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3월입니다. 3이라는 숫자만 봐도 어쩐지 봄 냄새가 코끝에 아른거리는 것 같습니다. 새해를 맞아 새로 세운 계획들은 잘 지켜나가고 있겠지요.
그런데 작심삼일(作心三日)이라고요? ‘올해부터 담배를 끊겠다’, ‘술을 줄이겠다’, ‘살을 빼겠다’ 등등 야심찬 신년 계획이 어김없이 3일을 넘기지 못했다고 해도 크게 잘못될 일은 없습니다.
그것이 평범한 보통 사람들의 일상이니까요. 그런데 하필이면 왜 우리의 결심이 무너지는 기간이 ‘작심5일’도 ‘작심7일’도 아닌 ‘작심3일’일까요?
그것은 바로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의 자연환경이 지닌 기운의 변화 때문입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북아시아의 겨울은 일반적으로 3~4일을 주기로 춥고 맑은 날씨를 만드는 대륙성 고기압과 포근하고 흐린 날씨를 만드는 이동성 고기압이 번갈아 통과해, 3일은 춥고 4일은 따뜻한 삼한사온 현상을 보입니다.
음양학으로 보면 3음4양(三陰四陽)입니다. 음은 차갑고 아래로 내려가서 엉키는 성질을 지닌 데 비해 양은 따뜻하고 위로 올라가면서 확산되는 성질을 지니고 있습니다. 음과 양은 이처럼 서로 상대적입니다.
또 눈에 보이지 않는 우리의 마음이나 생각은 음이고, 우리의 몸이나 행동력·실천력은 양입니다. 그래서 음 기운이 강한 3일 동안은 마음을 지키기가 쉽지만 양 기운이 강한 4일째가 되면 마음이 흐트러지게 되어 ‘마음은 있는데 몸이 따라주지 못하는 상태’가 되어버리는 것입니다.
그러니 신년 계획이 ‘작심삼일’로 끝났다고 해서 심하게 좌절할 필요는 없답니다. 모든 것이 다 음양 에너지의 변화 때문이니까요.
대신 3월을 맞이해 우리의 전통 세시풍속에 따라 집 안을 대청소하고 송편을 나누어 먹는 것은 어떨까요? 예로부터 음력으로 2월 초하루(3월 8일)는 삭일(朔日)이라고 해서 온 집 안을 깨끗하게 쓸고 닦는 대청소를 했습니다. 그러니 3월에는 집 안팎을 깨끗하게 쓸고 닦는 것은 물론이고 이불이나 장롱 속의 옷가지도 꺼내어 일광욕으로 봄맞이를 시키자는 것입니다.
그리고 다시 개어 넣을 때는 음양학의 논리에 따라 정리해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좌음우양(左陰右陽)이고, 상음하양(上陰下陽)입니다. 서랍장에 옷가지를 정리할 때 어두운 색 옷은 위 칸에, 밝은 색 옷은 아래 칸에 정리하는 것입니다. 옷장에는 코트나 겨울 점퍼처럼 어둡고 무거운 옷은 왼쪽에 밝고 가벼운 옷은 오른쪽에 걸어놓는 것입니다. 이렇게 음양학의 논리에 따라 정리해놓으면 좋은 기운이 생성됩니다.
또 삭일은 머슴날이라고 해서 긴 겨울 동안 쉰 노비들에게 본격적인 농사일을 앞두고 위로하고 격려하는 주연을 베푸는 날이기도 합니다. 요즘 말로 회식하는 날입니다. 이와 함께 송편을 빚어 나이 수만큼 먹었습니다. 요즘은 송편이 추석을 대표하는 음식으로 알고 있지만 본래 송편은 3월(음력 2월)의 시절음식이기도 합니다.
반달 모양의 송편은 그 안에 소를 넣고 접기 전에는 보름달 모양입니다. 송편은 반달이면서 동시에 보름달, 즉 온달을 포함하고 있는 음식입니다. 그러니까 송편은 한 해의 수확을 감사하는 의미로 추석날 차례상에 올리는 마무리를 상징하는 음식일 뿐만 아니라 동시에 한 해 농사의 시작을 알리는 음식이기도 합니다.
시작과 끝, 두 가지 의미를 한 몸에 지닌 음식이자 동시에 우리 조상들의 심오한 철학이 담긴 음식입니다. 또 3월 5일은 겨울잠을 자던 개구리가 깨어난다는 경칩(驚蟄)입니다.
특히 경칩에는 남녀가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는 징표로 은행을 선물로 주고받았습니다. 암나무와 수나무가 서로 바라보고 있어야만 열매를 맺는 은행나무의 특성, 비록 맛은 쓰고 껍질이 단단해도 싹을 틔우면 천년을 사는 은행의 특성처럼 순결하고 영원한 사랑을 기원하는 행사입니다.
밸런타인데이의 초콜릿, 화이트데이의 사탕과는 비교도 할 수 없지요. 우리에게 남겨주신 조상님들의 심오한 지혜, 끝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