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잼버리 스카우트> “부모님 걱정 마세요, 한국인들 놀랄 만큼 친절”

2023. 8. 10. 09:47C.E.O 경영 자료

 

“부모님 걱정 마세요, 한국인들 놀랄 만큼 친절”

잼버리, 홍대·인사동 골목 누비며 한국 문화 즐기고 인증 샷 남겨

김예랑 기자

전찬우 인턴기자(고려대 4년)

이나연 인턴기자(숙명여대 졸업)

조선일보 입력 2023.08.10. 03:00업데이트 2023.08.10. 08:35

“스위스에는 이런 전통 의상이 드물어요. 편하면서 색도 아름다운 전통 의상이 있는 한국이 부럽네요.”

홍대서 불타는 밤 - 새만금을 떠나 서울로 온 ‘2023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영국 스카우트 대원들이 8일 오후 서울 마포구 홍대 레드로드를 찾아 버스킹 공연을 관람하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이날 공연은 영국 대원들이 오세훈 서울시장을 만나 홍대 버스킹 공연을 보고 싶다고 요청해 이뤄진 자리였다. /마포구

9일 오전 10시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 600주년 기념관. 스위스에서 온 스카우트 대원 인솔자 밀레나 한슬리(23)씨가 조선시대 성균관 유생들이 입던 빨간색 단령(團領)의 매듭을 매만지며 이렇게 말했다. 이날 기념관에 모인 스위스 대원 280여 명은 빨강·파랑·노란색 한복을 입고 있었다. 대원들은 “오섬(Awesome)” “뷰티풀(Beautiful)”을 외치며 서로의 옷매무새를 매만져주기도 했다. 이들은 성균관대 내 명륜당으로 이동해 성균관의 역사를 살펴보며 인증 샷을 찍었다. 오후에는 종로구청 측이 마련한 태권도 공연을 관람하고 직접 동작을 따라 했다.

태풍 ‘카눈’의 북상으로 전북 새만금에서 철수해 서울과 경기 등 8개 시·군으로 흩어진 스카우트 대원들은 이날 전국을 누비며 한국 문화를 체험했다. 대원들은 고궁이나 번화가뿐 아니라 뒷골목을 찍은 사진까지 인스타그램 등에 자발적으로 올렸다. 시민들은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 가길 바란다”며 격려했다.

이날 오전 10시쯤 서울 강남구 코엑스 별마당도서관 인근에서는 영국 스카우트 대원 10여 명이 사진을 찍고 있었다. 한 대원은 “이렇게 넓은 도서관은 처음 본다. 마치 광장 같다”고 했다. 코엑스 콘퍼런스룸 3층에 마련된 ‘잼버리 라운지’의 대형 빔 프로젝트 화면엔 K팝 뮤직비디오가 틀어져 있었다. 이곳은 오는 12일까지 잼버리 대원들에게 무료 개방된다. 한 대원은 “코엑스의 가게들을 둘러보고 라운지에서 놀다 보니 시간 가는 줄 몰랐다”고 했다.

같은 시각 DDP(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도 영국 스카우트 대원 40여 명이 사진을 찍고 인근 카페를 찾았다. A(17)군은 “잼버리 시작 전에 남산을 보고 전통 시장도 갔는데 또다시 이렇게 여러 서울의 문화를 알게 되어 기쁘다”고 했다.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창덕궁에는 호주 스카우트 대원 20여 명이 안내 책자와 태극 문양 부채를 손에 들고 돌아다니고 있었다. 헬레나 마르시(16)양은 “창덕궁에 오기 전 경복궁에도 다녀왔다”며 “궁이 참 아름다웠고, 전통시장에서 길거리 음식과 떡도 먹었는데 맛있었다”고 했다. 인사동에는 골목마다 2~3명씩 무리를 지은 스카우트 대원들이 머리핀이나 한글이 적힌 티셔츠를 구매했다. 이탈리아에서 온 인솔자 실비아 마르티니니(29)씨는 “친구들과 갈비탕과 만두를 먹었는데 맛있었다”고 했다. 영국 스카우트 대원 700여 명은 전날 밤 홍대에서 ‘백파이프’를 연주하는 등 버스킹 공연을 하기도 했다. 영국 대원들은 공연 전후 홍대 골목 곳곳에서 목격됐다.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등에는 스카우트 대원들이 찍은 전국의 골목과 관광지가 업로드됐다. 영국의 한 스카우트 대원은 이날 인사동의 착시체험 전시관을 방문하고 영화관에서 한국 영화를 관람한 영상을 올렸다. 시민들은 “재미있고 행복하게 지내는 모습을 보니 안심이 된다” “매일 매일이 즐겁고 새로운 체험이 되길 바란다” 등의 댓글을 달았다. 일부 대원들은 간판 조명이 환한 골목길이나 한국 간식 사진을 올리며 “부모님 걱정 마세요” 등의 글을 올렸다. 영국 BBC 방송은 “스카우트 대원들이 한국인들은 믿을 수 없도록 친절하다고 한다”며 “모르는 사람들이 다가와 사과하고, 와줘서 감사하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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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후 12시 46분쯤엔 스위스 대원들이 타고 가던 관광버스가 전남 순천의 국도에서 시내버스와 부딪혀 대원 3명이 다치기도 했다. 스위스 대원들 160여 명은 당초 서울에서 숙박하기로 되어 있었지만, 퇴영 시간이 늦어져 새만금 야영장에서 가까운 순천청소년수련원에 머문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는 태풍의 본격적인 영향을 받게 될 10일, 실내 프로그램만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오늘(9일)까지만 영외 프로그램이 가능하다”며 “다도라든지 실내에서 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융통성 있게 만들어 진행하시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