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8. 30. 02:16ㆍC.E.O 경영 자료
‘열여덟 어른’…당신이 그 나이때 ‘자립’ 당했다면? [유레카]
한겨레 등록 :2022-08-29 17:04
수정 :2022-08-30 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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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2500여명의 자립준비청년들이 양육시설 등을 떠나 홀로서기를 시작한다.김재욱 화백
보호자의 사망이나 이혼, 학대, 방임 등의 이유로 양육시설, 공동생활가정, 위탁가정 등에서 자란 ‘보호아동’은 만 18살이 되면 법적 보호가 종료된다. 매년 약 2500여명의 청년들이 시설 등을 떠나 홀로서기를 시작한다. 애초 ‘보호종료아동’으로 불렸지만, 지원·보호의 대상이 아닌 청년의 정체성을 강조한다는 취지로 지난해부터 정부는 ‘자립준비청년’으로 명칭을 변경했다. 이들은 보호종료 시점에 통상 500만원 안팎의 자립정착금을 쥐고 사회로 나선다. 보호종료 시점부터 5년까지는 매달 35만원의 자립수당이 지원된다.
하지만 자립‘당한’ 청년의 상황은 열악하다. 2020년 보건사회연구원이 ‘보호종료’된 310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보호종료아동 자립 실태 및 욕구 조사’를 보면, 이들의 월평균 소득(2020년 현재)은 127만원으로 최저임금(179만원)에도 미치지 못했다. 생활비, 주거비, 학자금 등을 충당하기 위해 24.3%는 평균 605만원의 부채를 안고 있었다. 실업률은 16.3%로 일반 청년(8.9%)의 2배였고, 비정규직 비율(36.4%) 역시 일반 청년(29.6%)보다 높았다. 고시원과 친구·지인 집, 숙박시설 등 임시·취약 주거에서 생활하는 이들은 16.7%에 이른다.
무엇보다 평생 시설의 규율과 통제 속에 살아온 아이들이 준비 없이 사회에 나오면서 겪는 어려움이 많다. 사기·갈취 등 범죄에 노출되거나 경제관념 부족으로 낭비를 하게 되는 사례가 적잖다고 한다. 조언을 얻을 수 있는 지지 기반도 거의 없다.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사람’을 묻는 질문에 59.9%가 학교·동네 친구를 들었다. 생활고와 외로움 등이 겹쳐지며, 이들의 절반(50%)은 ‘죽고 싶다고 생각해본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일반 청년(16.3%)보다 3배가량 높은 응답률이다.
정부는 지난해 7월 관계부처 합동으로 △본인 희망 따라 보호조처 기간 최대 24살로 연장 △자립수당 지급기간 확대 △공공후견인제도 도입 △자립지원 전담인력 확충 등을 뼈대로 한 보호종료아동 지원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대부분은 여전히 ‘추진중’이다. 특히 자립 이후 사후관리와 지원을 맡을 자립지원 전담인력 확보는 여전히 요원하다. 2017~2021년 사이 보호 종료된 청년은 1만2256명인데, 정부가 올해 확보를 목표로 한 자립지원 전담인력 수는 120명이다. 그마저도 아직 다 채우지 못했다.
지난 21일 자립준비청년 ㄱ씨가 광주 한 대학 건물 뒤편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대학 새내기인 그의 책상에는 ‘아직 읽어야 할 책이 많은데’라고 적힌 쪽지가 발견됐다고 한다. 지난 24일 ‘가족에게 미안하다’는 메모를 남기고 숨진 ㄴ씨도 광주의 한 보육원에서 생활하다 1년 전 퇴소한 자립준비청년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29일 “국가가 전적인 책임을 지고 자립 준비 청년들이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부모의 심정으로 챙겨 달라”고 지시했다.
안정적인 주거, 경제적 지원과 함께 이들 청년의 버팀목이 되어주고 지지를 보내주는 일은 동료 시민인 우리가 함께 져야 할 책임일 것이다.
최혜정 논설위원 id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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