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4. 1. 08:33ㆍ이슈 뉴스스크랩
◆사례1
= 지방 한 임대아파트 사업자는 새 정부 들어 공무원들의 업무 태도가 달라지길 학수고대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실망이다. 기업인 출신인 이명박 대통령이 대불공단 전봇대를 뽑아버릴 때는 '이번엔 진짜 뭔가 달라지겠다'고 느꼈는데 일선 현장 공무원들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 서민과 근로자를 위한 임대아파트 사업만은 인허가를 좀 서둘러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 그의 바람이다.
◆사례2 = 옛 해양수산부 산하 군산지방해양수산청 소속 기능직 공무원 11명은 최근 제비뽑기를 했다. 해수부 업무가 국토해양부와 농림수산식품부로 나뉘자 자신들이 갈 부처를 결정하기 위해서였다. 제비뽑기 결과 국토해양부에 8명, 농림수산식품부로 3명이 발령 났다. 이런 행태가 감사원 감사에 적발되자 이들은 "잡음과 불만을 막기 위한 선택이었다"고 했다.
이명박 대통령(MB)이 초등학생 여아 납치미수 사건에 대한 경찰의 한심한 대응 태도를 보고 일산경찰서를 찾아 호된 꾸지람을 했다. MB가 현장에 뛰어가 채찍을 든 데는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 중에는 물론 4ㆍ9총선을 앞두고 국민에게 뭔가를 보여주려는 정치적 쇼맨십도 일부 작용했을 것이다.
하지만 MB를 정말로 화나게 만든 문제의 본질은 따로 있다. 대통령이 취임 한 달이 넘도록 온갖 질책과 비판을 가해도 도무지 움직일 생각을 않는 일선 현장 공무원들의 복지부동이다. 가령 대불공단의 전봇대 때문에 엄청난 낭비가 초래된다고 질책을 하면 '문제의 전봇대'만 쏙 뽑아버리고 또다시 '부동 모드'로 되돌아가는 지긋지긋한 관료주의 말이다.
사실 취임 이후 지금까지 한 달여 동안 MB의 언행을 보면 대통령이기 때문에 많이 참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본인 스스로 "나의 인내심은 김수환 추기경도 인정할 정도"라는 말도 했다.
MB가 지금 참고 있는 첫째 이유는 아마 선거를 코앞에 두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선거 때에 맞춰 공무원 개혁 바람을 일으킨다면 선거용이라는 오해를 받을 수도 있고 반드시 선거에 유리하게 작용한다는 보장도 없다. 그래서 꾹꾹 참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과거 정권에서 그랬던 것처럼 대통령 혼자만 '푸닥거리식 개혁'을 하고 현장에서는 꼼짝 않는 관료들의 버티기가 계속된다면 총선 이후가 참 걱정이다. MB의 성격이나 의지를 감안할 때 공무원들이 정말 걱정된다는 얘기다. 추측컨대 공직사회의 그런 행태가 이어진다면 총선 이후에는 '피바람'이라고 불러도 좋을 살벌한 개혁이 뒤따를 것이다.
MB가 서울시장 때부터 공개석상에서 수없이 되풀이해 온 말이 있다. "나는 안된다고 하는 사람 제일 싫어한다. 뭐가 안되면 왜 안되는지 찾아서 되도록 하는 게 일이지, 안되는 거 안된다고 하는 게 무슨 일이냐. 공무원들이 보면 항상 그렇다."
일례로 지난 2004년 대중교통 개편 문제를 돌이켜보자. 당시 이명박 시장은 서울시 교통국 공무원들에게 버스 준공영제 합의를 지시했다. 공무원들은 당연하게도(?) 버스 준공영제가 안될 이유들을 들고와 보고했다.
MB의 선택은 버스 준공영제 포기가 아니라 담당자를 하나둘씩 갈아치우는 쪽이었다. 공개적으로 쫓아내기가 어려웠던지 교통담당관이라는 별도 직책을 만들어 교통국장이 할 일을 모두 넘겼다. 교통국 직원들 보직이 바뀌거나 직책은 있어도 할 일이 없어졌다.
심지어 버스사업자, 운전기사들을 직접 만나 계획을 설명하고 합의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공무원들 시키느니 차라리 내가 하겠다는 판단이었다.
이 밖에 공무원 퇴근시간에 맞춰 문을 닫던 서울시립미술관 관람 시간을 연장하고, 사람이 더 많은 휴일에 돌아가며 쉬는 서울대공원 근무 행태를 모조리 뜯어고친 일화도 잘 알려진 사례들이다. 그런 식의 공무원 개조작업은 시장 임기 내내 계속됐다.
MB는 지난주 부처 업무보고에서도 공무원 목숨을 살리려 태스크포스를 편법 운영하는 부처에 호통을 쳤다. 앞으로 공무원 개혁이 얼마나 험난할지를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용비어천가처럼 들릴지 몰라도 MB는 정치적 수사처럼 개혁을 외쳤던 역대 대통령들과는 분명히 다르다는 데 내기를 걸고 싶다. 5년간 살아남고 싶은 공무원들은 부디 정신차려야 할 듯하다.
[정치부 = 이동주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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