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은행 경제전망

2007. 12. 31. 22:21이슈 뉴스스크랩

건설투자 회복세로… 경기 급락 막을 듯 

2008년 한국 경제는 고유가 및 글로벌 신용경색에 따른 세계 경기 둔화의 영향으로 성장률이 올해 4.8%에서 4.6%로 낮아지고 물가상승률은 2.5%에서 3.3%로 높아질 전망이다. 수출 둔화를 상쇄하기에는 소비 기반이 취약하고, 고(高)유가가 제품가격 상승으로 전가되는 것을 억제하기에는 기업수익 전망이 밝아 보이지 않는다. 다만, 고용창출여력이 큰 건설투자가 회복돼 경기 급락을 막을 것으로 기대된다.

내년 중 국제유가는 달러가치 하락, 지정학적 위험 등 공급 제약에 따라 올해보다 17% 상승한 배럴당 84달러로 전망된다. 원유를 전량 수입하는 한국으로서는 사상 최대였던 올해 실질 무역손실액(GDP 대비 9.7%)이 더욱 늘어나, 국민총소득(GNI) 증가율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밑돌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신용경색, 은행자금부족 등 외생적 요인에 의해 오르고 있는 시중금리는 개인부채(가처분소득 대비 142%·2006년) 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다.

그동안 주가상승 배경 중 하나였던 중국 경제에 대한 과도한 낙관론도 흔들릴 가능성이 커졌다. 중국의 GDP대비 수출 비중은 2000년 23%에서 2007년 44%로 상승해 한국의 46%와 비슷해졌다. 중국경제가 외부충격에 취약해진 것이다. 선진국 경기가 예상보다 큰 폭으로 하락할 경우 중국의 과잉설비문제가 불거지면서 중국 정부와 수출기업들은 국산품 대체, 수출단가 인하 등의 조치를 취할 것이다. 중국이 한국 경제의 버팀목이 되기보다 독(毒)이 될 수 있는 부분이다.

2008년에 한국은행은 ‘물가 안정’과 ‘경기 둔화 방지’라는 상반된 목표를 동시에 달성해야 하는 어려움에 직면할 것이다. 최근에는 물가위험이 커 보이지만, 앞으로 미국의 소비 부진이 본격화되면서 경기의 하방 위험도 커질 것이다. 향후 금리정책은 한은이 경기와 물가 중 어느 것에 좀 더 비중을 두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이며 내년 4월 신임 대통령이 임명할 3명 금융통화위원들의 정책성향도 관심 있게 지켜볼 대목이다.

2008년에는 아시아로의 자본유입이 확대될 것이다. 상대적으로 절상 속도가 더뎠던 위안화 등의 절상 속도는 빨라질 것이다. 반면 그동안 빠르게 절상(환율 하락)되었던 원화는 절상 속도가 더딜 것이다.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경상수지가 소폭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다만 글로벌 신용경색이 심화돼 아시아에서 자본유출이 발생한다면 단기외채가 많은 한국은 큰 폭의 환율 상승(절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외생적 충격에 의한 환율 상승은 수입물가 및 국내금리상승으로 이어져 스태그플레이션의 위험을 높일 수 있다.

이처럼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는 시나리오별 주가 전망이 투자 결정에 도움이 될 것이다. 리만브라더스는 2008년 한국 경제가 4.6% 성장하는 연착륙 시나리오(확률 65%)하에서 2008년 말 종합주가지수를 2200으로 예상한다. 반면 미국경기침체 시나리오(확률 35%)하에서는 성장률이 3%대로 하락하고 주가는 1500 선까지 후퇴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업실적 성장에 코스피 수익률 18% 예상 

2008년 한국 증시는 전반적으로 긍정적이다. 현재 주가 수준이 이미 높아진 상태이기 때문에 상승 여력이 제한적일 수 있지만, 국내 거시경제 환경과 기업 실적은 낙관적이다. 새 정부 출범에 따른 수혜와 중국 QDII(적격기관투자가) 자금의 잠재적 유입, 중국시장의 성장에서 투자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008년 코스피(KOSPI)는 기업실적 성장과 우호적인 금리환경에 힘입어 18%의 수익을 안겨줄 것으로 예상한다.

내년도 경제성장의 핵심 동력은 수출보다는 소비에 있다. 지금까지 새 정부가 출범한 첫 해의 한국 시장은 한번도 투자자들을 실망시킨 적이 없었다. 새 정부는 정권 첫 해에 건설투자 및 설비투자 확대를 통한 고용 창출로 GDP(국내총생산) 성장을 촉진했으며, 이것이 소비로 이어졌었다. 마찬가지로 2008년에도 새로운 정부 출범에 대한 기대가 소비심리를 자극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의 경기팽창 사이클은 2008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수출과 소비의 균형적인 성장에 힘입어 GDP성장률은 올해보다 높아질 전망이다. 중국에 대한 수출이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경제는 미국 경기 둔화의 영향을 비교적 덜 받을 것으로 예상한다.

국내의 풍부한 유동성은 앞으로도 증시로 꾸준히 유입될 것으로 보인다. 시장 금리가 현 수준을 유지한다면, 부동산 등 가계자산의 75~80%를 차지하는 비(非)금융 자산이 주식을 포함한 금융자산으로 계속해서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세제가 바뀌어 부동산 가격상승과 부동산으로의 자금이동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되지만, 국민연금의 주식투자 확대는 증시로의 자금 유입을 더욱 부추길 것이다. 또 미국과의 확대된 금리격차로 인한 국제유동성의 유입, 대부분 홍콩에 투자되고 있는 QDII 자금의 국내증시 유입도 기대할 수 있다.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2007년 2.5%에서 추가 상승이 불가피해 보인다. 그러나 원화 강세와 불투명한 세계경제 전망으로 통화정책은 현재와 많이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행은 미국의 서브프라임 이슈가 해결될 때까지 정책금리를 현재의 5%로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단기적인 채권시장의 불안과 이에 따른 시장금리상승은 불가피해 보이나 장기적으로는 기업의 풍부한 자금과 시장의 풍부한 유동성으로 인해 장기금리는 안정될 것이다.

물론 리스크도 있다. 원유 및 원자재 가격 상승은 소비심리를 위축시키고 경제 성장을 저하시킬 수 있다. 원화 강세가 이어지면 원자재 수입 가격 하락으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일부 해소될 수 있지만, 기업 실적에는 여전히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신정부에 대한 ‘국민의 기대’ 가 ‘호재’ 

최근 글로벌 신용 경색과 고유가 등 향후 경제전망을 어둡게 하는 수많은 악재가 국내외에 출몰하고 있다. 본격적인 경기 침체를 예상할 만큼 암울한 상황은 아니라고 판단되지만, 최소한 내년도 세계 경제 상황이 지난 몇 년 동안 누린 ‘저물가-고성장’의 우호적인 조합이 아님은 확실하다. 특히 내년 상반기 중에는 고물가와 저성장이 함께하는, 완만한 의미의 스태그플레이션도 잠깐이나마 경험해보지 않을까 싶다.

한국은 그동안의 세계경제 호황에도 불구하고 지난 5년간의 평균 경제 성장률이 잠재성장률에 조금 못 미치는, 상대적인 저성장 국면을 보였다. 이는 내수보다는 수출 위주의 성장이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따라서 세계 경제의 성장 환경이 비우호적으로 움직일 것이라는 전망은 내년도 우리 경제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걱정에 위로가 될 만한 요소들도 있다. 첫째, 한국 수출의 지역적 다변화가 상당히 진행돼 있다는 점이다. 향후 예상되는 세계 경제 둔화의 주요 원인은 미국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로 인한 신용경색인데 이는 아직까지는 서구권에 치중된 문제라고 볼 수 있다. 지난 몇 년간 미국 또는 여타 서구 선진국에 대한 한국 수출 의존도가 상당히 감소하고 대신 중국, 동남 아시아, 중동이 상대적으로 중요한 수출 상대국이 되었기 때문에, 세계경제 둔화가 서구권을 중심으로 진행된다면 한국 수출에 대한 부정적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둘째, 한국 수출의 7% 이상을 차지하는 조선업체의 수주 재고 물량이 이미 상당 수준인 것으로 추정된다. 대개 선박을 완공하는 데 2~3년 정도 걸린다고 생각하면 조선업체가 이미 확보한 수주 재고 물량은 한동안 수출 실적에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셋째, 원화절상이 거의 마무리되는 것으로 판단된다. 경상수지 흑자폭이 아시아 어느 나라보다도 빠르게 줄고 있고 내년도에는 소폭 적자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자본 수지 또한 크게 개선되긴 힘들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한편, 소비나 투자 전망도 만만해 보이지는 않는다. 첫째, 글로벌 신용경색의 장기화로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지고 위험회피 성향이 높아지면서 과거 몇 년과 같은 자산증대 효과를 기대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둘째, 대출 금리의 상승과 만기 구조조정으로 인해 부채상환 부담률 또한 높아지는 추세이다. 유가 인상 등의 인플레 압력도 가처분 실질소득 증가율을 둔화시키는 요소이다. 이런 상황에서 신규고용이 크게 증가하거나 세금이 크게 줄지 않는다면 의미있는 소비개선을 기대하기는 힘들 것으로 본다.

여러 악재가 향후 전망을 어둡게 하는 가운데 호재의 가능성을 찾아본다면 신정부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상당하다는 것이다. 실망으로 끝날 수도 있겠지만 기대에 담긴 자기실현적(self-prophesying) 성질을 생각한다면 기대 그 자체는 경제에서 선순환을 이룰 수 있는 좋은 재료라 할 수 있겠다.


유럽 성장률 둔화… 한국 수출전선 먹구름 

한국경제의 확장국면은 거의 정점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 UBS는 글로벌 경제의 진행 상황과 한국 정부 정책을 감안할 때 2008년에는 한국 경제가 완만하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 2008년 한국의 GDP(국내총생산)는 시장의 일반적인 전망치(5.1%)보다 1%포인트 낮은 4.1%를 기록하고 2009년에는 4.2%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먼저 기업 활동의 경우, 제조업의 성장 동력이 거의 정점에 달한 것으로 보인다. 내수 경기 선행지표와 산업생산 지표는 긍정적이지만, 경제성장의 주 동력인 수출과 관련한 국제경제 상황이 심상치 않다.

2007년 산업 생산의 성과가 좋았던 이유 중 하나는 한국 전체 수출의 15%(미국은 13%)를 차지하는 유럽 경제 덕분이었다. 올 8월까지 유럽의 경제성장이 빠르게 진행됐고, 유로화가 강세를 보여 교역조건도 좋았다. 그러나 최근 유럽의 경제전망이 급속히 악화되고 있다. UBS는 2008년 유럽 경제 성장률이 올해 2.6%에서 1%포인트 감소한 1.6%에 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유럽 경제 성장률이 떨어지면 한국 수출 산업 확장은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대출 억제라는 일관된 목표하에 통화당국의 긴축 정책도 계속되고 있다. 그간 한국의 소비와 투자를 견인한 것은 대출 붐이었다. 한국의 민간부문 대출은 GDP의 166.3%(올 2분기 기준), 비(非)금융부문 대출은 GDP의 210%로 미국과 비슷한 수준에 올랐다.

지난 몇 년간 은행들은 외화를 빌려 자산을 충당해 왔다. 최근에는 한국은행의 외화 차입 규제로 돈줄이 막히자 은행들이 CD(양도성예금증서)를 앞다퉈 발행했고, 이에 따라 시중금리가 급등했다.

지난 몇 주간 3개월 CD금리는 계속 상승해 5.7%대를 넘어섰고, 채권 수익률도 6% 넘게 상승했다. 은행들의 예대율은 이미 100%를 훌쩍 넘었다. 대출해 준 돈에 비해 갖고 있는 돈이 적다는 의미다. CD 금리는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기준이 된다. 따라서 CD 금리가 급격히 상승하면 가계는 그만큼 더 많은 부채비용을 치를 수밖에 없다. 덩달아 소비 심리도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11월에 한국 내수 시장에서 자동차 판매가 급락한 사건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은행은 금리를 낮추기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밝혔다. 한국은행은 2008년 하반기에나 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2008년 2분기에 인플레이션 상승이 누그러지고, 대출과 통화량이 현저하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미국과 세계 경제 둔화에도 한국경제는 튼튼한 성장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투자를 위한 2008·2009년 경제 전망에서는 모든 위험요소를 고려해야 한다. 한국 경제는 위기에 이르지 않았다. 그러나 경제성장보다는 경제둔화 방향으로 분명 기울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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