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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최민호 금메달 금메달 (베이징=연합뉴스) 진성철 기자 = 2008베이징올림픽에서 한국에 첫 금메달을 안긴 최민호가 9일 베이징 과학기술대 체육관에서 열린 유도 남자 60kg급 시상식에서 태극기를 바라보며 국민의례하고 있다. zjin@yna.co.kr |
(베이징=연합뉴스) 특별취재단 = "운동하는 게 너무 좋았고 지쳐서 쓰러져도 행복했다. 2003년 세계선수권대회 때는 강한 정신력으로 우승했다면 이번은 훈련 그 자체가 행복의 연속이었다. 금메달은 내 생일 최고의 선물이다"
9일 베이징과학대학 체육관에서 열린 2008 베이징올림픽 남자 유도 60㎏급에서 전 경기 한판승 행진으로 한국 선수단에 첫 금메달을 선사한 `작은 거인' 최민호(28.한국마사회)는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 기쁨에 눈물을 왈칵 쏟았다.
2004년 아테네 대회 때 유력한 우승 후보였음에도 다리에 근육 경련이 나는 불운 탓에 아쉬운 동메달에 그쳤지만 시련을 딛고 마침내 일군 올림픽 첫 금메달이기 때문이다.
최민호는 "5년 동안 3등만 해 3등 `그랜드슬램'을 했지만 드디어 우승했다. 지금 이 순간 너무 행복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최민호는 특히 자신을 위해 고생한 부모님께 영광을 돌리고 싶다면서 꿈 이야기도 들려줬다.
다음은 최민호와 일문일답.
--올림픽 첫 금메달인데.
▲안병근 감독도 아시지만 너무 힘든 시기를 거쳤다. 하지만 그걸 참고 견뎌냈다. 올해부터는 1등을 하는 것보다 그냥 운동을 하는 것 자체가 좋았다. 지금 순간 너무 행복하다.
--8월18일이 양력 생일인데.
▲주민등록상으로는 그렇지만 실제 집에서는 어제가 생일이었다. 생일 날이 올림픽 개막식이었고 이번이 29회 대회인 데 나 역시 스물 아홉 번째 생일이다. 어머니도 이번 올림픽이 나를 위한 것이 될 거라고 말해주셨다. 최고의 생일 선물을 받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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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최민호 금메달 금메달 (베이징=연합뉴스) 진성철 기자 = 2008베이징올림픽에서 한국에 첫 금메달을 안긴 최민호가 9일 베이징 과학기술대 체육관에서 열린 유도 남자 60kg급 시상식에서 태극기를 바라보며 국민의례하고 있다. zjin@yna.co.kr |
--우승을 예견했나.
▲엄마가 꿈을 꿨는 데 청와대 같은 큰 집에서 불이 났는 데 (쇠고기 수입반대)촛불시위보다 더 많은 사람이 몰려 이유를 물어보니 민호를 축하해주러 왔다고 했단다. 또 아버지도 용이 여의주를 물고 하늘로 올라갔는 데 태양이 가슴이 들어왔다고 한다. 나도 계속 1등을 하는 꿈을 꿀 때마다 친구에게 물어보면 꿈이었다. 좋은 일이 있으려고 그랬던 것 같다.
--2003년 세계선수권 우승 때와 다른 점은.
▲그 때는 눈물로 매일 보내다시피 강한 정신력으로 참고 견디며 훈련했다. 이후 5년 동안 선발전은 물론이고 단체전까지 모두 3등만 했다. 3등 그랜드슬램을 한 것 같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좋은 일만 계속 있었고 고통을 참고 운동을 하는 게 아니라 운동 자체가 즐거웠다. 2003년에는 정신력으로 했다면 이번에는 운동이 행복 그 자체였다.
--아테네 동메달 후 방황기를 겪었는데.
▲그 때 메달을 딴 것만으로도 기뻤는 데 주위 반응은 그렇지 않았다. 금메달과 동메달이 그렇게 차이가 있는 줄 몰랐다. (이)원희와 정말 친했는 데 원희는 같은 금메달리스트끼리 다니고 나는 혼자 뒤에 다니면서 외롭고 힘들었다. 운동하고 싶은 데 할 곳이 없어 술을 마시고 방황했다. 매번 대회마다 3등만 했다. 아이스크림을 하루에 40개나 50개를 먹고 배가 터질 지경이 아니면 잠이 오지 않을 정도로 정신병에 가까웠다. 그러나 꿈을 갖게 되면서 한 길만 바라보고 올 수 있었다.
--가족들의 도움이 컸을 텐데.
▲어머니가 김천에서 주말마다 올라오셨다. 새벽 네 시만 되면 성당에 나가는데 성당 문을 다섯 시에 열기 때문에 수녀님이 특별히 어머니에게만 열쇠를 주셨다. 어머니와 동생이 나만 생각하고 아껴 주셨다. `우리 엄마같은 천사를 주셔서 너무 감사하다'는 기도를 항상 드렸다.
--결승 경기 후 많이 울었던 이유는.
▲나는 운동 복(福)이 정말 많다고 생각한다. 선생님이 바뀌어도 항상 운동, 운동, 운동 의 연속이었다. 그렇게 많이 하면서 운 적도 많은 데 그걸 다 이기고 오늘 자리에 올 수 있었다. 잘 때 하나님께도 `제가 이렇게 잘 할 줄 모르셨죠, 저를 보고 놀라셨죠'하고 기도했다. 너무 힘들었던 건 올림픽 금메달을 주려고 그랬던 것 같다. 눈물이 많이 났고 그래도 행복했다.
--다음 도전은.
▲고교 시절부터 대회 때마다 몸 무게를 빼는 게 너무 힘들다. 할 짓이 아니다. 일단 체중을 66㎏급으로 올려 다음 올림픽에 도전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