022. 8. 29. 22:07C.E.O 경영 자료

[기획] `중대재해법` 유족보상금만 5배 키웠다

중대재해법 시행 7개월

법시행 후 12억~15억으로 급증

유족·변호사 등 35억까지 요구

법위반 판정에 6개월 이상 소요

박정일 기자

입력: 2022-08-29 16:11

올 1월 27일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 사망자에 대한 유족보상금이 법 시행전보다 5배까지 치솟으면서 갖은 후유증을 낳고 있다.

29일 산업계에 따르면 중대재해법 위반 사고를 낸 사업장마다 유족들과 시민단체,변호사 등이 사망자 1인당 25억∼35억원의 유족보상금(위로금)을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이에 해당 기업들은 과도하게 보상금을 줄 경우 배임에도 걸리는데다 재계에 과도한 선례를 남길 수 있다며 이를 거부해 유족측이 요청한 금액의 절반 정도에서 합의하고 있다.

중대재해법 위반 1호 사건으로 이목을 끌었던 삼표산업의 경우 유족측이 1인당 30억원 안팎을 요구했으나,12억∼15억원선에서 유족보상금을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29일 오전 10시9분께 양주시 삼표 양주사업소 채석장에선 토사가 붕괴해 작업자 3명이 매몰돼 숨졌다.

동국제강 역시 유족 측에 과거보다 2배 가량 높은 수준의 사망자 1인당 보상금을 산업재해보상금과 별도로 주는 방안을 협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동국제강 협력업체 직원 A씨는 지난 21일 오전 9시30분쯤 동국제강 포항 1공장에서 크레인 보수 작업을 하던 중 추락 방지용 벨트에 감겨 병원에 이송됐으나 끝내 숨졌다.

모 건설 사 관계자는 "사망자 유족측이 중대재해법 시행전에 통상 처리해왔던 방식으로 산출한 유족위로금 7억원의 5배인 35억원을 사망자 1인당 요구하고 있다"며 "과도한 유족보상금을 지급할 경우 배임에도 걸릴 수 있어서, 6개월간 유족측과 합의를 못하고 법원에 보상금 일부를 공탁해 놓은 상태"라고 말했다.

유족측과 이를 지원하는 시민단체,변호사 등은 신설된 '중대재해법 15조(손해배상의 책임)'를 근거로 사망자 일실수입(사망하지 않았으면 벌었을 수입)의 5배를 보상금으로 요구하고 있다. 이 조항은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등이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중대재해를 일으킨 경우 중대재해로 손해를 입은 사람에 대해 손해액의 5배 한도내에서 배상책임을 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최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사건은 대부분 원청업체가 아닌 하청업체의 공사중 발생한 사고가 대부분이이서, 원청업체들은 민·형사상 책임을 놓고 법무법인을 통해 정부와 법리 논쟁을 벌이고 있다. 이 때문에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을 판정하는데 6개월이상이 걸리고 있다.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 지금까지 입건된 건수는 46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된 건수는 14건에 이르지만, 실제 검찰이 기소한 사건은 급성 중독으로 직업성 질병자 16명이 발생한 두성산업 단 한 건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 상반기 재해로 발생한 사망사고는 총 303건 320명으로, 전년 동기(334건, 340명) 대비 31건과 20명이 각각 줄었다. 이 가운데 중대재해법에 해당하는 50인(50억원) 이상 사망사고는 87건(98명)이며, 건설업이 36건(37명), 제조업이 34건(41명)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재계 관계자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이 안전의식을 고취하는하는데는 크게 기여했다" 며 "하지만 민·형사 판정이 길어지는 바람에 기업은 물론 유족들도 처리지연에 따른 피해를 보고 있으며,결국 변호사업계만 이익을 챙긴다는 말이 돌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부작용이 속출하자 업계와 시민단체,전문가들은 국회에 모여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최재형 국민의힘 의원과 시민단체 바른사회시민회의가 국회 의원회관에서 개최한 '중대재해법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토론회에서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는 "중대재해법은 손해액의 5배까지 배상하도록 하는데, 사업주나 법인 또는 기관의 재산상태 등을 고려해 배상액을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그러나 이 규정에 따르면 사업주나 법인이 재산상태가 양호하면 배상액의 규모가 크고 그 반대면 규모가 작아진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는 향후 논란의 여지가 크다"고 지적했다.박정일·박한나기자 comja7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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