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정역 앞 육교 밑에 자리잡은 입지. 햇볕이 들지 않고 눈에도 잘 띄지 않지만, 아는 사람은 다 아는 금정역 앞 명소가 되었다. ‘치킨&비어’ 창업 1년이 채 안 돼 목표를 달성하는 데 성공한 부부 사장의 창업기.
근길에 동료들과 기울이는 시원한 생맥주잔, 주말 등산을 마친 후 갈증을 날려주는 생맥주와 치킨. 생각만 해도 가슴 한구석이 시원해지는 풍경이지만, 실제로 업소를 운영하는 업주들 누구나가 맛볼 수 있는 모습이 아니다.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자영업자들의 한숨소리가 커져만 가고 있고, 치킨과 생맥주라는 아이템 또한 주변 어디서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희소성이 없는 레드오션이라는 뜻.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그만큼 시장의 수요가 크고 꾸준하다는 뜻도 된다. ‘치킨&비어’ 금정역점을 운영하고 있는 김병철(32)·김현주(35) 부부가 주목한 것도 바로 이런 시장의 수요였다.
“원래 금정역 앞에서 초등학생 때부터 살아온 토박이입니다. 주변에 치킨 업소들이 많은 편인데, 지금까지 문을 닫은 집이 거의 없더군요. 오히려 호프에서 치킨·호프로 업종을 바꾼 경우도 있었죠. 그만큼 수요가 크다는 뜻이었습니다.”
대학에서 법률을 전공한 후, 법률사무소에서 일하던 ‘샐러리맨’ 김 씨가 ‘치킨&비어’를 연 건 지난해 12월 24일. 보험사에서 영업 관리를 맡아 맞벌이를 했던 부인 김현주 씨도 직장을 그만두고 창업 전선에 함께 뛰어들었다.
직장생활을 하는 샐러리맨에게 자기만의 사업을 꾸린다는 창업의 매력은 두 말 할 것도 없는 일. 하지만 열 명이면 한두 명만 성공한다는 자영업의 리스크는 창업을 망설이게 하는 가장 큰 요소다. 이런 우려는 두 사람에게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바로 철저한 시장조사와 창업 관련 교육이었다.
“6개월 정도의 준비기간을 거쳤습니다. 우선 상권을 돌아본 후 수요를 파악했죠. 창업은 처음이라 모르는 것이 너무 많았습니다. 창업 관련 강의보다는 프랜차이즈 업체에서 여는 무료강의 등을 찾아 다녔죠.”
6개월간 철저한 시장조사집 근처인 금정역 앞은 물론, 군포시 일대의 상권을 조사하기 시작한 두 사람이 내린 결론은 ‘치킨’과 ‘생맥주’였다. 처음 창업을 하는 사람들이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아이템이 ‘먹는 장사’였고, 그 중에서도 치킨이나 피자 등은 경기를 많이 타지 않으면서도 꾸준한 수요가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여기저기 창업설명회를 다니다 ‘치킨&비어’를 알게 됐어요. 누구나 자주 찾고 좋아하는 치킨과 맥주를 첫 사업 아이템으로 삼기로 결정했죠.”
생애 첫 사업에 프랜차이즈 업체를 선택한 것도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우선 BBQ로 잘 알려진 제너시스 그룹의 브랜드 인지도를 통해 일정 부분의 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는 계산이 섰다.
“프랜차이즈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가 바로 인지도입니다. 브랜드가 없는 상태에서 개업하는 것보다는 이미 시장에서 인정받은 브랜드를 통해 고객에게 좀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거죠. 안정적인 식자재 공급, 매뉴얼화된 조리과정 등도 초보자들에게 안성맞춤이었습니다.”
창업 아이템을 정한 후에는 직접 발로 뛰는 일이 남았다. 두 사람은 우선 소문난 맛집, 즉 ‘대박집’을 찾아다녔다. 퇴근 후 두 사람이 함께 6개월간 거의 매일 ‘잘 되는 집’에 발도장을 찍었다. 물론 대박집이 아닌 ‘쪽박집’도 찾았다. 잘 되는 이유는 뭐고, 안 되는 이유는 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의외로 간단했어요. 안 되는 집은 열이면 열 모두 불친절했죠. 음식이 나오는 모양새가 정갈하지 못한 건 다음 문제였습니다. 반면 잘 되는 집은 어딜 가나 친절했어요. 처음 가게 문을 열 때 친절하기는 쉬워도, 그걸 끝까지 유지하는 건 사실 힘들거든요. 회사의 부속품으로 전락해버린 샐러리맨들의 얼굴을 기억하고 웃으며 말을 거는 것이 성공의 필수 조건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친절한 가게만이 살아남는다6개월간의 충분한 시장조사와 준비를 통해 창업했지만, 시행착오를 거를 순 없었다. 대표적인 것이 주 메뉴인 치킨에 대한 고객들의 불만. 타 업체에 비해 훨씬 큰 800g 닭을 쓰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다고.
“개업 전에 본사의 연수원에서 일주일 정도 숙식을 하면서 집중교육을 받았고, 성남 야탑점에서 이틀간 실습도 했어요. 하지만 둘 다 음식에 문외한이라 쉽지 않았죠. 우선 골고루 익히는 게 어려웠어요. 관절에 피가 고이는 재료의 특성 때문에 깊숙이 찔러주거나 가위질을 해줘야 했죠. 전날 가위로 닭을 손질하고 잠이 들면 아침에 손이 펴지지 않을 정도였어요. 열 달쯤 지나니 이제야 적응이 되네요.”
제일 인기 있는 ‘마늘치킨’으로 주변 상가에 시식회도 열었다. 한 상자에 스무 마리가 들어가는 박스를 다섯 상자 정도 돌렸다. 큰 맘 먹은 투자는 금세 효과를 보기 시작했다. 주문이 눈에 띄게 늘기 시작한 것. 공장과 회사가 많은 주변 입지를 고려해 아르바이트생도 20대 초반의 젊은 여대생들을 채용했다.
“주말에 주로 찾는 등산객들을 빼면 주요 고객층이 20~30대 샐러리맨들입니다. 주인도 젊고, 일하는 친구들도 젊다보니 통하는 게 많은 것 같아요. 지난 번 올림픽 때는 모두 함께 박수를 치며 응원전을 펴기도 했죠.”
부부가 처음 가게 문을 열며 목표로 했던 건 하루 매출 150만 원. 첫 달 하루 매출 95만 원을 시작으로 현재는 월 매출 5000만 원 정도를 유지하고 있다. 1년도 안 돼 목표치를 달성한 것이다.
“간판이 고장 나 불이 꺼져도 들어오는 단골들이 계세요. 육교 밑이라 눈에 띄지 않지만, 이제는 어느새 금정역 근처에서 으레 들르는 코스가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매일 밤 영업을 끝내고 그날의 매출액을 계산할 때가 가장 행복하다는 두 사람. 시원한 생맥주잔을 기울이며 초심을 잃지 않겠다는 각오도 매일 반복되는 일과 중 하나다.
사장과 종업원, 손님이 모두 20~30대의 젊은층이라는 것이 치킨&비어 금정역점의 매력. 물론 맛은 기본이다.