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중고 건설업계 부도

2008. 6. 10. 09:56건축 정보 자료실

↑ 지난 8일 저녁 대구시에 있는 한 주상복합아파트. 주변이 캄캄한 밤이었지만 아파트 완공 후에도 입주한 주민이 많지 않아 대부분의 주택이 불을 밝히지 않고 있다. /대구=이재우 기자 jw-lee@chosun.com

지난 8일 저녁 대구시 동구 A주상복합. 30층 가까이 되는 아파트의 옥상은 초현대식 빌딩답게 눈이 부실 정도로 환한 네온 빛 조명을 뿜어내고 있었다. 그러나 이 아파트는 입주한 지 1년이 넘었지만 정작 불이 켜진 창문은 절반도 되지 않았다. 인근의 중개업소 김태영(53) 사장은 "현재 살고 있는 집이 팔리지 않으면서 잔금을 치르지 못해 입주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다"고 말했다.

완공된 이후에도 빈집으로 남아 있는 미입주 아파트가 지방뿐만 아니라 수도권에서도 급증하고 있다. 지난 3월 입주가 시작된 경기 김포시 장기지구 B아파트는 입주율이 20%에 그쳐, 저녁만 되면 을씨년스러울 정도로 주변이 캄캄해진다. 해당 건설사 관계자는 "공사가 끝났지만 입주 부진으로 잔금이 들어오지 않아 회사 자금 사정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미분양에 이어 미입주 아파트까지 급증하면서 건설사들의 자금난이 심화되고 있다. 정부의 공식 통계(3월말 현재)는 13만1757가구이지만, 최근 분양한 아파트까지 포함할 경우 미분양 주택은 25만가구가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미분양·미입주 아파트에 묶인 자금만 50조원 규모"라며 "건설업계의 부도 대란(大亂)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수원 100여가구 분양에 3순위까지 5명만 청약=

최근 수원에서 100여 가구를 분양한 C건설의 아파트에는 3순위까지 단 5명만 청약했다. 주변에 백화점, 대형할인마트, 지하철역과 1번 국도 등이 있어 생활여건이 쾌적한 편이고, 분양가도 3.3㎡당 1100만원대로 주변 시세와 큰 차이가 없었다는 점에서 의외의 결과였다. C사 관계자는 "입지가 비교적 좋고 분양가도 높지 않았지만 청약자가 너무 적어 당혹스러웠다"고 허탈해 했다.

작년까지만 해도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인기지역이었던 용인 역시 최근 들어 2000여 가구 규모의 미분양이 한꺼번에 발생했다. 더욱이 올해 용인지역에서 분양한 아파트들은 대부분 당초 건설사가 계획한 분양가(3.3㎡당 1800만원대)보다 200만~300만원을 낮춰 공급했는데도 청약자들의 외면을 받았다.

그런데도 올해 대구·부산·대전 등 5대 광역시에서만 13만가구가 추가 분양될 예정이다. 건설업체들은 "금융권의 대출을 받아 땅을 구입했기 때문에 분양하지 않으면 부도를 낼 수밖에 없다"며 "미분양을 각오하고 밀어내기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금사정 악화 기업 늘어=

건설업계는 요즘 미분양·미입주 물량 급증, 철근 등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원가상승, 대출중단 같은 '3중고(重苦)'로 최악의 자금난을 겪고 있다. 비교적 재무상태가 좋았던 D사는 최근 미분양으로 돈줄이 막혀 회사 자체를 매물로 내놓았다. 지방에서 대규모 분양을 했던 E사는 사업부지·골프장 등을 매각, 자금을 긴급 조달했다. 부도설이 나돌았던 F사 관계자는 "자금 압박설이 나돌면서 철근 등 원자재를 현금이 아니면 구입할 수 없어 공사를 일시 중지했다"고 말했다. 지난 2월 부도 처리된 시공능력 120위권인 우정건설은 새 주인을 찾지 못한 채 화의(和議) 절차를 밟고 있다. 이로 인해 하도급 협력업체 99개사도 자금난에 허덕이고 있다.

그 동안 수익성이 높았던 관급공사도 저가 수주가 이어지면서 토목업체들도 자금 사정이 어려워지는 모습이다. 대한건설협회 조준현 실장은 "최저가 입찰제가 확대돼 주택업체뿐만 아니라 상당수 관급공사 업체들도 하반기에 부도를 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 올 들어 지난달까지 부도난 건설업체는 144곳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7% 늘어났다.

◆건설업체 부도→주택공급 감소→집값 급등 악순환 우려=

전문가들은 건설사 부도 대란이 발생할 경우, 내수경기 침체는 물론 주택공급 감소로 이어져 장기적으로 다시 집값이 급등하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스피드뱅크 박원갑 소장은 "건설사들이 노무현 정부의 수도권 규제 조치를 피해서 지방에 중대형 아파트 집중 공급, 대량 미분양 사태로 이어졌다"며 "정부는 적극적으로 규제를 완화하고 건설사들도 분양가 인하, 분양시기 조절 등 자구책 마련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건국대 손재영 교수는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한 기업에도 책임이 있지만 건설업계를 벼랑 끝으로 몰고 가서는 안 된다"며 "주택업계에 대한 과도한 규제는 합리적으로 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역경기침체로 대구 도심의 아파트가 불을 밝히지 못하고 있다. 부동산경기의 침체는 미분양을 낳고 미분양은 다시 입주를 지연시키는 악순환을 되풀이 하고 있다. 대구 도심 중구의 주상복합 초대형 아파트의 관리소는 입주율을 85%로 밝히고 있으나 주변 시민들의 이야기는 입주율이 그이하 일꺼라고 밝혔다 동구의 한 아파트는 거의 입주가 이루어지지 않아 음산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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