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금리 함정

2008. 3. 14. 23:51이슈 뉴스스크랩

은행이 알려주지 않는 ‘최고,최저 금리의 함정’
 

연초 연 7%대 특판예금이 봇물 같이 쏟아질 즈음 직장인 이모씨(32세)는 고금리를 기대하고 시중은행을 찾았다.하지만 창구를 직접 방문해보니 7% 금리 받기가  말처럼 쉽지 않았다.결국 이씨는 이런저런 가입조건 때문에 발길을 돌리고 말았다.

몇 달 후,이씨는 또다른 시중은행 지점에 정기예금에 관해 문의를 했다.그런데 예금을 권유해야 A은행 창구직원은 최고금리를 받게 해주겠다며 각종 금융상품에 가입할 것을 적극적으로 독려했다.


“급여이체를 우리쪽으로 해주시면 0.1%p,신용카드를 발급하시면 0.1%p 그리고 인터넷뱅킹에 가입하시면 0.1%p 또…”


◆까다로운 우대금리 조건


물론 다른 은행도 사정은 다르지 않았다.각종 우대금리를 모두 챙겨야만 최고금리를 받을 수 있었다.이씨는 그 순간 깨달았다.은행들이 최고금리를 내세우곤 있지만 그 안에 보이지 않는 함정이 있다는 것을.그리고 우대조건에 해당되지 않으면 기본금리만  준다는 얘기고 결국 정기예금 평균금리보다 낮은 금리를 받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예를 들어,국민은행의 ‘와인정기예금’은 1월 최고금리가 6.05%였다.하지만 건강검 진표 제출 등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 경우 당시 연 5.0%의 기본금리만 제공됐다.한국은행의 ‘1월중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 동향’에 따르면 1월 정기예금 평균금리가5.99%였는데 거기에도 크게 못 미쳤던 것이다.기업은행과 하나은행의 상품들도  각종 우대조건이 따라붙는 건 마찬가지였다.


◆일종의 ‘낚시 마케팅’


물론 이런 은행들의 영업행태에 대해 일종의 ‘낚시 마케팅’이라는 비판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YMCA 서영경 팀장은 “은행들이 최고 연 6%라고 해서 최고금리만 내세우는데 가만 보면 여러가지 숨은 조건들이 있고 그 내용이 굉장히 모호해서 소비자들이 오해를 하는 경우가 많다”며 “조건을 다 충족시키고 최고금리를 받으라는 것은 눈 가리고 아웅식의 상술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저금리를 내세워 고객을 현혹하는 주택담보대출도 고금리 상품과 같은 ‘빛좋은 개살구’로 볼 수 있다.대부분의 은행들은 대출금리 할인에 지극히 까다로운 조건들을 요구하고 있다.


◆공공성은 안중에도 없는 은행들


우선 국민은행은 카드실적 등에 따라 금리할인을 해주곤 있다.하지만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1월의 경우 최고 연 8.05%의 금리로 대출을 해줬다.당시 주택담보대출금리 평균인 연 7.08%와는 큰 차이가 있었던 것이다.다른 시중은행들도 별반 차이는 없는 상황.
 
결국 이런 은행들의 영업 관행을 두고 공공성은 안중에도 없고 수익 추구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이에 대해 제윤경 에듀머니 대표는 “금융이라는 건 사람들의 삶의 질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는 영역”이라며 “금융기관이 공공기관이 아니고 수익을 추구하는 기업이긴 하지만 책임의식,윤리성 그리고 도덕성도 중요하게 생각을 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해결의지 없는 정부기관


그렇다면 이를 감독하고 개선해야 할 정부기관들은 상황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을까.그저 법규에 따라 위법행위를 처벌할 수 있다는 지극히 원론적인 입장이다.제대로된 조사와 감독은커녕 책임을 떠넘기기에 바쁜 모습이다.적극적인 해결의지도 없어 보였다.


금융감독원 한 관계자는 "광고와 관련된 문제는 공정거래법에 관한 사안”이라고 말했고 공정거래위 한 관계자는  "민원은 들어오지만 직권으로 조사하지 않는다”며 “관련 문의를 금감원쪽으로 하라”고 회피했다.정부기관들도 손을 놓고 있는 셈이다.결국 고객이 금융상품을 선택할 때 알아서 주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고금리 집착보다 조건 확인해야


즉,고객 스스로 상품 내용과 조건을 꼼꼼히 따져보는 건 물론이고 금리할인이나 고금리 제공에 너무 집착하지 않아야 한다는 지적이다.이지영 희망재무설계 재무설계사는 ”고금리의 상품의 경우 최저가입금액이 있는지 우선 확인해야 하고 정기예금을 해약할 때 상황도 고려를 해봐야 한다”면서 “정기예금 가입 시 각종 수수료 면제 여부,대출 시 금리우대 혜택 여부 등을 꼼꼼하게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금융상품 거래조건 명확하게 표시해야


아울러 정부 차원에서도 민원이 발생할 때만 사후대책을 세울 것이 아니라 사전에 금융상품 광고에 대한 규제와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우선 은행들로 하여금 금융상품의 거래조건 등을 좀더 명확하게 표시하도록 해야 한다.광고물에서 예금상품의 약정이률 등이 눈에 잘 띄도록 해야 하고 대출상품의 경우에도 금리,연체이자율 그리고 중도상환수수료 등을 일정 활자 크기 이상으로 명시하도록 해서 소비자들이 현혹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비즈니스앤] 이기주 기자 2kafk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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