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모니터링 시대

2008. 2. 9. 10:41이슈 뉴스스크랩

음식물 처리기는 제 위치에 있을까? 김치냉장고의 크기는? 주부모니터의 섬세한 눈길이 닿지 않는 곳은 없다. 주부생활로 배웠던 소소한 경험들을 적극 활용해 전문가로 거듭나는 주부가 늘고 있다. 모델하우스 평가에서부터 분양 안내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가급 실력을 발휘하는 주부 모니터들의 증가는 주부 모니터링 ‘전성시대’를 가져오고 있다.

 

인천시 부평에 자리잡은 E아파트 분양현장. 이미 90% 이상 분양이 끝났지만 주부모니터로 활동하고 있는 최경자(여ㆍ45) 씨, 박혜숙(여ㆍ38) 씨의 손길은 여전히 분주하다. “고객이 오면 아파트 키를 건네준 다음 같이 방에 들어가 설치물 설명까지 해야 한다”는 박씨는 “불만이 있으면 이를 접수해 바로 회사 측에 알려야 하기 때문에 잠시도 눈을 뗄 수 없다”고 말했다.

이들의 활약상은 아파트 분양의 ‘시작’부터 ‘끝’까지 이어진다. 처음 모델하우스가 설치되면 건설업체에 어떤 점이 불편한지 모니터링하고, 이후 입주 상담, 분양 안내, 그리고 불만사항 접수까지 담당하고 있다. “현재 이 아파트의 경우 모든 단계를 거쳐 입주자 안내를 진행하는 중”이라고 설명한 최씨는 “정신없이 바쁘지만 그만큼 보람도 크다”고 미소를 지었다.

 

최씨와 박씨가 소속된 회사는 전국적으로 1000여명의 주부 모니터원을 관리하고 있는 하우스토피아(대표 이현숙). 삼성건설, SK건설, 현대산업개발 등 주요 건설업체와 함께 현장을 누비는 주부모니터 전문업체다. 이현아 하우스토피아 실장은 “20대부터 40대까지 교사, 은행원, 승무원, 설계사 등 다양한 경험을 지닌 주부가 활동하는 중”이라며 “회사 자체적으로 교육프로그램까지 운영해 주부의 경험과 전문 지식을 겸비한 모니터원을 키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매니저로 활동한지 2년차라는 최씨도 “처음 입사했을 때는 인턴으로 시작했지만 회사에서 꾸준한 경험을 쌓아 매니저까지 성장했다”고 밝혔다.

 

가정과 주부의 울타리를 벗어난 이들이지만 이들에게 가장 큰 자산은 울타리 안에서 배웠던 오랜 주부생활의 관록이다. 주부의 눈높이에서 바라보는 이들의 날카로운 시선은 작은 물건 하나까지도 놓치지 않는다. 최씨는 “우리도 주부이기 때문에 싱크대 문을 열 때 칼꽂이가 왼쪽에 있었다는 점, 음식물처리기가 발코니에 있었다는 점, 작은 김치냉장고가 오히려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는 점 등의 불편함을 바로 알 수 있다”며 자랑스레 얘기했다.

 

처음부터 이들이 전문가로 거듭나는 것은 아니었다. 처음 접하는 사회 생활이 결코 쉽지만은 않았다. “입주자가 불만을 털어놓고 심지어 욕설까지 서슴지 않았을 때는 큰 충격을 받기도 했다”는 박씨는 “하지만 이젠 이런 게 사회생활이라고 담담하게 받아들일 만큼 익숙해졌다”고 웃으며 얘기했다. 오히려 점점 단점보다는 장점이 커진다는 그는 “예전보다 남편을 더 잘 이해하게 됐고 아이들에게도 일하는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게 돼서 기분이 좋다”고 설명했다. “아이들도 엄마의 잔소리를 듣지 않게 됐다고 좋아하더라”고 농담을 건네는 박씨의 표정에는 여유와 함께 자신감이 물씬 묻어났다.

 

주부의 경험은 결코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이들은 또 다른 ‘주부고수’들의 동참을 기다리고 있다. “우리보다 더 뛰어난 ‘주부고수’들이 아직 그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한 이들은 “돈도 벌고 주부의 능력을 십분 발휘할 수 있는 주부모니터 직업을 많은 주부들에게 ‘강추’하고 싶다”고 웃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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